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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pal 내 생애 가장 높은 일주일

  • Editor. 최재원
  • 입력 2022.04.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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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높은 일주일 
오르기 전까지 상상하고,
내려와서는 수십 번 새기고, 
살아가면서 수백 번 떠오르는 곳. 
안나푸르나에서의 일주일은 그렇게 아로새겨졌다.

전초기지, 포카라


포카라(Pokhara)는 네팔 제2의 도시다.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선 이집트의 ‘다합’과 파키스탄의 ‘훈자’와 더불어 세계 3대 블랙홀로 잘 알려진 곳. 도무지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어 붙은 별명이다. 네팔어로 호수를 뜻하는 ‘포카리’에서 유래된 지명처럼 도심 서쪽에는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진 페와 호수(Fewa Lake)가 자리한다. 도심 북쪽으로는 세계에서 10번째로 높은 산인 ‘안나푸르나’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여행자로 인해 다양한 식문화가 밀집하여 휴양지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놀고먹기만 해도 하루가 짧은 곳이지만, ‘안나푸르나 트레킹’에 임하는 등산객들에게 포카라는 전초기지에 더 가깝다. 등산 준비를 모두 마쳤다면 문명의 편안함을 최대한 누리며 체력을 보충할 것을 권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위하여 


ACAP 오피스
페와 호수 남쪽 끝자락에서 히말라야 트레킹에 필요한 입산 허가증(PERMIT)과 트레커 정보 관리 시스템(TIMS)을 발급받아야 한다. 발급에는 여권과 사진 4장, 5,000루피(입산 허가증 3,000루피, 트레커 정보 관리 시스템 2,000루피)가 필요하다. 트레킹 코스 중에도 발급받을 수 있으나, 벌금이 발생하므로 사전에 발급받는 것이 좋다. ACAP 오피스에서는 허가증 발급을 위한 사진 촬영을 무료로 제공한다.

주소: Lakeside Rd, Pokhara, Nepal  


윈드폴 게스트하우스
포카라 여행자 거리 북쪽 끝자락에서 인심 좋은 한인 부부가 운영하는 숙박업소다. 윈드폴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에서는 뜻밖의 ‘횡재’를 할 수 있다. 400루피에 제공되는 한식을 토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 맛볼 수 있으며 부족한 등산 장비를 무료로 대여할 수도 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마친 사람과 시작하려는 사람이 혼재하는, 정보의 창구이자 등산 동료를 만날 수 있는 장이다. 

주소:  Baidam Rd, Pokhara, Nepal 

 

▶안나푸르나 트레킹에 대하여


에베레스트, 랑탕 트레킹과 더불어 네팔 히말라야 3대 트레킹으로 꼽힌다. 전체적으로 고도가 낮고 경관이 아름다워 초보자들이 특히 선호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는 안나푸르나와 다울라기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푼힐 코스’와 가장 인기 있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코스’, 산맥을 한 바퀴 도는 ‘안나푸르나 서킷 코스’가 대표적이다.


※기사에서는 푼힐과 ABC를 조합한 코스를 소개한다. 코스는 현지의 상황과 개인의 체력을 고려하여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좋다.

●Day 1 
별이 빛나는 밤 

트레킹 거리: 7.5km  
소요 시간: 약 3시간 30분 
포카라(820m) → 나야풀(1,070m) → 울레리(1,960m) → 고레파니(2,860m)


누가 등 떠밀어 나선 길도 아닌데 마음이 심란하다. 동네 뒷산도 오르지 않던 등산 초보자에겐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등산 스틱을 뽑았으니 무라도 찔러야 하지 않겠나. 그나마 첫날에는 차량 이동의 비중이 크다는 점을 위안 삼았다.


먼저, 포카라에서 푼힐+ABC 코스의 기점인 ‘나야풀(Nayapul)’까지는 ‘바그룽 버스 파크’에서 로컬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비포장도로가 시작되는 나야풀에서 울레리(Uleri)까진 지프차로 갈아타야 오를 수 있다. 환승 과정이 번거롭다면 포카라에서 울레리까지 한번에 가는 차량을 예약하는 방법도 있다. 편한 만큼 비용은 배다.


