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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형의 달콤 쌉싸름한 라틴아메리카 여행일기 6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4.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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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다른 ‘멕시코 미이라 박물관과 페루 라르꼬 박물관’

보랏빛 소에 대해서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한 마케팅 전문가가 프랑스 초원을 여행할 때 이야기입니다. 초원의 아름다운 풍경과 수백 마리의 소에 감탄하다가 이것이 지속되니까 아름다운 풍경이 지겨워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때 나타난 것이 보라빛 소. 모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봅니다. 베스트셀러 <보라빛 소>의 저자 세스고딘은 보라빛 소처럼 뭔가 다른, 리마커블한 것이 있어야 한다고 책에서 강조하죠. ‘뭔가 다른 것’이 인정받는 요즘 시대에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될 법한 이야기입니다. 

라틴아메리카에는 멕시코의 인류학 박물관이나 페루 국립박물관처럼 훌륭한 박물관들이 즐비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뭔가 다른 박물관 두 곳을 소개해 드릴려구요.

죽음을 유희하는 '멕시코 미이라 박물관'

먼저 멕시코 과나후아토라는 도시에 있는 미이라 박물관입니다. ‘웬 미이라?’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손 꼽히는 유명한 박물관이랍니다. 멕시코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오는 여행자들로 입구에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지요. 

119구의 미이라가 전시되어 있는 이곳은 간난 아기부터 임산부까지 다양한 미이라가 잠자고 있습니다. 빨간색 카펫에 누워 있는 미라들을 보고 있자니 왜 그리 측은지심이 들던지요. 

박물관 해설사의 말을 빌자면, 1865년 정부에서 공동묘지가 부족해서 오래된 무덤을 팠는데, 그 안에 미라가 있더랍니다. 이 지역의 땅에 미네랄 성분이 있어서 뼈만 남아야 할 미이라가 계속 보존되고 있는 것이라고요. 아직도 공동묘지를 파면 미이라가 나오고 있다고 하더군요. 

미이라 박물관 부속으로 멕시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문화를 설명하는 박물관이 딸려 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유난히 해골을 테마로 만든 인형과 그림, 그리고 해골 표 사탕 등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봤는데요. 이런 것들은 죽음을 해학적으로 해석하려는 그들의 독특한 문화라고 하더군요. 특히 죽음의 날(dia del muerte)인 11월1일과 2일은 우리 추석처럼 조상님들께 차례를 지내고 흥겨운 축제를 벌인답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금기시하고 조상님에 대한 차례를 경건하게 지내는 우리와는 어찌나 그리도 다르던지요. 새로운 문화 충격이었답니다. 

'페루 라르꼬 박물관'의 에로티즘 전시관

두 번째 소개해 드릴 박물관은 페루의 수도 리마에 있는 '라파엘 라르꼬 에레라 박물관'입니다. 국립박물관보다 더 많은 유물을 가지고 있다는 이곳은 고고학자인 라파엘 라르꼬 에레라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더군요. 

기원전 1500년 전 토기부터 페루지역의 유물을 4만5,000여 점이나 보유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코믹하고 유쾌한 작품들이 많더군요. 특히 토기에 그려진 사람들의 표정이 어찌 그리 재미있던지, 박물관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 박물관의 백미는 에로티즘 전시장이랍니다. 본 전시장보다도 더욱 관람객들이 북적이더군요. 이곳에 전시된 유물들은 페루 북쪽의 까하 마르까라는 곳에서 주로 출토된 토기들이라는데요. 어쩌면 그렇게 적나라하게 성교 장면들을 묘사하고 있던지요. 한 손으로는 상대방의 성기를 만지면서 한 손으로는 머쓱한지 머리를 긁고 있는 토기, 해골이 자위하는 토기. 천년 전 사람들도 지금과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성생활을 즐겼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왜 이런 토기를 만들었을까 무척 궁금하더군요.

이 두 곳의 박물관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크고 작은 박물관들이 다양하더군요. 볼리비아 코파카바나의 '판초 박물관'이나 라 파즈의 '코카 박물관', 쿠바의 '럼 박물관' 같은 곳들이요. 우리에게도 녹차 박물관과 소리 박물관처럼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독특한 박물관들이 있는데요. 현재의 수준을 조금만 높여서 세계인 누구나 방문하고 싶어하는 ‘보라빛 소’ 박물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더군요.

채지형 pinkpuc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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