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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범상치 않은, 범 성치 않은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2.02.01 0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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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壬寅年), 벌써 2월입니다. 범상치 않은 1월을 보냈습니다. 얼마 전 소파에서 일어나다가 컵을 세로(?)로 밟았습니다. 유리컵을 발바닥으로 부항 뜨듯 짓이겼는데 워낙 깔끔히 뭉갠 탓에 다치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에서 핸드폰도 떨어트렸습니다. 액정이 박살 났지만, 다행히 3년 약정이 갓 끝난 갤럭시였습니다. 마감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안경다리가 부러졌고, 고향 집에서 양파(푸들, 8살)의 똥을 밟았습니다. 엉킨 파김치 하나를 들어 올리듯 조심조심하는데도 시뻘건 김치 국물이 튀는 듯한 시작이었습니다. 2022 흑범의 해,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네, 올해 제가 삼재(三災)랍니다.

 

원숭이, 쥐, 용띠는 특히 조심해야겠습니다. 삼재입니다. 삼재에 들어서면 그 이름의 뜻대로 무려 3년 동안 재난이 이어진다고 하는데, 저는 원숭이띠, 와이프는 용띠, 동생은 쥐띠입니다. 아버지도 용띠입니다. 과연 대출 가득 남은 저의 신혼집 거실에 운석이 떨어질까요. 어쩌면 안방을 관통해 거실을 굴러 작은방에서 멈출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범상치 않은 시작인 줄 알았는데, 범 때문에 성치 않은 나날이 될 것만 같습니다.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움츠러들지 않았습니다. 삼재를 위안 삼았습니다. 하여간 안 좋다면 그건 분명 삼재 때문일 겁니다. 3년이면 괜찮아질 일이겠죠. 반드시 끝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가 올해 3년째 아니었던가요, 아니 어떻게 이런 우연이.


이번에도 <트래비> 기자들은 해외로 ‘여행’을 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트래비>는 국내 매력적인 여행지들과 더불어 여전히 해외 각지의 여행도 함께 전합니다. 인생의 마지막 불꽃이 치솟는 인도 바라나시의 화장터를, 쏟아지는 겨울 속 웅크려 버텼던 일본의 온천물과 사가현을, 잠시나마 허락되었던 몰디브의 푸른빛 휴식을 담았습니다.


곧 설날입니다. 이전처럼 복작복작한 하루가 아닐지라도, ‘범’ 성치 않은 기분일지라도 움츠러들지 않길 바랍니다. 괜찮아질 수밖에 없는 일들입니다. 곧 범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날 겁니다.

 

<트래비> 강화송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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