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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지산 인근 3현 - 후지산 아래 아름답게 빛난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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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래비

비행기가 김포공항을 이륙한 지 1시간30분쯤 지났을까. 기내 창으로 천공의 성 ‘라퓨타’ 같은 후지산(富士山)이 보인다.
산허리에 걸친 뭉게구름이 지상계와 천상계를 나누는 듯 하얗게 빛을 발한다. 해발고도 3,776m로 일본의 최고봉이자 일본의 상징과도 같은 후지산. 이 산을 중심으로 주변에 호수, 분지, 온천 등 천혜의 자연과 문화 유적, 맛깔스런 음식이 산재해 있다. 그야말로 휴양을 겸한 관광의 요지이다. 이번 여정은 후지산 북쪽의 야마나시현(山梨縣)과 하꼬네 관광지로 이름난 가나가와현(神奈川縣), 남쪽의 시즈오카현(靜岡縣)을 돌아보는 일정이다.
  



햇살 가득, 포도주 한잔


하네다 공항에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코후(甲府)시에 도착, 여장을 푼다. 코후시는 야마나시 현청 소재지로 2,000~3,000m의 연봉으로 둘러싸인 분지 도시다. 풍부한 일조량과 높은 일교차, 비옥한 땅에서 생산되는 딸기, 복숭아, 포도, 감은 그 뛰어난 맛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는 일본 전국 생산량의 70%나 된다고 한다. 이 외에도 보석 세공, 사슴 가죽으로 만드는 전통공예품 ‘인덴(印傳)’, 온천으로 유명한 ‘이사와 온천거리’, ‘호토’라는 국수, 후지산의 복류수가 솟아오르는 ‘오시노 핫카이’, 후지산 주변의 호수들, 전세계의 귀중한 오르골을 전시해 놓은 ‘오르골의 숲’ 등이 유명하다.

둘째 날, 이른 아침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 야마나시현 산업센터로 향한다. 이곳은 인덴, 와인, 전통주, 보석과 귀금속, 가구, 일본 종이, 식품, 기계, 전자제품 등 이 지역 생산품 4,500여 점을 상설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인덴은 사슴가죽에 칠기로 디자인한 가죽제품으로 에도 시대에 인도에서 전래되었다고 해서 인덴이라 한다. 깔끔한 전시장 한 켠에는 이곳에서 생산되는 수십 종의 와인을 전시해 놓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슈(甲州) 와인이다. 전국 포도주품평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포도주를 비롯, 질 좋은 와인을 시음해 본다. 아침 술이지만 한잔 쭉! 적당한 산미와 향이 일품이다.


 ⓒ 트래비

후지산에서 땅으로 스며들어 솟아오른 물과 이곳의 포도로 와인을 빚어내는 몬데양조장을 찾아간다. 양조장 견학 통로를 따라 와인의 제조과정을 살펴본다. 맞은편 건물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포도주 전시장이다. 깔끔한 전시장 중앙에는 시음장이 있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고르는 데 도움을 준다.

후지산의 선물, 오시노 핫카이

곳곳에 있는 포도밭을 지나 근처에 있는 이사와 온천거리로 향한다. 이곳은 1961년 포도밭에서 갑자기 용출한 온천 동네로, 일명 ‘포도밭 온천’. 150여 개의 호텔과 여관이 있는 온천 휴양지다. 수온 45~60℃로 피로회복, 신경통, 류머티스, 요통에 특히 좋다.

오후엔 후지산 기슭에 자리잡은 후지큐하이랜드를 거쳐 ‘오시노 핫카이(忍野八海)’에 도착. 소바와 간식거리를 파는 전통 일본식 거리를 지나 8개의 연못에 이른다. 화산 지역의 특성상 후지산에 내린 눈과 비는 지하로 스며들어 일정한 곳에서 용출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곳이 8개의 연못이라는 오시노 핫카이다. 오카마, 소코나시, 죠시, 니고리, 와쿠, 카가미, 쇼부 그리고 데구치 연못에서 사시사철 평균수온 13℃의 맑은 물이 솟아난다. 모래가 일렁이며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복류천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 물로 반죽한 소바는 맛이 좋아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해가 저문 뒤에 들린 후지야마 맥주 식당. 이곳에서 직접 제조한 맥주 한잔에 잘 어울리는 안주를 곁들여 하루의 피로를 푼다.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 그리고…


