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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나를 맡기다, 마나도

인도양과 태평양 해양생태계의 축소판

  • Editor. 이은지 기자
  • 입력 2022.03.18 05:40
  • 수정 2022.05.20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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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가섬
리하가섬

이름만 봐서는 섬이라는 착각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오해도 잠시, 마나도(Manado)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Sulawesi) 끝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시다. 맑고 깨끗한 자연으로 전 세계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다양한 해양생물을 만날 수 있는 다이버들의 성지이기도 하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제한적으로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리 입국을 허용하고 있지만, 입국 후 격리는 여전히 필수다. 다만 코로나 상황을 주시하며 입국 후 격리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포착되고 있다는 점은 여행자들에게 기쁜 소식이다. 

 

리하가섬
리하가섬

●자연에 풍덩 몸을 던지면


눈길 닿는 곳마다 햇살이 반짝인다. 자연 본연의 화려함이 밀려온다. 마나도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맑고 깨끗한 자연이 아닐까. 마나도에는 플라잉카이트와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등 온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다양한 액티비티가 기다리고 있다.

부나켄 스노클링 ⓒshutterstock
부나켄 스노클링 ⓒshutterstock

특히 마나도 베이에서 스피드보트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부나켄국립해양공원(Bunaken National Marine Park)을 주목하자. 인도양과 태평양 남부에 서식하는 해양생물 중 70%, 세계 산호초의 20%가 이곳에 살고 있어 다이버들의 성지라고도 불린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로 잘 알려진 클라운피시(Clownfish) 등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아름다운 산호초 군락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스노클링만으로도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지만, 일정이 넉넉하다면 다이빙 교육을 직접 받아볼 수도 있다. 풍덩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지는 순간 바다 위의 세상에서는 알 수 없었던 황홀함에 두 눈이 번쩍 뜨일 지도 모른다. 

●머리를 비우는 시간


휴식이 필요하다. 요즘 유행이라는 ‘물멍(물보며 멍때리기)’과 ‘불멍(불보며 멍때리기)’이 증명하듯,때로는 머리를 비우고 멍하니 주변을 둘러싼 공기의 흐름과 자연의 소리를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물색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리하가섬(Lihaga Island)에서는 이 소박하고도 어려운 로망이 실현된다. 에메랄드부터 짙고 까만 블루까지 오묘한 색이 번지는 바다 한가운데 리하가섬은 떠 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색을 달리하는 투명하고 다채로운 물빛은 그저 탄성을 자아낸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고요한 섬에 내려 여유롭게 해변을 걷는 일. 잠시 멈춰 부드러운 모래를 만지작대다 하늘을 바라보는 일. 섬의 고즈넉함에 마음을 빼앗기는 힐링의 시간이다. 

마나도 전경
마나도 전경

●조화를 배우다


마나도는 북부 술라웨시주의 주도이자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16~17세기 향신료 무역의 중심지였던 말루쿠(Maluku) 제도로 가는 길목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하면 자연스럽게 이슬람교가 떠오르겠지만, 뜻밖에도 마나도에서는 히잡을 찾아보기 어렵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았던 당시 기독교 선교사들이 이곳에 학교와 병원을 짓고 주민들에게 문화와 기술을 전파했다. 이후 기독교 물결은 점차 지역 전체로 퍼져나갔고, 주민들은 지금도 골목골목에 자리한 교회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린다.

랜드마크에서도 종교적 특성을 엿볼 수 있다. '시트라랜드 레지덴셜 에스테이트(Citraland residentioal estate)' 언덕 위에는 50m 규모의 ‘축복 받은 예수상(Monumen Tu Han Yeses Memberkati)’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있다. 온 도시를 수호하며 주민들의 축복을 빌어주는 듯한 모습이다. 깨끗한 자연에서 느껴지는 순수함이 평화를 불러온 걸까. 마나도 시티에서 조금 떨어진 부킷 카시(Bukit Kasih)에서는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천주교, 개신교 5개 종교가 어우러진다. 사랑의 언덕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다섯 종교의 성전이 나란히 공존하며,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가르쳐준다. 

안경원숭이
안경원숭이

●마나도의 인기스타는 누구


마나도 시내에서 차를 타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약 2시간 정도 달리면 탕코코 국립공원(Tangkoko Taman Nasional)에 도착한다. 탕코코 국립공원은 마나도 고유의 자연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된 곳으로, 약 222종의 동물과 600여종 이상의 희귀 식물 등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이 함께 살고 있다. 안경원숭이와 열대우림에 사는 코뿔새 등이 인기스타. 몸집이 작은 안경원숭이를 찾고 싶다면 두 눈을 크게 뜨는 것이 먼저다. 얼굴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눈을 마주하는 일은 순식간일 테니. 넓은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희귀한 생명체들과의 만남은 신비함과 경외감을 선물한다. 돌아가는 길, 문득 잠시 자연을 빌려 살아가는 인간의 역할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리노우 호수
리노우 호수

▶호수에서 유황냄새가?

토모혼(Tomohon)은 마나도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화산을 품은 독특한 호수가 있다. 저 멀리 연기를 내뿜는 화산이 보이고, 시선을 조금만 내리면 푸른 빛의 넓은 호수가 펼쳐진다. 리노우 호수(Danau Linow)가 선물하는 풍경은 온화하기 그지없다. 평소에는 맡기 힘든 유황냄새에 가까이 가면 코가 먼저 반응한다. 익숙지 않지만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하기 위한 조건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초록빛으로 물든 장엄한 자연을 감상하며 즐기는 커피 한 잔은 사치스러울 정도로 여유롭다. 

 

글·사진 트래비(Tra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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