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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한젬마 - 내가 그린 그림의 색은 한없는 희망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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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만나는 일은 또 다른 여행이다. 누구하나 같은 이 없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양새는 낯선 여행지가 전해 주는 설레임 그리고 흥분과 닮아 있다. 여행을 준비할 때의 떨림과 여행 후의 나른한 만족감이 합치됐을 때의 심정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다. 예술가 한젬마를 만나고 나서 가진 느낌은 바로 그 일체감이었다.

젊게 사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서슴없이 "정신 못 차리는 거죠!" 라는 답변으로 한참을 웃고 나서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매체를 통해 그동안 봐 왔던 긴 머리에 다소 새침할 듯한 인상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순식간에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짧게 잘라 발랄해 보이는 머리 모양에 꺼리낌 없는 솔직함이 친근하다. 그녀의 작업실 또한 자신의 작품과 다른 이의 작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롭고 편안했다. 때수건과 지퍼로 만들어진 작품은 살짝 몰래 만져 본 후에야 ‘흠, 때수건이 확실하군’ 하고 안심(?)할 수 있었다.

 시골마을의 인연을 꿈꾸며

해보고 싶은 여행이 있다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들을 다녀보는 일이란다. 오래된 건축물과 사람들, 그 안에서 인연을 만들고 싶다고. 어쩌면 한젬마에게는 시골마을, 그 자체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소통이 함께하는 또 하나의 전시관이자 미술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인연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일단 여행지에 도착하면 나름대로의 규칙에 따라 미술관 순회계획을 짠다고 한다. 휴관일이 껴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 식사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고려하여 적절한 시간 배정을 하고 작품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본다. 그만큼 미술관과 전시회를 둘러보는 일이 중요한 일이리라. 얼마 전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감행했던 뉴욕여행에서도 몸이 아파 걱정걱정하면서도 이 일만큼은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여행 때마다 관련된 책들은 꼭 구입하는데, 책 욕심에 한꺼번에 너무 많이 사서 혼자 들고 오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전문 서점에 꼭 들러서 다양한 예술분야의 책들을 구입한다. 책을 통해 본 작품들은 실제로 봤을 때 아무래도 더 친근하고 쉽게 눈이 간다.

 다시 가보고 싶은, 그림 같은 뉴질랜드

여행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작년에 여행했던 뉴질랜드다. "지금까지는 멋진 곳에 가면 정말 그림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뉴질랜드에서는 마치 내가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라고 말하는 그녀의 눈이 더욱 빛났다. 얼마나 다시 그곳에 가고 싶어 하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눈빛이었다.

 방송 활동과 미술 활동을 함께하던 그녀는 미디어 속의 자신과 예술가 한젬마가 이분화되는 것에 대해 갈등의 시기를 겪었지만 마침내 방송에 비춰지는 자신과 한젬마가 만들어내는 작품의 관계 정립에 성공했다고 했다. 자신의 미술기획을 방송과 결합하여 제대로 된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것이다. 외부에서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들에 대해 스스로의 기획을 추가해서 새롭게 할 수 있는 용기와 방법을 터득하기까지 그녀가 겪었던 고통과 갈등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당당하고 자신 있게 밖으로 나서는 한젬마. 숨 가쁘게 실행해 갈 수많은 작품세계가 기대된다.

현재 EBS 방송의 <문화, 문화인>을 진행하고 있는 한젬마는 올해 하반기에도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앞두고 가슴을 두근거리며 살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예술의 세계를 방송을 통해서 보여주는 일이 신나고 재미있는 것이다.

혼란했던 시기를 거쳐 새로운 역동성으로 그 계획과 실천을 거듭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그림 읽어주는 여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원하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계획하고 미래를 꾸리는 그녀의 모습은 자신이 그리는 확신에 찬 그림, 그 그림 속의 주인공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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