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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여성 마술사 노병욱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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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보이는 대로 따라오면 스트레스 풀립니다 

마술사 노병욱, 마술과 여행의 공통점을 정의하길 “하면 할수록 빠져 들게 되는 것 같다”고. 정말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탐험할 곳이 많은 미지의 세계이며 아직도 무궁무진한 곳을 헤쳐 나가야 하는 먼 길인 것이다.
“뭐가 바쁘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몸은 놀고 있어도 머리는 한시도 쉬지 못 해요”라는 말로 근황을 이야기하는 노병욱 마술사는 영락없는 스물 세 살 아가씨의 모습이었다. 

엊그제 친구와 다녀온 제주도 2박3일 여행의 여독이 아직 덜 풀려서인지 다소 피곤해 보이는 그녀는 놀랍게도 이번 제주도 여행이 생애 첫 여행이었다고 말했다. 마술을 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를 다녔지만 정작 그곳에서는 마술에 관한 ‘일’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숙소와 공연장을 오가면서 잠시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고 하니…. 듣는 이가 더 안타까울 정도다. 

그 숫자만으로도 기운과 패기가 넘치는 스무 살. 마술사 이은결씨를 인터뷰하다가 친해진 것이 계기가 돼 마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학업을 중단한 채 프로 마술사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마술을 발명에 비유하는 그는 새로운 마술을 창조해 내는 고통과 인고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본 공연 때 무대 위의 8분을 위해 두 달여의 시간을 투자했다. 끼니와 잠자는 시간만을 빼고는 무대구상과 연습을 위해 애쓴 시간이었다. 하지만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무리하고 내려섰을 때의 쾌감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지금까지 마술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때도 바로 그 순간이다. 몸은 힘들다 못해 녹초가 되고 더 이상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머릿속도 텅 비어버렸지만 오직 하나! 가슴 속 깊이 전해지는 뿌듯함은 진정한 마술사의 바로 그것이었다. 

젊은 나이에 세계무대에 서고 유명세를 떨치게 된 것에 대해 정작 자신은 아직 많이 모자란다고 말한다. 실력이나 능력에 비해 운이 좋아 기회를 잡았을 뿐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고 말하는 그녀는 앞으로도 마술의 길이 자신의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트래비

마술의 매력이 뭐냐는 질문에 자신의 허점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도대체 언제 속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뒤통수를 칠 수 있는 것이 바로 마술의 매력이라는 답변이다. 아직 그녀의 나이가 20대 초반인 것을 감안할 때 뜻밖의 대답이었지만 일찌감치 마술을 평생의 업으로 선택한 그녀를 보니 이 마술 같은 대답이 결코 말에서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때로는 그저 보이는 그대로를 믿고 즐기는 것이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술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친구들을 잘 만날 수 없다는 점이라고 거듭 말하는 걸 보니 역시 아직은 꽃다운 20대인가 보다. 남는 시간에는 주로 영화나 공연을 보면서 마술공연에 참고할 만한 것을 생각해 낸다고 한다. 공연을 보면서도 저걸 어떻게 마술에 응용할까 생각을 하고 길을 가면서도 어떤 마술을 만들까 생각을 하다 보면 정말 머릿속이 정신없이 바쁘다고 한다. 정말 그의 말대로 발명가라 해도 틀리지 않은 듯하다. 때때로 고독하다. 누구에겐가 알려지는 순간 그 마술의 창조력과 매력이 빛을 잃기 때문에 혼자서 고민하고 만들어내고 연습해야 한다. 하지만 역시 그 과정을 딛고 만들어 낸 결과물은 다른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 같은 결정체이다. 

그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는 것이 마술의 세계라고 말하며 노병욱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쇼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그런 마술을 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당부 한 마디. 마술을 그저 속임수로 보지 말고 마음을 열고 빠져들어 보는 것이야말로 마술을 바라보는 진지한 자세라고. 자신이 믿고 즐거워하며 타인에게도 즐거움을 전해 줄 수 있는 마술사로서의 믿음을 앞으로도 평생 지켜나갈 것이라며 말을 맺었다.  

 ⓒ트래비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그리스나 이집트를 꼭 가보고 싶다. 왠지 모르게 비밀이 많은 듯한 분위기가 마치 마술의 세계와 닮은 것 같다. 이번 제주도 여행처럼 친구와 둘이서 편하게 여행하고 싶다.  

꼭 가지고 다니는 것은?

역시 디지털 카메라와 노트, 그리고 펜이다. 돌아다닐수록 짐은 줄어드는 것 같다. 하지만 무언가를 기록하고 남기기 위해 카메라와 펜은 꼭 들고 다닌다.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

기차를 타고 가다 아무데나 내려서 돌아다녀 보고 싶다. 대구에서 자라서 그런지 바다를 많이 가보지 못했다. 인적이 드문 조그만 바닷가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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