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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의 캐나다 배낭여행 일기 4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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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blog 면에 연재되고 있는 채지형의 배낭여행 일기는 6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아프리카에 이어 아메리카 대륙으로 발길을 옮긴 채지형씨는 지금도 여전히 여행중입니다.

 

로키의 심장, 밴트에서의 시원한 온천욕


 

"밴프는 내가 제일 사랑하는 곳이야. 인연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지. 리지도 밴프에서 만났거든. 우린 밴프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결혼을 약속했었어."


아프리카에서 만난 캐나다 친구 이안은 밴프(Banff)에서 4년 동안 살았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밴프가 좋아서. 그리고 그곳에서 평생 배필인 호주 처녀 리지를 만났기 때문에 밴프는 그에게 둘도 없는 인연의 도시가 됐다.
로키의 심장 밴프. 오늘은 이안이 목소리 톤을 높여 가며 자랑하던 그곳으로 가는 날이다.


밴쿠버에서 밴프까지 가는 길은 약 900km에 달하는 대장정. 캐나다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하이웨이 1번을 지루하리만큼 계속 달려야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한 버스는 알렉산더 브리지에서 잠시 점식식사를 위해 쉬었다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캠룹스(Kamloops)에 도착했다. 캠룹스는 산악 자전거의 메카이자 교통의 중심지. 첫 날은 캠룹스 부근의 슈스왑레이크에서 가방을 풀었다.

 

ⓒ 트래비


두 번째 날의 여정도 만만치 않았다. 글레시어 국립공원, 요호 국립공원, 코트니 국립공원, 밴프 국립공원 등 캐나다의 국립공원을 네 곳이나 지나는 날이었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녹음. 노랑색과 녹색 두 가지 색으로 수십 가지 다른 배합을 만들어낸 낙엽들의 찬란한 색채들, 그리고 산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은빛 빛나는 눈. 그 경치에 눈길을 빼앗기며 따라가다 보니, 장대한 산맥들 끝에 어느새 밴프의 상징인 런들(해발 2949m) 산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런들 산 옆으로는 캐스케이드와 설파, 노르퀴에, 터널 산이 해발 1,332m의 밴프를 둘러싸고 있었다.


밴프의 첫 느낌은 작고 사랑스럽다는 것. 높은 곳에 있는 산악 도시라 도시 자체도 우락부락할 것만 같았는데 기대 밖이었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밴프 애브뉴 양쪽으로는 앙증맞은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해 있었고 어디에서나 커피 향을 맡을 수 있었다.


스키어들이 열광하는 겨울이 아직 오지 않았는데도 끊임없이 오고가는 관광버스, 그리고 밴프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죽치고 살고 있는 이국의 젊은이들, 그리고 관광업에 종사하는 캐나다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며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밴프에 도착한 다음 날, 버스에서 만난 호주 친구 조, 애런과 함께 설퍼(sulphur) 산에 올랐다. 설퍼 산은 해발 2,281m지만 곤돌라를 타니 8분 만에 1,583m 지점까지 도착한다. 산 정상에는 눈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나무와 생태계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이어지고 정상까지 올라가니 멀리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와 밴프를 가로지르는 보우 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열심히 카메라를 들이대 보지만 그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란 불가능한 일. 

 

ⓒ 트래비

우리는 곤돌라에서 내려와 밴프의 유서 깊은 ´어퍼 핫 스프링´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 온천은 122년 전 금을 찾아 밴프로 흘러 들어온 미국인들이 발견한 곳이라고 한다. 준비해 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궜다. 온몸이 찌릿찌릿해지면서 설퍼 산에서 얼었던 몸이 스르르 녹았다. 로키의 눈 오는 산들을 바라보며 즐기는 40도의 온천. 서서히 온몸을 퍼져 가는 따듯한 기운. 머리는 오히려 상쾌해진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과 들쑥날쑥하는 해는 세상을 시시각각 다르게 보여준다.


온천 안에는 책을 읽는 사람부터 애정행각을 벌이는 사람, 담소를 나누는 사람, 우리처럼 물장난을 치는 이들까지 다양했다. 함께 온천을 즐겼던 조와 애런의 취미는 암벽 등반.

며칠 전 터널 산의 암벽을 올라서 몹시 피곤했다며, 나보다 온천에 더 열광했다.


물장난을 하다 잠시 쉬는 사이 조는 자신이 호주 사람이기는 하지만 한국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생후 4달이 되던 때 호주로 입양되었다는 것. 조의 어머니는 캐나다인, 아버지는 호주 사람이라 외갓집이 있는 캐나다에 여행 온 것이라며 외할머니와 친척들 자랑을 늘어놓았다. 구김살 없는 웃음과 어떤 여행자들보다 예의 바른 행동을 보여 준 조. 그를 만남으로써 입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우리나라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 조를 위해 나는 밴프에서 조의 첫 번째 한국어 선생님이자 친구가 돼 주기로 했다. 그와 나눈 상큼한 대화들이 아름다운 밴프의 추억을 더욱 뜻 깊게 만들었다. 역시 이안의 말대로 밴프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곳이란 맒이 맞나 보다.
 
Travie Writer 채지형 pinkpuck@dreamwiz.com


밴프에서 ´어퍼 핫 스프링´ 즐기기

 

수영복과 수건은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없으면 빌려주기도 하지만 대여비가 각각 2~3달러이기 때문에 준비해 가면 대여비를 절약할 수 있다. 입장료는 7.5달러. 옷장 사용료 1달러. 오전 10시~ 밤 10시까지 개장한다.


밴프 외에도 재스퍼에는 ´미에트(miette) 핫 스프링´이, 코트니 국립공원에는 ´라디움 핫 스프링´이 있어 로키에서는 마음만 먹는다면 파노라믹 뷰 아래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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