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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의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14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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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장 바로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얼룩말들, 눈만 끔벅거리고 있다가 갑자기 하품하는 하마들, 얼룩말과 놀고 있는 기린들, 엄마와 아기 기린의 목 운동, 코리 버스타드의 종종 걸음, 30cm밖에 안 되는 귀여운 영양 딕딕 등 세렝게티에서 만난 동물만 해도 수십 종이 넘었답니다.

망원 렌즈로 동물들을 보다가, 시원하게 평원을 바라보니 그 속으로 쑤욱 빨려들 것만 같더군요. 투명한 햇살과 적당한 미풍에 온 몸을 맡기고 나무 한 그루 없이 끝도 없이 펼쳐진 평원을 바라보던 순간, 살아있는 게 감사하고 어찌나 행복하던지요.  

그날 저녁 응고롱고로의 심바 캠프에서는 텐트 옆으로 코끼리가 지나가는 것을 봤답니다. 영국 청년 크리스는 화장실 가는 길에 사자도 봤다고 자랑하더군요. 

마지막 날은 응고롱고로에서 본격적인 게임 드라이브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응고롱고로는 남북 16km, 동서 19km에 이르는 분화구예요. 수천 만년 전 화산활동에 의해서 분화구가 만들어진 이후, 동물들의 낙원이 됐죠. 

응고롱고로는 누군가 발로 밟아놓은 것처럼 생겼어요. 거대한 그릇에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캠프에 있을 때는 구름 속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응고롱고로의 게임 드라이브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요, 막상 분화구 안으로 내려오니 햇살이 가득하더군요. 

힘 자랑 하느라 나무를 넘어뜨리고 있던 아프리칸 코끼리, 우아한 분홍색 날개를 펼치며 자리 이동을 하던 플라밍고, 나무 위에 폼 나게 앉아있던 치타, 통통한 엉덩이를 실룩거리던 얼룩말… 그림 같은 아카시아 가시나무 위에는 벌처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고 앉아 있더군요. 

꿈처럼 아득한 풍경들이 그렇게 눈 앞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빅 5로 알려진 코끼리 사자 표범 버팔로 코뿔소는 물론이고 셀 수 없이 많은 얼룩말과 누 떼, 기린 가족과 풀에 가득한 하마들, 하이에나와 워터벅, 풀짝거리던 그랜 가젤들, 자칼과 톰슨 가젤 등 수도 없는 동물들과 만났답니다.
세렝게티의 평원과 응고롱고로에서 만난 동물들은 아프리카 대지에 서 있다는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더군요. 동물들과 함께 웅대한 자연의 품에 안겨있는 그 느낌, 아무리 애써도 카메라에 담아지지 않던 세렝게티 평원에서의 가슴 벅참을 세포 구석구석에 간직해 왔답니다. 하루하루가 느낌표인 아프리카 여행! 저는 여전히 제가 꿈꾸던 그 여행, 그 길 위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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