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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안상태 - 안어벙 개그의 언덕으로 올라~봅시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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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우리에게는 안어벙으로 더 잘 알려진 안상태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파타야가 어디에요? 경기도 파타야?” “풀빌라? 그게 뭐에요?”라고 말한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 영락없는 ‘촌놈’이다. 연예인이 되어서도 너무 바쁜 스케줄에 떠밀려 해외여행은 엄두도 못냈다. <개그콘서트>의 ‘깜빡 홈쇼핑’에 영화 출연까지 한창 바쁠 때에는 너무 피곤해서 물건을 잡으면 손에 힘이 풀려 툭 떨어트릴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제대로 휴식시간을 갖고 싶다는 마음만 간절했다. 그러던 차에 작년, 결혼을 하고 떠난 허니문은 그야말로 꿀처럼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필리핀의 세부에서도 30분 동안 배를 타고 들어가야 닿을 수 있는 사밀란 섬. 배 위에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국의 색다른 느낌이 와 닿았다. 

“섬 자체가 너어~무 예뻐요. 스킨스쿠버도 했는데 숨이 ‘딱’ 막히는 거야. 아유~ 죽는 줄 알았어요. 특히 원두막에서 안마를 받는데 바람이 ‘쉬쉬’(눈을 감고 두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시원한 바람을 느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불어오는데~. 야~. 피부가 바람에 날아가는 것 같았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밥을 차려 주고, 너어~무 좋았어요~.”

어쩜 이리도 말투며 설명하는 제스처까지 텔레비전 속에서만 보던 ‘깜박 홈쇼핑’의 안어벙 그대로일까. 그가 개그 속에서 부르짖던 “빠져~ 봅시다~”라고 외치지는 않아도 절로 그의 즐거운 여행이야기에 “레드 썬!” 최면에 걸린 듯 몰두하게 된다.

여행은 강한 비트의 심장 박동을 진정시켜 준다

군 제대 후 홀로 계룡산에 올랐다. 특별히 산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을 극복하는 방법을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마침내 계획하던 계룡산에 올라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눴다(이 장면을 설명할 때도 1인 2역이 되어 혼잣말하는 모습까지 리얼하게 보여 준다).

“계룡산 여인숙에 묵으며 나 자신에게 ‘그래 넌 이건 잘못했다. 그렇게 살면 안 되지’라고 호통도 치고 더우면 냉장고에 머리를 넣고 열도 식혔어요. 깜깜한 밤, 깊은 산 속이라 그런지 내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다음 날 계룡산의 정상에 올라 ‘야호’를 외치다가 먼저 자리를 잡고 가부좌를 틀고 있던 ‘도사’(?)와 막걸리 한잔을 나눠 먹고 함께 험한 계룡산을 내려왔다.

“그 도사님이 한번 올라갔던 길로 다시 내려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풀들이 무성한 길을 기다란 칼로 풀을 휙휙 베면서 내려가는데 깜~짝 놀랐죠. 가파른 산의 경사에 죽을 뻔하기도 했고.”

신혼여행으로는 자연과 함께해 봤으니 결혼 1주년 때는 유럽처럼 문명이 있는 곳에 가고 싶단다. 영화 <프렌치키스>를 진짜 재밌게 봤는데 영화 속 맥라이언은 에펠탑을 보지 못하고 영화가 끝난다. 안상태는 에펠탑이 보이는 야외 카페에서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아내와 그윽한 분위기를 한껏 잡아보고 싶다. 

“여행은 필요해요. 저 같은 촌놈에게는 시야를 넓히는 일이기도 하고 특히 도시인들은 여유로움을 못 느끼잖아요. 하지만 여행지에서 느꼈던 추억은 불안감을 해소해 주죠. 그 왜 심장 소리가 ‘쿵쿵따! 쿵쿵따! 쿵쿵따! 요!’ 이런 비트로 막 뛰다가 여행을 회상하면 ‘쫙’ 가라앉아, 마음이. 그런 걸 느끼며 아! 슬럼프에 빠질 때, 각박해질 때는 여행을 가야겠구나…”


ⓒ 트래비

‘안어벙’이 아닌 ‘안상태’로

 능청스럽고 천연덕스러운 ‘안어벙’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리 안상태는 누나 둘을 둔 외아들로 자라 어려서부터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게다가 고향(충남 예산)에서 먼 거리를 걸어서 통학했던 까닭이었는지 생각이 너무 많은 아이였다. 개그를 시작한 것도 수줍음 많은 성격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2001년 개그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거리 무료 공연을 시작했다. 전국을 떠돌며 공연할 수 있는 장소라면 어디에서든 사람들을 웃겼다. 그렇게 ‘거리의 개그맨’으로 3년을 보냈다. 그러다 연예 매니지먼트사 대표의 눈에 띄어 소극장 무대에 섰지만 고생은 여전했다. 

4년간의 고생 덕에 2004년 K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5개월간 단역만 하다 11월 드디어 선배 김진철과 함께 ‘깜빡 홈쇼핑’으로 단숨에 큰 인기를 얻었다. 그렇게 그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근한 ‘안어벙’으로 KBS 연예대상의 신인상과 최우수 코너상까지 거머쥐었다. 

“아무리 인기 있는 코미디라도 7∼8개월 정도 가면 식상해요.‘깜빡 홈쇼핑’은 무려 10개월을 끌었어요. 저 스스로도 지루한데 시청자들이 정말 좋아해 줄까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깜빡 홈쇼핑’을 접고 영화 <안녕, 형아>, <야수와 미녀>에 <작업의 정석>에서의 비광도사까지 성공적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했다. “솔직히 모 영화는 순전히 ‘안상태’ 때문에 빛났다”라는 칭찬에 기자의 손을 부여잡으며 아이처럼 기뻐했다. 

조만간 그는 KBS의 시트콤 <숄져 패밀리>에서 약삭빠르고 뺀질뺀질한 상병역으로 브라운관에 컴백할 예정이다. 높은 산맥을 넘나드는 High Comedy가 아닌 아이건 어른이건 쉬이 오를 수 있는 ‘언덕’ 같은 편한 개그를 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개그 소신이다. 시종일관 안어벙 캐릭터로 주변을 키득키득 웃기면서 이야기를 하다가도 자신만의 철학과 고생했던 시절을 회상할 때는 진지하고 분명하게 ‘안 어벙’한 모습으로 뚜렷한 소신을 설명한다. 

디즈니의 만화영화 <라이언킹>에서 심바의 친구인 장난꾸러기 미어캣 티몬을 닮은 안상태. 능청스럽게 농담을 던지다가도 순박하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한가득 머금는 귀여운 남자. 그의 알콩달콩 깨소금 향기 폴폴 풍기는 사랑스러운 신혼생활과 더불어 느리지만 착하고 편한 개그, 그리고 더 넓은 영역에서의 활약상까지 실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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