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의 어떤 날은
한 편의 동화 같아서
이대로 이야기가
영영 끝나지 않았으면
싶을 때가 있다.
●데워지는 시간
오후 두 시.
햇볕에 지붕이 달궈지면
딱 그만큼의 온기만큼
마음에도 열도가 생겨나곤 했다.
은은하되 식지 않게.
●시장에서
벼룩시장 가는 길.
2유로만 깎아 줘요.
그렇게 팔면 남는 게 없죠.
소란한 흥정이 골목을 채운다.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에
추억을 샀던 날.
●쨍한 여름 한 즙
당도 높은 오렌지와
싱싱한 야채를 꾹 쥐어짜서
온 도시에 흩뿌리면
이런 모습이 될까.
●엔딩 크레딧
리스본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결코 빼놓지 않을 장면들.
엔딩 크레딧은 올라갔지만
마음은 떠날 기미가 없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