울레리에 도착하면 본격적으로 트레킹이 시작된다. 앞으로 펼쳐질 험난한 여정에 비하면 맛보기에 불과하지만, 이 역시 부담스럽다. 별이 쏟아지는 히말라야의 밤하늘을 보며 마음을 달래 본다.

 

●Day 2 
산이 바다 같아지는 순간
 

트레킹 거리: 11.2km  
소요 시간: 약 9시간 30분 
고레파니(2,860m) → 푼힐(3,210m) → 고레파니(2,860m) → 데우랄리 패스(3,090m) → 데우랄리(2,990m) → 반단티(2,606m) → 타다파니(2,680m)

 

장관을 마주할 수 있는 날이다. 전날 ‘고레파니(Ghorepani)’까지 부지런히 올라온 자에게 주어지는 특혜다. 롯지(숙소와 식당을 겸한 산장)가 있는 고레파니에서 푼힐 전망대까지 1시간 내로 오를 수 있으므로 조금만 부지런 떨면 눈부신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세상의 지붕에 걸터앉아 시시각각 보라색, 노란색, 파란색으로 변하는 여명을 바라보노라면 일출이라 쓰고 환희라고 읽는 것이 마땅해 보였다. 날이 밝으며 펼쳐지는 세계 제7의 고봉인 다울라기리(Dhaulagiri Mt, 8,167m)와 세계 제10의 고봉인 안나푸르나(Annapurna Mt, 8,091m)의 파노라마는 산이 바다와도 같아지는 순간이다. 푸르고 경이롭게 드넓다.


새벽녘부터 비현실적인 경관을 목격했던지라 트레킹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중간에 ‘데우랄리 패스(Deurali Pass)’ 고개를 넘어가므로 약간의 체력적인 부담은 있지만, 뒤따라오는 다울라기리의 절경이 힘이 되어 주는 구간이다.

●Day 3 
산 넘어 산 

트레킹 거리: 13km  
소요 시간: 약 9시간 
타다파니(2,680m) → 츄일레(2,560m) → 구르중(2,050m) → 촘롱(2,160m) → 어퍼 시누와(2,340m)

 

하루가 일찍 시작되고 일찍 끝난다. 히말라야 시차에 제법 적응 중이다. ‘타다파니(Tadapani)’부터 계속되는 내리막길을 따라 걷는다. 싱그러운 오솔길과 너른 들판이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낮아지는 고도만큼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드는 구간이다.

해발 2,000m 이상의 마을 중 가장 큰 ‘촘롱(Chhomrong)’에 도착하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ACAP 체크포스트’에서 사전에 발급받은 ‘트레커 정보 관리 시스템’과 ‘입산 허가증’을 확인받는 것이다. 더불어 앞으로 고도와 함께 물가가 오를 것을 대비하여 최대한 물과 간식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촘롱 계곡의 출렁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ABC 코스로 진입하게 된다. ‘시누와(Sinuwa)’까지 이어지는 계단은 N극과 S극의 만남처럼 다리를 좀처럼 땅에서 놓아 주지 않는다.

●Day 4 
운수 좋은 날
 

트레킹 거리: 11km  
소요 시간: 약 8시간 
어퍼 시누와(2,340m) → 뱀부(2,335m) → 도반(2,600m) → 히말라야(2,920m) → 데우랄리(3,200m)


사계절을 압축하여 느낄 수 있던 하루다. 대나무숲이 많아 이름 붙은 ‘뱀부(Bambu)’와 열대우림처럼 울창한 숲을 지닌 ‘도반(Dobhan)’을 지나 해발 3,000m에 가까워지면서부터는 눈이 쌓인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시누와(Sinuwa) 이후로 정돈된 돌계단이 사라지고 불규칙한 돌길과 협소한 낭떠러지가 이어져 안전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깊이를 가늠하기 위해 절벽으로 다가갔다간, 생명줄 없이 번지점프 하는 꼴을 당할 수 있다. 내가 그랬다. 겁도 없이 절벽을 내려다보다가 달려오는 말에 치인 것이다. 다행히 완만한 비탈길로 떨어져 큰 부상은 없었지만, 10m 앞에서 치였다면 <트래비> 기사 대신 어느 신문 한 귀퉁이를 장식했을 것이다.


