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형의 달콤 쌉싸름한 라틴아메리카 여행일기 4
채지형의 달콤 쌉싸름한 라틴아메리카 여행일기 4
  • 트래비
  • 승인 2006.03.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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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 38도의 달콤함, 데낄라 

데낄라와 코로나, 선인장과 프리다 칼로, 마리아치와 루차 리브레, 사파티스타와 죽음의 날.
제가 어디에 와 있는지 감이 오시는지요. 바로 정열의 나라, 멕시코입니다. 이 중에서도 데낄라는 제가 멕시코를 동경하게 만든 주인공이었습니다. 탁자를 탁탁 두드리며 마시던 첫 사랑과의 추억 때문이지요. 이미 38도의 데낄라보다도 더 독한 마음으로 이별을 나눈 지 오래되었지만요.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초록빛 선인장 바다

데낄라가 멕시코의 상징처럼 된 것은 멕시코가 선인장의 나라이기 때문이지요. 멕시코 국기에 선인장이 있을 정도로 선인장과 멕시코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랍니다. 멕시코에서 나는 선인장 종류만 해도 2,000여 가지라는군요.  

데낄라를 맛보기 위해 달려간 곳은 멕시코 제2의 도시 과달라하라(Guadalajara)였습니다. 그곳에서 한 시간을 더 갔더니 사방에 데낄라의 원료인 선인장, 아가베 밭이 펼쳐진 데낄라 마을이 나오더군요. 데낄라 공장에 가기 전에 일단 그곳에 내렸습니다. 

멋진 카우보이 모자에 청바지를 입은 후안씨는 능숙한 칼 솜씨로 아가베의 뿌리를 잘라서 파인애플 모양으로 만들더군요. 이렇게 동그랗게 다듬어진 뿌리가 데낄라의 원료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하늘을 콕콕 찌를 것 같은 선인장 밭을

지나 데낄라의 명가 호세 꾸에르보(www.mundocuervo.com)에 도착했습니다. 공장 입구에는 아가베 밭에서 막 실어온 듯 한 구형의 아가베 뿌리가 산처럼 쌓여 있더군요. 

다듬어진 뿌리들을 가마에 넣어 푹푹 찌는 것이 데낄라를 만드는 두 번째 단계입니다. 찐 아가베 맛을 보니 어찌나 달던지, 단 고구마 맛이 나더군요. 이렇게 달짝지근한 아가베를 발효시킨 후, 증류하면 투명한 데낄라가 만들어집니다. 막 증류된 데낄라는 어찌나 독하던지요. 

투명한 데낄라는 참나무 통에 들어가게 된답니다. 와인처럼 말이죠. 데낄라 역시 12개월 이상 숙성시킨 아네호(anejo)를 좋은 상품으로 친답니다. 데낄라 역시 데낄라를 만드는 성분들이 조화를 이룰 때 부드러워진다며, 기다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더군요.



데낄라 공장을 둘러본 후, 기다리던 데낄라 시음 시간이 왔습니다. 스트레이트 잔에 담긴 데낄라를 기대하고 있는데, 브랜디 글라스가 나오더군요. 왜 그런가 했더니 향을 음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호세 쿠에르보에서 일하는 카르멘은 데낄라에도 와인처럼 다양한 향이 있다며, 향을 먼저 음미하라고 주문하더군요. 와인처럼 진한 향은 아니었지만 오크향이 나는 듯하더군요. 

데낄라의 향, 그리고 세계화 전략

진한 데낄라가 들어가니 가슴이 금세 타올랐습니다. 데낄라에 이어진 인기 칵테일 마가리타. 둥근 잔 둘레에 소금을 친 마가리타는 그 어느 곳에서 마셨던 것보다도 달콤하게 목을 타고 넘어가더군요. 내내 과묵하게 설명만 듣던 사람들이 데낄라 한잔에 농담을 나누며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습니다.  



마가리타를 마시며 첫 사랑을 떠올리지 않았느냐구요? 다소 생뚱 맞지만 우리나라 술 산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답니다. 제가 데낄라 마을에서 놀란 것은 데낄라의 진한 향만큼이나 뛰어난 상품화 전략이었거든요. 데낄라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 것은 그다지 오래된 일이 아니더군요. 데낄라뿐만 아니라 멕시코의 다른 주에도 유명한 토속주들이 있었는데, 이 중에서도 호세 쿠에르보와 같은 오래된 데낄라 공장들이 수출 주도적인 전략과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데낄라 산업을 멕시코의 국가산업으로 키워 낸 것입니다. 

카르멘은 데낄라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데낄라 마을이 있는 할리스코 주의 상당수 사람들이 데낄라와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데낄라가 멕시코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데낄라를 보면서 소주와 우리나라 지방 곳곳의 유서 깊은 술들이 떠오르더군요. 우리의 술도 데낄라처럼 세계인의 술로 자리잡는 날이 와서 다음에는 소주 공장 투어를 멕시코 사람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바램이 들었습니다.

채지형 pinkpuc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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