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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인 BMK-음악과 여행은 내운명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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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야심한 시간에 BMK를 만났다. 청주에서 공연을 마치고 달려온 그녀는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약속 장소로 들어섰다. 다친 다리를 이끌고, 멀리서 공연을 마치자마자 숨차게 달려왔을 터인데도 그녀의 얼굴에선 피곤함이나 짜증의 흔적은 묻어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어떤 에너지가 느껴졌다.

 

나의 우문(愚問), BMK의 현답(賢答)


가수 김진표와 리쌍 앨범의 피처링을 맡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BMK가 데뷔 앨범을 발표한 건 2003년이지만, 그녀가 음악을 시작한 것은 훨씬 오래 전부터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해 온 그녀에게 어떤 계기로 음악을 시작하게 됐냐는 질문을 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특별한 계기 같은 건 없는데…” 한다. “음악은 제게는 그냥 운명과도 같은 존재예요. 그런 거 있잖아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삶의 일부분 같은 존재….” 성악을 하다가 재즈에 입문한 그녀에게 다시 “그럼, 어떤 계기로 성악에서 재즈로 장르를 바꾸게 되셨나요?”라는 질문을 했다. 이번에도 그녀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특별한 계획이나 목적을 갖고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 왔어요” 한다. 그녀의 대답을 들으면서 문득,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했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물으시면…”이라고 했던 드라마 대사가 생각나면서 기자가 우문을 던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여행담, 사람을 사로잡다


음반 작업, 공연 등으로 바쁜 그녀이기에 제대로 여행할 시간이나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BMK는 ‘여행은 나의 힘’이라고 말한다. 2004년 뉴욕을 방문한 그녀는 저녁 8시에 뉴욕에 도착해서 9시에 바로 재즈클럽을 찾았다. “제가 미국에서 공부를 했다, 혹은 어릴 때 미국에서 자랐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사실 전 그때 미국 땅을 처음 밟아 본 거였어요.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혼자서 재즈클럽으로 향한 이유는 ‘내가 진정으로 이들의 음악과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확인해 보고 싶어서였어요.” 걱정과 달리 그녀는 마치 아주 오래 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현지 음악인들과 친구가 됐다.

 

BMK는 뉴욕에서 맨해튼이 아니라, 할렘과 브루클린 등지로 돌아다녔다. 편견이나 선입견을 버리고 사람들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 때문인지 그곳의 사람들은 쉽게 그녀를 친구로, 형제로, 자매로 받아들여 줬다. 그녀에게는 분명 사람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그렇기에 그녀의 여행은 사람들로 인해 늘 특별하고 소중해진다. 최근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는 그녀는 “원래는 유럽 여러 나라를 둘러보려 했는데, 파리가 너무 좋아서 그냥 파리에만 계속 있다가 튀니지에 들렀다가 돌아왔어요” 한다. 박물관을 좋아하는 그녀는 파리에서 가볼 곳이 너무 많아서 며칠 만에 떠날 수가 없었단다. 계획이나 일정을 잡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마음 닿는 대로 여행을 한다는 그녀에게 튀니지에 가게 된 이유를 묻자 “파리가 너무 추워서 따뜻한 곳에 가고 싶더라고요”라며 웃는다.


그렇게 갔던 튀니지에서 그녀는 잊지 못할 추억을 가득 만들고 왔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너무 많았다는 그녀에게 하나만 얘기해 달라고 하자, 기자에게 ‘웃지 말 것’을 부탁한 뒤 말문을 연다. “튀니지에서 사하라 사막 투어를 했는데, 가이드가 완전히 저한테 반해 버린 거예요” 하며 멋쩍은 미소를 짓는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생각했는데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BMK는 똑 부러지게 본인의 의사를 밝혔다. 그때부터 난리가 났단다. 실연(?)의 상처를 입은 가이드는 밤새 술을 마셨고 그 다음날부터 아예 가이드로서의 본분도 망각한 채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다고. 이를 그냥 넘길 BMK가 아니었다. 그녀는 돌아온 후 업체 쪽에 항의를 해서 결국 투어비의 50%를 환불받았다.


이렇듯 두려움 없고 솔직한 성격 때문에 그녀는 튀니지에서 일반 여행객들이 흔히 볼 수 없는 특별한 곳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우연히 재래시장에 위치한 개인 박물관 같은 곳을 가게 됐는데, 좋은 것에 감탄하고 사람에게 고마워할 줄 아는 그녀의 태도에 감동받은 주인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쉽게 공개하지 않던 곳까지 특별히 보여 줬다. BMK는 특히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희귀식물들로 가득 꾸며져 있던 옥상을 잊을 수가 없다며, ‘비밀의 화원’이 있다면 딱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단다. “한국에서의 BMK가 중성적인 이미지라면, 여행지에서의 인간 김현정(BMK 본명)은 여성적인 이미지가 느껴지나 봐요. 튀니지에서 너무 사랑을 많이 받아서 아예 그곳에 눌러 앉을까 생각했을 정도라니깐요.” 다양한 여행담과 함께 유머와 재치까지 겸비한 그녀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좋은 친구와 수다를 나누듯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 트래비

 

I am lucky!


바쁜 스케줄 중 잠시라도 짬이 나면 가방을 둘러메고 여행을 떠난다는 그녀. “하루 정도 시간이 나면 주변에서는 그동안 못 잔 잠이나 자 두라고 하는데, 전 잠 자는 대신 가까운 강원도라도 훌쩍 다녀온답니다. 시간이 좀더 나면 외국으로 다녀오고요. 그게 바로 저에겐 에너지의 원천입니다.” BMK는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대신 여행을 떠나야 에너지가 충전되고, 그 힘으로 더 열심히 살고, 더 열심히 음악을 한다.


BMK는 자신을 ‘럭키(lucky)’하다고 표현한다. “전 참 운이 좋아요. 음악을 할 때도, 여행을 할 때도 제가 참 운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음악에 있어서, 난 그냥 옥수수 몇 알을 통에 넣어 놓았을 뿐인데, 어느 날 뚜껑을 열어 보니 팝콘이 돼서 그릇을 그득 채우고 있는 그런 느낌이예요. 여행을 할 때도 늘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즐거운 추억을 한 아름 안고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제 여행이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는 건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좋은 사람들 덕분이죠.”


BMK와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녀에게 주어진 ‘행운’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고 진실되게 사람을 대하는 그녀에게 마땅히 주어져야 할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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