 ⓒ 트래비

(왼) 블루 요코하마. 크루즈 타러 가는 길 
(오) 가나가와현 유넷산의 노천 온천탕


도쿄 남쪽에 위치해 있는 가나가와현의 요코하마는 1859년 일본 최초로 개항한 항구 도시로 세계 곳곳의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어 있다. 미나토미라이 21 지구를 비롯해 차이나타운 등 요코하마의 밤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부두의 계선장을 따라 1925년 건설된 야마시타(山下) 공원에서 내려다보이는 항구의 경관이 일품이다. 또한 야마시타 공원 너머 언덕에 위치한 노게야마(野毛山) 공원은 아름다운 정원과 노천극장, 음악당, 동물원 등을 갖추고 있어 요코하마 최대의 공원으로 손꼽힌다. 

셋째 날 아침, 하코네 산 중턱에 위치한 하코네고와키엔호텔에서 여유있게 아침을 먹고 숲속 정원에서 산책을 즐긴다. 하코네 산(箱根山, 1,439m)은 자연경관이 변화무쌍하며 관광시설을 완비하고 있는 일본 유수의 국제 관광지이다. 호텔에서 걸어서 5분, 다양한 온천체험을 할 수 있는 유넷산을 찾아간다. 다양한 테마의 온천과 사우나, 수영장, 식당 그리고 쇼핑공간이 있는 복합공간이다. 양말을 벗어 놓고 온천 구경에 나선다. ‘신들의 에게해’라 이름 붙여진 대형 온천과 고대 로마 온천, 터키풍 온천, 몸이 떠오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사해온천 등 다양한 테마 온천이 여행자를 즐겁게 한다. 계곡을 따라 만든 다양한 테마의 노천 온천은 압권이다. 장미 향의 로즈 탕, 피부 미용에 좋다는 정종 탕과 녹차 탕, 와인 탕 등 20종류의 노천온천이 이곳이 온천욕의 천국임을 말해 준다. 

화창하던 날씨가 ‘가라스노모리’라는 베네치아 유리전문미술관에 도착하자 변덕을 부리며 여우비를 뿌린다. 전시관에는 베니스에서 수입한 유리 작품 100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15~18세기에 만들어진 작품과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현대적인 것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한쪽에는 베니스 출신 유리 장인의 작업장이 있고 그가 만든 다양한 소품들과 유리제품을 전시, 판매하는 곳이 있다. 

이 전시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라리크 미술관이 있다. 이곳은 아루누보, 아르데코 미술 운동의 대표주자로 활약했던 프랑스 예술가, 르네 라리크의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다. 약 1,500점의 소장품 중 230점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족탕으로 여독을 풀고


 ⓒ 트래비

(왼) 25년 동안 화과자를 만들었다는 노보루 할아버지 
(우) 도포노유에서 족욕을 즐기는 사람들


센고쿠하라에 펼쳐진 억새밭의 풍경을 즐기면서 고마가다케(駒ヶ岳) 산으로 향한다. 1,357m의 산정으로 오르는 로프웨이(케이블카)에 탑승. 고도가 높아지면서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이 다채롭다. 아래로부터 활엽수림이 펼쳐지고 중턱에는 삼나무숲, 위로 갈수록 관목숲이 이어지다 정상 부근에 이르면 산죽과 억새풀, 잔디가 펼쳐진다. 101인승 로프웨이는 시속 18km의 속도로 7분 만에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 도착하니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어 댄다. 북쪽으로는 웅장한 후지산이 보이고 아래로는 아시노 호수의 장관이 펼쳐진다. 아시노 호수는 약 4,000년 전 하코네 화산의 폭발로 생긴 칼데라 호수이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1,600년대부터 심었다는 삼나무 숲길을 지나고 하코네 관문 자료관을 지난다. 곧이어 도착한 곳이 족탕으로 유명한 유가와라 망요공원 안의 ‘도포노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 숲속 길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자 9개의 족탕이 풍수지리설에 따라 배치되어 있다. 신발을 벗고 족탕에 발을 담그니 발이 편안해진다. 바닥이 울퉁불퉁하여 지압 효과도 있다.

