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형의 달콤 쌉싸름한 라틴아메리카 여행일기 13
채지형의 달콤 쌉싸름한 라틴아메리카 여행일기 13
  • 트래비
  • 승인 2006.06.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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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소금과 함께, 친구와는 마떼를 함께

"이거 마셔 볼래?" 배낭여행자들이 모이는 페루의 히치하이커 호스텔. 페루에서의 박진감 넘치는 무용담을 들려주던 가브리엘이 제게 빨대가 달린 이상한 컵을 내밀더군요. 내심 엉덩이가 통통한 컵에 담긴 차가 궁금해 덥석 받기는 했는데, 가브리엘이 한참을 쪽쪽 빨아 마시던 것이라 무척 난감하더군요.  

가브리엘은 그런 제 표정을 보더니 "아직 아르헨티나에 안 가봐서 그렇구나. 마떼는 원래 이렇게 돌려 가며 마시는 거야"라며, 마떼 예찬론을 시작하더군요. "마떼는 허브의 일종인데 비타민A와 칼슘이 들어 있지. 아르헨티나나 우루과이 같은 나라에서 마떼는 음료라기보다는 생활이야. 마떼가 없으면 어찌나 허전한지."

두달 후 우루과이. 페루에서 아르헨티나 청년 가브리엘에게 마떼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루과이에서 만난 '마떼'는 저의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 옆에도, 샐러리맨의 책상 옆에도, 노점상 아저씨의 좌판에도 항상 마떼가 있더군요. 심지어 길거리를 가면서도 마떼를 마시는 이들이 적지 않더군요.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의 심장에 있는 한가로운 공원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니, 마떼를 물고 있지 않은 사람은 저밖에 없더라구요. 

이 사람들은 마떼를 마시기 위해서 보온병이 담긴 큼지막한 가죽 가방을 들고 다니는 수고조차 마다하지 않더군요. 멋진 가죽으로 만들어진 마떼 케이스는 그들의 품위를 나타낸다나요. 

아르헨티나에서 묵었던 호스텔 주인 까를로스는 "마떼를 나눠 마시는 건 친구가 된다는 거야. 뭐랄까, 동지 의식 같은 거지"라더군요. 그날 저는 호스텔에 있는 마떼 통에 마떼 잎을 꾹꾹 눌러서 한번 시도해 봤습니다. 녹차와는 다른 쓴 맛이 배어 있더군요.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에 있는 동안 마떼와 친해져 봐야지 생각했답니다.

맥주를 마실 때는 레몬과 소금을 함께

과테말라의 북쪽 플로레스에서 멕시코의 빨랑께로 입국하던 첫날. 더위를 쫓아 줄 멕시코 맥주 몬테호(Montejo) 한 병을 주문했더니, 맥주와 함께 소금과 레몬 여섯 조각이 나오더군요. 알고 보니 병 주둥이에 소금을 묻힌 후 레몬을 짜거나 통째로 맥주에 넣어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멕시코 젊은이들의 맥주 마시는 방식이라나요. 어땠냐구요? 처음에는 짜고 신 맛 때문에 눈물이 찔끔 나오더니, 멕시코를 떠난 후에도 맥주를 마실 때면 저도 모르게 레몬과 소금을 찾게 되더군요.  

빨랑께에서 만난 포르투갈 친구 파올료는 "음식뿐만 아니라 마시는 것에도 문화가 들어 있기 때문이야.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각 나라의 독특한 맛이 담긴 알코올을 마시는 거지"라더군요. 

볼리비아의 라 파즈에 있는 나이트클럽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고도가 높고 추운 곳이라 그런지 레몬 소주를 따뜻하게 만든 술을 마시더군요. 따뜻한 레몬 소주도 생경했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기본 안주였습니다. 땅콩 대신 코카 잎이 나오더군요. 고산병에 효험이 있는 코카 잎은 볼리비아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나이트클럽에서 받아 보니 볼리비아와 코카의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느껴지더군요.

저녁식사는 꼭 와인과 함께

페루인의 콜라, 잉카 콜라 이야기도 빠지면 안 되겠군요. 잉카의 자부심이 담긴 잉카 콜라는 황금빛 태양을 상징하는 노란색이랍니다. 잉카 콜라를 처음 본 여행자들은 소변 색깔 같다며 거부감을 갖지만, 페루 여행이 끝날 때쯤이면 잉카 콜라 특유의 맛에 중독되고 만답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로 건너가면 와인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매일 와인을 접하게 되죠. 대형 서점에 빼곡히 쌓여 있는 책처럼 슈퍼마켓의 몇 칸을 지배하고 있는 와인들! 맥주 마시듯 와인을 마시는 그들을 따라 하다 보니, 매일 저녁 식사 때마다 저도 와인이 빠지면 허전하더군요. 언제 또 이런 호사를 누려 볼까, 마지막 여행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와인에 푹 빠져 있다 가야겠습니다.

채지형 pinkpuck@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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