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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의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6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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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나 타고 아프리카 속으로-노매드 오버랜딩 투어
"굿 모닝, 해피 캠퍼스!"


새벽 5시. 토스카가 일곱 개의 텐트를 돌아다니면서 속삭입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입니다. 나미비아에서 보츠와나 오카방고 델타까지 하루종일 670km를 달려야 하기 때문이죠. 부시시 일어나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토스카가 차려놓은 시리얼을 우유에 넣어 후다닥 해치웁니다. 

토스카가 누구냐구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젊은 청춘들에게 아프리카를 속속들이 보여주는 길잡이입니다. 직업을 굳이 말하라고 한다면 오버랜딩 투어 가이드라고나 할까요.

오버랜딩 투어(Overlanding tour)는 모험심 넘치는 젊은이들을 위한 여행 스타일 중 하나인데요, 인프라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아프리카를 효과적으로 여행할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에요. 

트럭을 타고 먼지를 펄럭이면서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는 것, 넓은 수풀을 화장실 삼고 수만년 된 돌 무더기를 침대 삼아 여행하는 것, 그것이 오버랜딩 투어입니다.  

잔디가 있으면 텐트를 치고 뜨거운 아프리카 태양에 온몸을 그을리며 때로는 샤워도 할 수 없는 곳에서도 며칠씩 지내기도 하는 그런 여행이죠. 고생스러울 것 같다구요? 문명의 혜택을 잠시 누리지 못하는 것일 뿐, 고생스러울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자연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죠.

아프리카는 참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아요. 또 그 어떤 대륙보다도 사람마다 다른 영감을 얻죠. 가끔은 대조의 아름다움이, 때로는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움을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오버랜딩 투어를 통해서 이런 즐거움을 세포 구석구석까지 효과적으로 저장할 수 있었습니다. 

오버랜딩 투어는 단지 아프리카를 체험하는 데 머물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의 아름다움과 함께 다른 나라 젊은이들과 진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오버랜딩 투어가 제게 준 선물이었어요. 

아프리카 오버랜딩 투어에는 주로 아프리카와 가까운 유럽 젊은이들이 참가하죠. 우리 팀은 투어 리더인 토스카와 드라이버인 자크, 독일어 통역사인 레니얼 등 3명의 스탭과 훌륭한 레스토랑이자 침실이자 이동수단이었던 트럭 ‘니나’, 그리고 덴마크, 독일, 스위스,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로 이루어졌었는데요.  

이들과 20일 동안 24시간 함께 생활하면서 쌓은 많은 일들을 생각하면, 혼자서도 미소를 짓곤 합니다.

한번은 저녁식사로 밥이 나왔는데요. 저는 당연히 숟가락을 집어 들고 먹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모두 포크를 들고 밥을 먹더군요. 문화가 만들어낸 습관이란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굳어져 있더라구요. 한번은 여행 도중 배탈이 났었는데 모두들 어찌나 걱정을 해주던지, 아프지 않았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애정어린 관심을 듬뿍 챙길 수 있었답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라 영어 액센트는 다 다르지만, 밤마다 그들과 즐겼던 게임들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줬지요. 

오버랜딩 투어를 선택한 것은 아프리카의 속살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투어가 끝난 지금 생각해 보니, 아프리카의 향기만큼이나 세계에서 온 친구들과의 생활이 진한 그리움으로 남습니다. 

불현듯 귓가에 매일 밤 들리던 토스카의 목소리가 울리는 듯합니다. "너, 여전히 행복하지? (Are you still happ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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