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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미세먼지 뿌연 봄

Editor’s Letter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2.04.01 06:00
  • 수정 2022.11.23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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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강화송 팀장
트래비 강화송 팀장

매번 이 지면의 첫머리를 어떤 문장으로 채워야 할지 심히 고민합니다. 이건 어떨까요, 살구빛 봄입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탈락입니다. 잡지의 계절은 독자님들이 머무는 시간보다 한 달쯤 이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민할 때 딴짓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후배 기자들이 옆자리에 오갈 때마다 눈치가 보입니다. 뭐라도 적어 봐야겠습니다.

 

그렇다고 하나의 주제로 내용을 풀어 가기에는 최근 너무나도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치렀고 울진, 삼척 일대에서 산불이 났습니다. 무려 213시간 만에 주불 진화에 성공했는데, 이는 역대 최장 시간 진화와 최대 피해 규모라고 합니다. 여의도 면적의 86배에 달하는 산림이 불탔습니다. 봄은 오겠지만, 꽃은 잿더미를 가려 필 것입니다. 어느 인생에, 한 번의 봄이 사라진 순간입니다.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는 60만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당장 사무실 자리가 하나둘씩 비어 가는데, 파도치는 테트라포드에서 옷깃이라도 젖을까 싶어 조심하는 중입니다. 

 

한편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의무가 면제되었습니다.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고 180일 이내인 사람이거나, 3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에게 해당하는 사항입니다. 프랑스 출장을 떠난 곽서희 기자에겐 희소식이겠습니다.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날, 회사로 나와 마감에 동참하면 되겠습니다. 농담 아니고 현실입니다. 곽서희 기자가 공유한 정보에 따르면 인천에서 프랑스로 떠난 비행기는 평소보다 더 오랫동안 하늘을 날았다고 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기존의 비행경로가 변경된 탓입니다. 곧 러시아군의 탱크가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내로 밀고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지금이 그러니까, 1945년이 지나지 않았던가요.

 

봄이지만 미세먼지가 뿌옇습니다. 어쩌다 잠깐 펼쳐질 잡지일지라도 <트래비>에서만큼은 쾌청한 봄의 하늘과 향긋한 냉이 내음을 느끼시길 바라며, 그렇게 4월호를 꾸몄습니다. 벚꽃 필 서울의 천과 안나푸르나의 청명함, 부산의 봄, 리스본의 기억 같은 것들을 넣었습니다. 여행으로부터 위로받아 힘껏 달리기도, 잠시 멈추기도, 멋대로 계획을 뒤집기도 하며, 천방지축 봄을 누리시길 바라겠습니다. 

 

강화송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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