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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10탄 런던 Ⅱ ③ 상상초월, 이민자의 난장파티 노팅힐 카니발 "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6.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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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8월이면 영국 런던의 노팅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난장 파티가 열린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전세계에서 몰려온 다양한 이민족들의 애환을 한 방에 분출시키는
화려한 에너지가 단 몇 시간 만에 분출된다. 전세계에서 단일 규모로는 리우 카니발 다음가는
두 번째이자 유럽에서는 첫 번째를 자랑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열정적 카니발이 바로 노팅힐 카니발(NottingHill Canival)이다. 이 카니발은 매년 여름 8월 마지막 주 뱅크 홀리데이에
런던의 할렘으로 불리는 노팅힐에서 펼쳐진다. 이를 보기 위해 참가자를 빼고
추정 연인원 150만의 순수 관광객이 노팅힐 거리를 가득 메운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에서
참가자와 관광객을 합해 200만이 넘는 거대한 인파가 이날만큼은
노팅힐 일대를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트래비

‘peace on the streets’ 

2005년의 테마는 ‘거리 위의 평화(peace on the streets)’였다. 3년 전 광란의 파티와 함께 몇 명의 사상자를 낸 이후의 아픔도 있거니와 시대의 흐름을 전달하는 중동 평화와 중남미의 정치적 안정, 런던에서도 악명 높은 우범지구인 노팅힐 지역의 여러 가지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당연한 문구였을지도 모른다. 

오전 11시 서서히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메인 프레스 존에서는 평화와 안전을 기원하는 비둘기를 날린다. 잠시 후 중국을 대표하는 첫 팀이 스타트를 끊고 분위기는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총 140여 팀의 퍼레이드가 해 질 때까지 계속된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복장으로 치장한 참가자들은 흥에 취해 무아지경에 빠져 들고 즐기는 관광객들 역시 하나가 된다. 

지극히 보수적이라는 영국인들도 이날만큼은 흥청망청 마시고 떠드는 음주가무로 망가진다. 그간의 스트레스를 이곳에서 날려 버릴 심산인 듯 있는 힘껏 고성을 지르고 환호를 하며 축제의 열기 속에 몸을 맡긴다. 2층 베란다에서 퍼레이드를 구경하는 관광객과 주민들은 급기야 음료와 색종이를 뿌리고 참가 팀들의 도우미들은 음료와 기념품을 나눠 준다. 시간이 오후로 넘어가면서 축제의 열기는 광란을 향해 치달린다. 

다양한 이민족들이 모여 있는 마을인 만큼 먹거리도 빠질 수 없는 볼거리. 곳곳에 자리잡은 각국의 먹거리 코너는 그야말로 대박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생수가 금세 동이 나 버린다. 공식 후원 업체인 맥주 회사의 캔 맥주도 곳곳에서 쌓아 놓기 무섭게 없어져 버린다. 이 밖에도 카리브 연안의 토속 음식,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다양한 지역의 먹거리도 이날만큼은 절로 흥이 난다. 노팅힐 역에서 시작되어 메인 프레스존을 지나 타운을 한 바퀴 도는 약 12Km의 기나긴 행렬은 해가 질 무렵에서야 장장 10시간여의 퍼레이드의 끝을 알린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참여했던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한데 어울려 또다시 새로운 파티를 시작한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공간에서 빽빽이 부대끼며 흥겨운 리듬에 맞춰 전체가 출렁인다. 곳곳의 장소에서 온몸을 자극하는 살사 리듬과 토속 음악, 최신 힙합에 맞춰 또 다른 난장이 펼쳐지며 그렇게 노팅힐의 광란의 밤은 깊어만 간다.

노팅힐, 소외지역에서 축제의 상징으로  

ⓒ트래비

우리에게 따스한 로맨틱 영화 <노팅힐>로 더 잘 알려진 런던의 노팅힐. 하지만 사실 런던의 노팅힐은 매일같이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는 뉴욕의 할렘과 같은 대표적 우범 지역 중 하나다. 그 이면에는 주류에서 소외받은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이민족들의 애환이 함께 담겨 있다. 지난 몇 세기부터 전세계 각지에서 몰려 들어온 이민족들이 어느 순간부터 이민족 타운을 형성하게 되었는데 그곳이 노팅힐이다. 중남미의 앵글로 카리브 이민계부터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다양한 민족들이 어울려 그들만의 애환을 보듬게 되었고 그 규모가 점차 늘어나면서 1965년 런던의 카리브해 출신의 카리브계 이주자들이 고향을 기리며 일년에 한번 조그마한 가두 행진을 벌이면서 비롯되었다. 

그 뿌리를 타고 올라가보면 결국 노예 제도까지 올라가게 되는데 영국의 노예 제도는 1833년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1950년대까지 흑백간의 갈등은 계속돼 왔다. 이민계들은 일 년 중 어느 하루만큼은 그들의 주인이었던 백인을 비판하고 흉보면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언어인 음악과 춤으로 자신의 선조들의 애환을 풀 수 있는 날을 만들게 되었고 그들만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이 노팅힐 카니발의 출발점이다. 이후 사무국에서는 5개의 구성 요소 즉, 중남미를 중심으로 하는 각국의 독창적인 화려한 의상, 자메이카 중심의 레게 음악, 칼립소, 소카, 강렬한 열정을 뿜어 내는 금속 타악기까지 총 5개를 축제의 기본 요소로 정하면서 런던시의 공식적인 행사로 발전하게 되었다. 

노팅힐 카니발은 매년 그 새로움과 규모를 늘려 가고 있으며 전세계의 관광객들 또한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뛰어난 예술성과 화려한 복장, 다이나믹한 연출을 즐기며 축제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올해는 8월27~28일 카니발이 개최된다.

사진으로 보는 런던의 이모저모




1. 런던의 상징 빅벤의 야경 
2. 런던 코벤트 가든 공원에서 만난 채플린 공연 관계자
3. 런던에선 인도 음식이 유행 중. 고급 인도 음식점 AMaya의 요리. Motcomb가 19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4. 런던 지하철을 캐릭터화한 기념품. 개당 3.39파운드 (1파운드 = 약 1,740원)
 



1. 이층버스, 자전거 말탄 경관이 공존하는 런던의 도심거리
2. 런던에선 인도 음식이 유행 중. 고급 인도 음식점 AMaya의 요리. Motcomb가 19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3. 런던의 대표 백화점 헤로즈의 야경
4. 런던 버로우 마켓의 브리짓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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