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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 그곳에 우리가 생각하는 멕시코는 없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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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세기 동안 전세계인은 멕시코에 대한 확고한 고정관념을 가져 왔다. 어느 나라의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가든 멕시코인을 표현한 그림이나 장식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멕시코인의 특징이 나타나 있다. 바로 커다란 버섯 모양의 솜브레로를 쓰고 모자가 드리우는 그늘 아래 앉아 시에스타를 즐기고 있는 남자, 즉 아가차도의 모습이다. 이 이미지와 더불어 멕시코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성시키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도시의 떠돌이 빈민층인 펠라도다. 미국 영화는 빈 맥주병이 흩어진 테이블에 앉아 한탄과 불평을 늘어놓는 이들을, 선량한 미국인을 괴롭히는 악당으로 묘사하곤 한다. 

한번 생각해 보자. 과연 이것이 멕시코인의 진정한 모습일까? 낮잠 자는 시골 농민은 하루 열두 시간씩 뼈 빠지게 일하던 중 잠깐 낮잠을 자고 있던 것일 수도 있으며, 도시의 펠라도가 벌이는 소동은 영국의 훌리건이나 미국의 철없는 난동꾼의 폭력과 비교하면 무색할 정도다. 멕시코에 대한 고정적인 이미지와 오해는 많은 부분 미국 문화 자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또 한편으로 보자면 앞서 말한 멕시코 남자들의 두 가지 모습은 모두 마초이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제, 마초이즘은 가라

오랫동안 마초이즘은 멕시코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멕시코 마초이즘에 대한 오명의 시작은 1600년대 스페인의 황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금시대 문학의 많은 주제가 외양과 실제의 갈등에 관한 것이었다. 어머니와 아내, 자매와 딸들은 남들에게 항상 정숙하며 순결한 모습만을 보여 주어야 했다. 남자들의 명예는 그들의 정숙함과 순결에 달려 있었다. 여자에 대한 모욕은 그들의 아들, 남편, 오빠나 남동생, 아버지가 모욕을 준 자와 결투를 벌여 복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내가 정말 정숙하더라도 마을 사람들이 정숙하지 못하다고 여기면 남편은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아내를 죽여야 했다. 남자들은 명예를 지키는 것을 현실이나 진실보다 가치 있게 여겼다. 이것이 17세기 스페인의 사회상이었다.

멕시코의 카우보이 영화는 300년 전 스페인 황금시대의 연극과 닮았다. 자신의 여자가 모욕을 받은 사실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질 경우 피의 보복을 해야 했다. 카우보이는 멕시코식 로데오 경기인 차레아다(charreadas)에서 강한 남성성을 드러내 보여야 했다. 

멕시코 카우보이 영화에서 가장 ‘마초다운’ 캐릭터는 보통 솜브레로를 쓰고 있는데, 이것은 커다란 모자가 마초이즘에 있어 중요한 요소임을 시사한다. 이 커다란 모자를 쓰고 멕시코인들은 혁명을 치러 냈으며, 로데오 경기에 임하고, 투우 경기에서 소들을 굴복시켰다. 1910년 혁명의 오랜 여파 속에서 멕시코 카우보이 영화에 등장하는 명예의 개념은 완전히 바뀌었다. 혁명의 시기 동안 여자 군인들이 보여 준 대담성과 용기는, 커다란 솜브레로를 쓰고 말을 탄 모습의 영화배우 마리아 펠릭스로 대표되는 터프한 여성 캐릭터를 낳았다. 현대화되고 도시화된 멕시코에서 마초이즘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메스칼은 BMW, 테킬라는 캐딜락?

멕시코 하면 또 떠오르는 것이 선인장으로 만든 전통주인 테킬라와 메스칼이다. 테킬라는 테킬리아나 용설란이라고 불리는 마게이 선인장의 파인애플 모양 속심으로 만든다. 이 선인장은 할리스코 주의 테킬라 마을 근처에서만 자라며, 1세기에 한 번 꽃을 피운다고 한다. 한편 메스칼은 아무 마게이 선인장으로나 만들 수 있다. 몸에 해롭지 않은 벌레를 술병 바닥에 넣는다. 

테킬라는 식민지 시대 멕시코의 첫 번째 수출품이었다. ‘메스칼 와인’이라고도 일컫는 이 할리스코 특산품은 멕시코 독립 이후인 1825년 이후에야 비로소 다른 메스칼과 구분되어 불리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사람들은 테킬라를 라임과 소금과 함께 마시기 시작했을까? 멕시코의 역사가이자 작가인 무리아 박사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1918년에 산 루이스 포토시와 사카테카스에서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습니다. 그 지역의 의사들이 테킬라와 소금, 라임을 독감 환자들에게 처방했지요.” 그는 독감 증상 완화부터 60세 넘은 노인의 정력 회복에 이르기까지 테킬라는 의학적으로도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말한다. 

사실 메스칼은 오늘날 애주가들 사이에서 BMW 대접을 받는 술이며, 테킬라는 캐딜락 비슷한 취급을 받는 술이다. 테킬라는 유명하지만 잘 팔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맬컴 로리의 <화산 아래에서>에 등장하는 인물인 영국인 애주가 조프리 퍼민 영사가 처음으로 메스칼을 세계 무대에 선보인 이후, 오늘날 이 술은 가장 세련된 주류로 취급받고 있다.

* 큐리어스 시리즈는 도서출판 휘슬러에서 출간한 '큐리어스 시리즈'에서 발췌,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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