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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낸시 랭 - 낸시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3.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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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사람들은 묻는다. 요즈음 ‘낸시 랭’이란 말이 유행어처럼 떠도는데, 그녀의 정체가 도대체 뭐냐고.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중국인인지 국적을 알 수 없는 그 독특한 이름부터, 행위예술과 패션 디자인, CF 모델 등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이력까지…. 도대체 그녀의 정체는 뭘까? 


낸시 랭은 “전 미술을 하는 아티스트예요”라는 한 마디로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큐티(cutie)’와 ‘섹시’가 낸시 랭 스스로가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이는 관형어라면 기자는 그녀의 이름 앞에 ‘당당한’, ‘발랄한’, ‘독특한’이라는 관형어를 붙여 주고 싶다. 그녀를 만나 사진 촬영을 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계속 생각했다. ‘도대체 저 자신감과 당당함 그리고 독특한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기자와 만난 스튜디오 한쪽에 걸려 있던 그림을 물끄러미 보던 낸시 랭, 대뜸 “어, 반 고흐 작품이네. 난 고흐는 싫은데…. 고흐보다는 피카소 같은 사람이 좋아요” 한다. 왜 고흐를 싫어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삶이 우울하잖아요. 우울한 건 싫어요”라며 짧고 명쾌한 답을 던진다. 그리고는 마치 오랜 친구와 이야기하듯 대화를 이어간다. “전 생생한 꿈을 자주 꾸는데요. 물속에서 숨쉬는 꿈이나, 하늘을 나는 꿈을 자주 꿔요. 그 꿈들이 너무 생생해서 그게 꿈인지, 현실이 꿈인지 헷갈릴 정도예요. 제가 가장 행복할 때가 물속에서 숨쉬고, 하늘을 나는 꿈을 꿀 때예요. 그런 행복감은 현실에서는 도무지 맛볼 수 없는 그런 감정이예요. 이상한 건 물속에서 숨을 쉬는데도 아무런 저항이 없다는 거예요.” 그와의 대화가 이어질수록 기자는 그의 독특한 매력에 점점 매료되고 있었다.

‘꿈과 갈등’에 마음을 담다

낸시 랭을 언뜻 보면 세상 어려움 같은 건 전혀 모르고 자란 철없는 부잣집 아이 같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힘든 방황의 시기가 있었다. “사실 전 세상에 무서울 게 없었어요. 풍족하게 쓰고 즐기면서 부잣집 공주님처럼 지냈으니 세상에 무서울 게 뭐가 있었겠어요?” 그러다가 그녀가 대학시절, 어머니의 사업이 실패하고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그녀는 더 이상 부잣집 공주님이 아니었다.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음주가무에 푹 빠져 지내고, 자살까지 생각했다. 그런 그녀를 구해 낸 것은 바로 그녀의 꿈이었다. 그녀는 지금도 그 순간을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한다. 

“절망에 빠져 지내던 그 시절, 버스를 기다리는데 햇살이 유난히 투명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문득 ‘내가 왜 사는가’란 생각과 함께 성경에 나오는 달란트 구절이 뇌리를 스치더라구요. 그러면서 제가 갖고 있는 재능에 대해 생각하게 됐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아트밖에 없더라고요. 막연하게 갖고 있던 아티스트라는 꿈에 대해 그때부터 집중하게 됐던 것 같아요. 왜 땅바닥을 한 번 짚고 일어난 그런 느낌 있잖아요. 그때부터 내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렸죠.” 그리고 그녀는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꿈꾸는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낸시 랭의 인생에 어떤 전환점이 되려고 했는지 비엔날레 주제도 ‘꿈과 갈등’이었다. 당시 그녀의 마음을 가장 잘 담아 낼 수 있는 주제였다. 빨강 란제리에 하이힐을 신고 바이올린을 켜는 퍼포먼스(행위예술)로 드디어 낸시 랭이란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러 미술 장르 중 굳이 퍼포먼스를 택한 이유를 묻자 낸시 랭은 역시나 명료하게 “돈이 없어서”라고 답한다. 다른 예술 분야는 돈이 없으면 힘들지만 퍼포먼스만은 돈이 없이도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 트래비

낸시 랭의 여행은 '작업의 과정'

낸시 랭에게 최고의 여행지는 단연 베니스다. 2003년 여름 비행기 표 한 장 달랑 들고 베니스 비엔날레로 향하던 그때의 흥분과 기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그리고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뉴욕 맨해튼. 맨해튼에서도 베니스와 똑같은 퍼포먼스를 하고 큰 호응을 얻어냈다. 낸시 랭은 아티스트에게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작업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동기 부여를 받는다는 것. 낸시 랭은 여행지에 가면 어떤 때는 쇼핑가를 마음껏 돌아다니고, 또 어떤 때는 서점에 틀어박혀 책을 보거나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곤 한다. 여행이 곧 자료 수집이자 작업의 과정인 셈이다. 그런 그이기에 한 번쯤은 어머니랑 몰디브로 가서 그냥 편히 쉬고 오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마음도 참 예쁜 아티스트

“아티스트란 사람들에게 판타지와 시간 여행을 하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낸시 랭. 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낸시 랭이란 이름 역시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국제 변호사를 통해 바꾼 이름이다. ‘랭’이란 성을 듣고 중국인이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는 그녀는 “랭이란 성은 미국인, 프랑스인, 중국인, 유대인 등이 두루두루 사용하는 국제적인 성”이라고 말한다.
3월말이나 4월초에는 명작을 패러디한 낸시 랭의 최근 작품에 간단한 글을 곁들인 <비키니 입은 현대미술>이라는 책이 나오고, 5월에는 낸시 랭 주최 자선 기부 파티가 열린다. 낸시 랭은 “누구를 위한 자선 기부 파티냐고요? 바로 젊은 아티스트들을 위한 자선 파티예요” 한다. “불우이웃이나 장애우 등을 위한 자선 행사는 많지만, 젊은 아티스트들을 위한 자선 행사는 거의 없는 편이예요. 돈이 없어서 좋은 물감이나 도구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을 위해 자선 행사를 열 예정이예요.” 본인이 그런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젊은 아티스트들이 재정적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고 싶다. 아티스트 낸시 랭은 마음도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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