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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② 사마르칸드 - 황제의 도시로 번성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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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타슈켄트에서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서 도착한 곳은 기차역. 이른 새벽 여물지 않은 여명 속에서 단단하게 보이는 고딕형의 건물이 보인다. 기차 내부는 유럽의 어느 기차에도 뒤지지 않는다. 6명씩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복도와 분리돼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직원들이 간단한 샌드위치와 차를 제공해 주기 위해 복도를 오가고 있었다. 

아침 7시에 출발한 기차는 넓은 초원과 거대한 산맥 사이를 달려 4시간 후인 11시에 사마르칸드에 도착했다. 광활한 초원의 비단길을 따라 대상을 이끌고 이곳을 지났을 옛날 옛적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사만르칸드 역에 도착하니 마침 이곳에서 열리는 큰 행사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과 전통악단이 함께 나와 기차에서 내리는 참가자들을 반기고 있었다. 어쨌든 기분은 좋다. 

사마르칸드는 우즈베키스탄 제2의 도시로 ‘사람들이 만나는 도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크로드가 번성하던 1~7세기 당시, 오아시스 주변에서 형성돼 함께 발전된 도시가 바로 사마르칸드로, 아미르 티무르 시대의 수도로서 매우 번성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옛날의 번성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예스러움을 간직한 한적한 도시로 여행자를 반기고 있다. 

이곳 사마르칸드의 중심은 레기스탄 광장이다. ‘모래로 덮여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레기스탄 광장은 왕의 알현식과 각종 국가행사, 그리고 사형장으로서도 사용됐던 곳으로 우즈베키스탄을 상징하는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슬람 양식으로 지어진 세 개의 건물은 각각 이슬람 학교와 사원으로 사용됐으며 외부에는 색색깔의 장식이 남아 있어 당시의 번영을 잠시나마 느껴 볼 수 있다. 우상숭배와 신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슬람교의 교리를 따르기 위해 건축학, 기하학, 수학 등을 발전시킨 이슬람교는 완벽한 좌우대칭의 건축으로 신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중동과 인도를 따라 중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이슬람의 문명은 거대한 영향력을 퍼뜨렸다. 


ⓒ 트래비

1.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2. 사마르칸트 기차역의 풍경
3. 전통복장의 인형과 공예품들

옛 방식을 그대로 지키는 종이공장

이곳에서는 옛 방식 그대로 종이를 만드는 곳을 방문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남아 있다는데, 우리네 방법과 거의 동일하게 종이를 만드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친숙해 보였다. 

주로 뽕나무 껍질을 삶아 종이를 만드는데, 수차의 힘을 이용해 삶은 종이를 으깨거나 체를 이용해 걸러 내서 종이를 만든다. 지금은 주로 옛 문서들을 복원하는 데 쓰는 종이나 기념품용으로서 팔려 나간다고 한다. 


ⓒ 트래비

1. 큰 잉어를 잡아 반찬으로 파는 상점이 이색적이다
2. 레기스탄 광장은 사마르칸트 관광의 핵심이다
3. 기차에서 만난 우즈벡 아이들의 미소가 싱그럽다.

1940년산 와인을 맛보다

유럽의 영향을 받아 이곳 우즈베키스탄에도 양질의 포도가 재배되고 와인이 생산되고 있었다. 와인너리 깊숙한 곳에 위치한 개인 포도주 창고는 당시 공장의 주인이었던 이가 수천 병의 와인을 모아두고 즐기던 곳이라고. 특별히 안내받은 일행은 그곳 와이너리에서 30년 이상을 몸담고 있는 소믈리에 할아버지의 안내를 받으며 10여 종류의 와인을 맛보고 잠시나마 조예 깊은 소믈리에가 된 듯한 느낌을 맛볼 수 있었다. 

맨 처음으로 맛을 본 1940년산의 와인은 뭐랄까, 와인에 조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시간’의 맛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이후 각각 다른 맛, 다른 느낌의 와인들을 맛보다 보니 어느새 몸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사랑했던 아내를 위한 모스크

아미르 티무르 왕이 8명의 왕비 중에 가장 사랑했던 왕비 비비하임을 위해 지은 ‘비비하눔 모스크’는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각지에서 모인 200명의 기술자와 500명의 노동자, 그리고 95마리의 코끼리를 동원해 공사를 마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위대한 왕들은 아내를 사랑했던 마음이 유난히 컸던 것일까? 아니면 그들이 가지고 있던 부와 힘이 위대한 작품을 만들게 했던 것일까? 인도의 건축왕 샤자한이 자신의 아내, 뭉타즈를 위해 만든 무덤 타지마할의 위용과는 또 다른 느낌이 이곳 중아아시아의 한 가운데서 느껴진다. 


ⓒ 트래비

1. 도시만큼이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시욥시장의 아침풍경
2. 비비하눔 모스크 
3. 전통방식으로 종이를 만드는 풍경
 

그곳이 낯설지 않은 이유


비비하눔 모스크 바로 곁에는 비비하눔 모스크와 함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시욥 재래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사원과 모스크 주변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서 인근에 시장과 장터도 자리를 잡게 됐다. 

이곳 시욥시장에서는 주로 먹거리들이 많이 판매되는데, 특히 건과류가 저렴해서 호두와 건포도, 각종 과일 말린 것 등 다양한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깐 호두를 상등품으로 1kg 골랐더니, 6,000숨(한화 약 6,000원)을 달란다. 조금 깎아 달라는 말에 손사래를 내젓더니 한 움큼 집어서 봉투에 더 넣는다. 

아침 일찍부터 이곳에서 물건을 팔기 위해 길을 나선 일가족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슬람의 문화와 우즈벡 사람들의 친근함이 오래된 도시, 사마르칸드의 마력 속에 녹아들었다.

우즈베키스탄의 화폐 ‘숨’

ⓒ 트래비

호텔 로비에 있는 환전소 게시판을 보니 ‘1달러=1,208숨’이라고 돼 있다. 100달러를 내밀었더니 꼼꼼하게 살펴본 후, 지폐를 한 뭉텅이나 챙겨 준다. 가장 큰 고액권이 1,000숨밖에 안 되기 때문에 100달러에 대한 숨은 무려 120장이 넘는 지폐다. 이후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고액의 거래를 할 때는 돈을 상자나 큰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닌다고 한다. 가끔은 돈 상자를 차에다 싣고 내리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단다. 우리나라라면 충분히 의심받을(?)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이곳에서는 100장 단위로 묶여 있는 ‘숨’은 웬만하면 세지 않고 그냥 주고받는다고 한다. 액수가 클 경우에는 그 돈을 세다가 볼장 다 본다는 이야기다.

글 사진 : 류한상 기자 han@traveltimes.co.kr
취재협조 : 우즈베키스탄 항공 02-754-1041 / 중앙아시아전문 칸투어 031902-7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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