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형의 달콤 쌉싸름한 라틴아메리카 여행일기 8
채지형의 달콤 쌉싸름한 라틴아메리카 여행일기 8
  • 트래비
  • 승인 2006.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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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의 향연, 라틴의 시장들


ⓒ 트래비

"한 개에 얼마예요?"
"큰 건 10페소, 작은 건 3페소예요."
"그러지 말고 좀 깎아 주세요. 작은 거 2개에 3페소 주시면 안 되요?"

여행을 시작한 지 10개월째. 흥정을 즐기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는 짠순이가 다 되었답니다. 어디에서든 일단 가격을 내려서 부르죠. 심지어 현지인 시장에서도 말이죠. 

ⓒ 트래비
멕시코에서도 가장 멕시코답다는 오아카의 11월20일(라틴아메리카에서는 기념일을 시장이나 길 이름에 붙인답니다) 시장. 치즈 한 조각을 사려고 흥정을 하고 있었더니, 방금 치즈 한 묶음을 시장 바구니에 넣으신 할아버지가 치즈 한 뭉텅이를 꺼내서 제게 주시더군요. 

"아가씨, 오아카의 치즈 맛은 특별해요. 그 정도로(저는 겨우 한 조각 사려고 하고 있었거든요)는 진정한 맛을 볼 수 없지. 버스에서 꼭꼭 씹어 봐요. 오아카의 고소하고 끈끈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게야."

안토니오라고 자신을 소개한 할아버지는 제 손에 치즈를 쥐어 주시곤 어디론가 사라지시더군요. 잠시 멍하니 있다가 할아버지가 사라지신 방향을 향해 "그라시아스(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드렸지요. 현지인 시장은 이렇듯 여행자를 위한 시장과는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11월20일 시장에는 오아카산 치즈 외에도 저의 흥미를 돋우는 음식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캄보디아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벌레 튀김이 있더군요. 생긴 것은 바퀴벌레처럼 생겼는데, 귀뚜라미도 바퀴벌레도 아닌 다른 종류의 식용 벌레였습니다. 벌레 튀김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더니 할머니가 옆에 앉으라고 그러시더군요. 할머니가 건네주신 벌레 튀김 맛이 생긴 것과 달리 어찌 그리 감칠맛이 나던지요. 2페소 어치를 사서 매운 맛, 달콤한 맛, 보통 맛을 골고루 음미하고 있는데, 갑자기 동네 사람들이 할머니와 제 주위로 몰려들더군요. 외국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현지인 시장에서 외국인이 벌레튀김을 먹고 있는 게 신기했던 모양입니다. 

"맛있어요?"
"네, 매콤 달콤 맛있어요"

엉겁결에 저는 '무이 리꼬(아주 맛있어요)'를 외치며 벌레 튀김 가게 바람잡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벌레 튀김 한 동아리가 동이 나는 데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할머니와 저는 매운 살사가 듬뿍 들어간 타코를 나눠 먹으며 오늘의 행운에 대해 흥분하며 즐거워했답니다. 역시 시장은 정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의 마음이 닿는 곳이었습니다. 
현지인 시장의 즐거움은 현지 사람들과 섞이는 데 있지만 라틴아메리카의 인디오 시장의 미덕은 라틴의 열정만큼이나 아찔함을 선사하는 화려한 색에 있었습니다. 마치 축제 리허설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찬란한 색들!


ⓒ 트래비

민예품 시장으로 유명한 과테말라의 치치카스테낭고. 목요일과 일요일이 되면 폭발할 것 같은 열기가 이 작은 도시를 사로잡지요. 초록색과 분홍색이 뒤섞인 장식물을 이고 다니는 마야 후손들을 보면 퍼레이드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답니다. 

좁은 길에 빼곡히 들어서 있는 물건들, 전통 의상을 입은 작고 까만 마야 여인들, 혼란스러운 그 길을 걷다 보면 정신이 다 몽롱해질 지경이랍니다. 

멕시코 인디오 시장으로 유명한 치아파스 주의 산크리스토발. 그곳에서도 30분 정도 떨어진 산후안 차물라 인디오 마을에 열리는 자그마한 인디오 시장. 그리고 잉카 문명을 볼 수 있는 페루 쿠스코의 민예품 시장과 성스런 계곡에 있는 피삭 시장, 볼리비아 라 파즈의 사가마가 거리는 가난한 여행자들의 주머니까지 탈탈 털어 내는 마력을 가진 곳들이지요.

쇼핑은 많이 했냐구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어 아쉽게도 조물락거리기만 한 채 돌아서야 했답니다.
제가 안타까워하며 돌아섰던 라틴의 시장들, 사진으로 한번 둘러보시겠어요?

채지형 pinkpuc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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