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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의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3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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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스 타고 귀족 한번 돼 볼까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좀 낭만적인 이야기를 해볼까요? 누구나 한번쯤 귀족처럼 대접받는 삶을 꿈꾸죠. 우아하게 부채를 살랑거리면서 책장을 넘기는 19세기 귀족의 모습으로 한번 변해 볼까요?

신데렐라의 호박마차처럼 우리를 귀족으로 바꿔 주는 열차가 있습니다. 바로 ‘아프리카의 자랑(Pride of Africa)’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로보스 레일(Rovos Rail)입니다. 19세기 수많은 하인들을 대동하고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던 영국 귀족들의 여행을 재현하는 것이지요. 

로보스 레일의 다양한 상품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남아공의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Pretoria)에서 케이프타운까지 1,600km에 이르는 구간을 2박 3일간 여행하는 코스예요. 프리토리아에는 로보스 레일 전용역인 ‘캐피털 파크 로보스 레일 스테이션’이 따로 있어서 출발 전부터 다른 열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죠.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떠나는 열차 여행. 증기 기관차의 출발 소리와 함께 마음도 덩달아 하늘로 날아 오릅니다. 열차에 오르자 실내에 자리잡은 마호가니 가구들이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넓은 객실과 샤워 시설, 얼마든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미니 바, 기착지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 자료 등, 승객들이 원하는 것들이 완벽하게 준비돼 있었습니다.  

열차 중간에는 승객들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라운지가 꾸며져 있고 꼬리에는 광활한 아프리카의 풍광과 높은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 좋은 바가 있습니다.   

남아공의 또 다른 특급열차 블루트레인도 유명하죠. 블루트레인과 비교해서 로보스 레일의 장점은 ‘느림’에 있습니다. 로보스 레일은 우아하게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시속 60km를 넘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DVD나 TV는 상상할 수도 없지요. 반면에 블루트레인은 초현대식 장비를 갖추고 있어, 젊은 층에게 더 인기가 높다고 하네요. 

또 하나의 장점은 다른 특급 열차들과 달리 문을 활짝 열어 놓을 수 있다는 거예요. 유리창을 다 열어 놓고 아프리카의 햇살과 바람을 맞고 가노라면 시간가는 줄 모르지요. 

로보스 레일 여행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음식과 와인에 있습니다. 정성스럽게 나오는 최고급 음식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구요.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리스트 역시 따로 마련돼 있어 흐뭇하지요. 

케이프타운에 도착하기 전에는 킴벌리와 마제스티안, 두 도시에서 기착지 여행을 했습니다. 킴벌리는 다이아몬드 회사인 드비어스(De beers)사가 사업을 처음 시작한 도시로 금광과 다이아몬드가 유명합니다. 또 19세기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역사적인 도시 마제스티안에서는 옛 귀족들의 생활을 가늠할 수 있는 박물관에 갔습니다.

로보스 열차의 또 다른 재미는 만남에 있습니다. 승객들 대부분이 40~60대 부부들인데요. 유럽과 미국에서 온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재미있는 것이, 같이 열차 여행을 했던 약 20쌍 중 4쌍의 중년 부부가 허니문으로 로보스 레일을 탔다는 사실입니다. 재혼을 한 중년 남녀의 허니문으로 로보스가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2박 3일간의 열차 여행은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우렁 각시처럼 객실을 비우기만 하면 몰래 나타나서 객실을 깔끔하게 치워 주던 스탭, 우아하게 서빙하던 스탭, 어떤 부탁에도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해 주던 그들의 얼굴을 보면서, 진정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어요.  

케이프타운의 심볼인 테이블 마운틴이 눈에 들어오면 다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로보스 여행을 경험한 이들의 일상은 더 이상 그전과 같은 일상이 아닌 좀더 특별한 하루하루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케이프타운(남아공)=글/ 사진 Travie writer 채지형 pinkpuc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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