이런 진귀한 경험이 아니더라도 끊임없는 오르막으로 인해 사실상 트레킹 구간 중 가장 큰 고비라고 할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력을 잃을 수 있으니, 체력을 안배하고 중간중간 먹거리를 통해 영양분을 보충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정신력 싸움이다.

●Day 5 
하늘과 가까워지는 시간 

트레킹 거리: 6.7km  
소요 시간: 약 7시간 
데우랄리(3,200m) →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3,700m) →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

광활한 데우랄리(Deurali) 계곡 너머로 손을 뻗으면 설산이 금방이라도 손끝에 닿을 듯하다. 거리상으론 가장 짧은 구간이지만, 고산병이 오면 하산 말고는 확실한 치료법이 없으므로, 몸이 고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여유롭게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데우랄리 계곡을 지나면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알프스의 ‘마터호른(Matterhorn)’, 히말라야의 ‘아마다블람(Ama dablam)’과 함께 세계 3대 미봉으로 꼽히는 ‘마차푸차레(Machapuchare)’에 닿는다.

네팔인이 신성시하여 등반을 금지했다는 마차푸차레 아래로는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가 있다. MBC를 전후로 계절에 따라 눈길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설상가상 운무까지 더해진다면 한 치 앞을 볼 수 없어 조난의 위험이 뒤따른다. 날씨가 안 좋을수록 MBC의 운치가 상당하니 하루 정도 쉬어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 모든 장애물을 통과했다면 마침내 ‘나마스테(NAMASTE)’라고 쓰인 푯말을 만나게 된다. 최종 목적지인 ABC에 도착한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14좌 완등이 부럽지 않다.

●Day 6 
캐리비안의 해적? 히말라야의 산적 

트레킹 거리: 17km  
소요 시간: 약 9시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 →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3,700m) → 데우랄리(3,200m) → 히말라야(2,920m) → 도반(2,600m) → 뱀부(2,335m) → 로우 시누와(2,340m)
 

ABC에서의 일출은 통과의례와도 같다. 푼힐 전망대처럼 장대한 풍경은 아니지만, 안나푸르나 정상을 타고 스며드는 세상의 빛은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하루의 시작이다. 우주에 한걸음 가까워진 기분이다. 여유가 있다면 이 적요함을 만끽하며 하루 더 쉬어 가는 것도 좋다.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정점인 ABC에서부터는 하염없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이 여정을 통해 끝이란, 정상에 올랐을 때가 아닌 출발지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임을 깨닫는다. 이미 거쳐온 과정이라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코스지만, 간밤에 눈이라도 내렸다면 전혀 다른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온 세상은 겨울왕국으로 뒤바뀌고 눈으로 곱게 치장한 암벽은 금은보화처럼 반짝인다. 보물을 쫓는 해적들에게 산적으로 전직을 권유해도 좋을 풍경이다.

●Day 7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트레킹 거리: 11km  
소요 시간: 약 6시간 
로우 시누와(2,340m) → 촘롱(2,160m) → 지누단다(1,780m) → 뉴 브릿지(1,410m) → 큐미(1,340m) → 포카라(820m)

대자연에서 속세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마음이 들뜬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므로 방심은 금물이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푸른 산천이 펼쳐지고 따스한 봄볕이 내려앉는다. 이따금 등장하는 아기자기한 롯지는 떠나는 이가 못내 아쉬운지 발길을 고이 붙잡는다.

 

하산 후에 마주한 포카라는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트레킹은 비록 일주일 내외에 불과하지만, 단식원 한 달 코스를 끝마친 기분이다. 다행히 포카라에는 등산 후 우리가 바라는 음식이 대부분 있다. 치킨, 피자, 스테이크는 물론이고 삼겹살을 비롯한 한식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ABC의 최종 목적지는 식탁인지도 모르겠다. 

 

글·사진 최재원 기자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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