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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 ①-눈이 즐거운 항저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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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중구국제공상(中歐國際工商)대학에서 중국 10대 도시에 거주하는 성인남녀 2,750명을 대상으로 ‘생활과 행복도’를 조사해 발표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이름난 대도시가 포함된 이번 조사에서, 가장 행복감이 큰 도시는 뜻밖에도 항저우(항주, 杭州)였다. 가장 수입이 많고 살고 싶은 도시는 상하이(월 수입 2,847위엔, 한화 약 34만1,000원)였지만 인정미나 행복도는 항저우에 미치지 못했다. 항저우는 월 수입이 2,300위엔(한화 약 27만6,000원)으로 10대 도시 중 중간 수준에 불과했지만 가장 살고 싶은 도시 문항에서도 상하이와 베이징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반면 상하이와 베이징의 행복도는 각각 3위와 7위에 그쳤다.



(왼) 뇌봉석조. 서호의 일몰과 어우러진 뇌봉탑의 조화가 신비롭다.
(우) 동,서,남,북, 하늘, 땅의 화합을 기리며 새로운 육화탑
 

항저우 사람들의 행복 비결을 알고 싶다면 일단 항저우에 가봐야 한다. 공항에 도착해 항저우 시내로 들어서면 생각 외로 단아한 도시의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나오기 마련이다. 정돈된 거리와 적당한 높이의 건물들 사이로 활보하는 이들의 표정이 행복하다. 항저우의 수식어는 하나 둘이 아니다. 13세기에 이곳을 찾은 이탈리아의 마르코폴로는 일찌감치 ‘하늘에는 천국, 땅에는 항저우’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극찬을 남겼다. 중국 10대 명차 중 하나이자 녹차의 최고급품으로 알려진 용정차(龍井茶)의 고장이며 계절과 날씨,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서호(西湖)’의 고장이기도 하다.

항저우의 대표 명물 ‘서호’

고풍스럽고 깨끗한 가로수와 거리가 어우러져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항저우는 건물 높이까지 제한할 정도로 계획적인 도시 설계를 자랑한다. 이 중 항저우를 대표하는 명소는 단연 서호다. 청나라 건륭 황제는 항저우 시내 서쪽에 위치해 서호라 불리는 이 아름다운 호수를 늘 그리워했다. 허나 말을 타고 항저우에 오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항저우 서호의 모습을 꼭 닮은 베이징의 서호는 그래서 만들어지게 됐다. 

시인 소동파가 월나라의 미인 서시에 비유해 ‘서자호’라 부르기도 하는 서호 내에는 3도라 불리는 소영주, 호심정, 완공돈의 3개의 섬이 떠 있으며 소영주에는 또 하나의 연못이 있어 서호의 백미로 손꼽힌다. 겨울부터 봄까지 항주를 찾는 관광객은 서호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한겨울에 쌓인 눈이 다리 중앙에서부터 녹기 시작하면 다리가 끊어진 것처럼 보이기에 이를 ‘단교잔설(斷橋殘雪)’이라 찬미했고 봄이 오면 소동파가 축조한 방죽인 소제의 물안개 사이로 보이는 수양버들을 일컬어 ‘소제춘효(蘇提春曉)’라 예찬했다. 이 밖에도 뇌봉탑(雷峰塔)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림 같은 일몰 풍경을 가리켜‘뇌봉석조(雷峰夕朝)’라 하는 등 서호의 아름다움을 담은 서호 10경이 유명하다.

서호를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산책하듯 천천히 주변을 거니는 것이다. 특히 하루 정도는 이른 새벽에 서호를 찾아보는 것도 색다르다. 서호의 일출은 물론 단교 주변에 가면 걷고 뛰고 뒤로 걷고 어슬렁거리고, 열 지어 뛰고 춤추고 소리 지르며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는 항저우의 아침 풍경이 고스란히 한눈에 들어온다.

 서호를 보는 또 다른 법

시간이 없다면 서호 주변을 순환하는 전동 셔틀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코스가 대부분 호수를 접하고 있고 40위엔(한화 약5,000원)을 내면 수시로 타고 내릴 수 있다. 7시까지 운영하며 한 바퀴를 도는 데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배를 타고 서호 유람을 할 수도 있다. 대형 유람선에서 노 젓는 조각배까지 십여 가지의 유람선이 운항 중이며 서호 안에 있는 3개의 섬 중 가장 큰 섬인 소영주 등을 오고 간다. 요금은 1인당 30~40위엔 선. 좀더 고전적인 방법으로 자전거도 빼놓을 수가 없다. 서호 주위에는 30여 곳의 자전거 임대소가 있고 아무 곳에서나 반납할 수 있다. 자전거를 빌릴 때 보증금 300원을 내야 하고 이용료는 시간당 10위엔이다.

항저우의 또 다른 볼거리

오월국 국왕이 왕비가 아들을 낳은 것을 기념해 만든 뇌봉탑은 그림엽서나 서호 관광 포스터 등의 배경 사진에서 빠지지 않는 명소다. 지금의 탑은 1924년 무너진 것을 2002년에 새로 지은 것으로 탑 밑부분에 과거 뇌봉탑의 잔해를 보존해 전시하고 있다. 탑에 오르면 서호의 전경이 한눈에 펼져진다. 석양이 질 때 서호에 탑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빛을 뿌리는 모습이 장관으로 서호 10경 중 하나로 꼽힌다. 입장료는 40위엔.  

326년에 창건된 이래 전쟁과 화재로 16번이나 중건했다는 영은사(靈隱寺)는 신들이 은거했다는 절이다. 항저우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중국 10대 사찰 중 하나로 꼽히며 대웅전에는 중국에서 가장 큰 목조 좌식 불상(24.8m)이 모셔져 있다. 사천왕상을 모신 불당에 있는 청 황제 강희제가 친필로 쓴‘운림선사(雲林禪寺)’라는 현판도 사연이 있다. 술에 취한 강희제가 영은사의 영(靈)을 쓰려다 우(雨)를 쓰고 만다. 이에 재빠르게 생각해 낸 이름이 운림선사. 신비한 제 모습에 딱 맞는 현판의 이름은 그렇게 탄생하게 됐다고 한다. 신비한 기운을 받으려는 듯, 영은사에는 소원을 비는 이들도 많다.

전단강 물줄기에 숨은 비밀‘육화탑’

서호에 뇌봉탑이 있다면 항저우를 스쳐 지나는 전단강(錢壇江)에는 육화탑(六和塔)이 있다. 바다와 물줄기를 마주하는 전단강은 예로부터 재해가 많았던 곳으로 특히 일 년에 한 번,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할 때면 잔잔하기만 하던 물줄기는 무섭게 돌변해 마을을 삼켜 버렸다. 때문에 뇌봉탑을 세운 오월국의 국왕은 노한 강물을 달래기 위해 육화탑을 세웠다. 육화라는 이름도 동, 서, 남, 북, 하늘, 땅의 평화를 기린다는 의미이다. 물줄기 너머로 매력적인 실루엣이 운치가 있다. 전단강 대교 옆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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