족탕 덕에 한결 편안해진 발걸음으로 이곳 유가와라에서 54년이나 화과자를 만들어 왔다는 노보루 할아버지의 가게를 찾았다. ‘어서오십시오’,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쪽지를 보며 또박또박 한국 말로 인사를 한다. 감동이 막 밀려온다. 꽃다운 나이 열 다섯에 화과자 만들기에 입문하여 50년 이상 화과자만 만들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노보루 할아버지의 지도로 화과자 만들기 체험에 나선다. 체험 후 장인이 만든 작품을 둘러본다. 정원과 건축물 등 여러 가지 장식물이 과자로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다.



바다 옆에서 즐기는 짭짤한 온천욕      
 
일본의 중앙부 동쪽, 태평양에 면한 시즈오카현은 북쪽으로는 후지산이 있고, 남쪽 태평양쪽으로는 60km 가량 뻗은 이즈 반도를 끼고 있다. 이즈 반도는 화산 활동과 지각 운동으로 지금도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덕분에 곳곳에서 솟아나는 온천과 멋진 해안 절경을 자랑한다. 이즈 반도의 초입 아타미에서 한국 최초의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이야기를 만난다. 박경원이 비행 중 사고로 꽃다운 삶을 마감한 곳이 바로 이곳. 이곳 사람들이 그의 주검을 잘 묻어 주었다고.
바다가 보이는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노천온천탕으로 나가 본다. 파도 소리가 들리는 바닷가 노천온천탕에 몸을 담그니 온몸의 긴장이 일시에 풀리고 머리가 맑아진다. 배가 지나다니지만 무슨 대수랴. 온천수를 한 모금 들이켜 본다. 좀 짭짤하다. ‘그래 이곳이 아타미(熱海)지.’ 말 그대로 ‘뜨거운 바다’다. 바다 암반에서 솟는 온천수라 아무래도 소금끼가 배어든 듯.


 ⓒ 트래비

1. 시즈오카현 아타가와 온천의 원천
2. 창쪽으로 좌석을 내, 밖을 볼 수 있도록 꾸민 이즈큐 객실 
3. 시즈오카 현 조가사키 해안풍경


넷째 날 아침, 이즈반도 해안선을 따라 아타가와(熱川)에 있는 바나나와니엔으로 향한다. 온천수의 열기를 이용하여 9,000여 종의 열대 식물과 27종 350마리의 악어를 키우는 곳이다. 악어 외에도 거북이와 귀여운 팬더도 있다. 열대 식물관에 들어서자 바나나와 커피, 망고 등 다양한 열대 식물들이 보인다. 풍부한 온천 열수를 이용한 기막힌 아이디어다.

열차 타고 바다를 보다

이즈고원 역으로 향하는 이즈큐(伊豆急行) 열차에 오른다. 제일 앞은 계단식으로 좌석을 배치해 어디에 앉더라도 전망을 즐길 수 있다. 한 칸은 아예 좌석을 바닷가 쪽으로 돌려 놔, 달리면서 바다 풍경을 조망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을 즐기는 사이 열차는 이즈고원 역에 다다른다. 

점심 후 이즈고원 역에서 가까운 죠가사키 해안으로 향한다. 오무로 산의 화산 분화로 흘러온 용암이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 형성된 해식애(海蝕崖)가 절경이다. 이곳은 가도와키 등대를 중심으로 9km의 산책로가 있어 멋진 해안 풍경을 즐기며 데이트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요코하마로 가는 길에 기운각(起雲閣)에 들른다. 기운각은 아타미 시내에 있는 부지 3,000평의 오래된 일본식 별장이다. 과거 수많은 문인들이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한 유서 깊은 곳으로 여관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지금은 아타미시가 관리하고 있는 관광 명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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