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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개의 마음, 위스테이 별내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2.04.01 08:00
  • 수정 2022.04.01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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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노는 마을, 위스테이 별내를 찾았다.
그곳에서 서로를 잇는 이들을 만났다.

●예술로 노는 마을, 백 개의 잇다


‘위스테이 별내 사회적 협동조합’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위스테이 별내 아파트 입주민으로 구성된 생활문화공동체다. ‘위스테이 별내’는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2018년에 착공하여 2020년 8월에 입주를 마쳤다. 총 491가구로 구성된 거주민은 임차인인 동시에 아파트를 운영하는 주체가 된다. 즉 이곳은 스스로 살아갈 공간을 주민이 직접 꾸며 가는 아파트다. 덕분에 육아 돌봄 프로그램, 시니어 예술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주민들이 직접 기획, 운영하고 있다.

‘예술로 노는 마을, 백 개의 잇다’도 그렇게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육아로 인해 지치고 힘든 여성 주민과 소외된 신중년 주민들을 대상으로 기획되었다. 경력단절여성 중 한 명이었던 서미현 주민의 아이디어였다. 목표는 간단했다. 육아로 지친 여성, 소외된 신중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을의 삶을 나누는 것.

 

●Interview 
예술로 노는 마을, 백 개의 잇다
서미현 기획자

위스테이 별내 ‘돌봄 위원회’의 활동 모습
위스테이 별내 ‘돌봄 위원회’의 활동 모습

‘예술로 노는 마을, 백 개의 잇다’는 어떤 활동인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저는 연극을 기반으로 문화예술 기획 활동을 하던 기획자였어요. 아이가 생긴 뒤로는 육아에 전념하며 경력이 단절되기 시작했죠. 점점 멀어져 가는 기획자의 일을 그리워만 하다가 ‘시민예술대학’이라는 활동을 떠올렸어요. 과거 제가 강사로 활동하던 곳이었죠. 문득 시민예술대학에서 진행하던 ‘즉흥 춤’이라는 활동에 참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선뜻 나설 수 없었어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젊은 남자 강사가 전화를 받더군요. “즉흥 춤 수업을 듣고 싶은데, 아이가 17개월입니다. 혹시 같이 가서 수업을 들어도 될까요?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조심스럽게 문의를 했습니다.

당시 저에게 돌아온 너무나도 흔쾌한 대답, “네, 당연하죠!” 그 호쾌한 대답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아이를 키우며 한껏 움츠러들었던 시기에 큰 힘이 되었죠. 그래서 저 역시, 아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엄마들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문화 활동을 기획하겠다고 다짐했어요. 

즉흥 춤, 글쓰기 활동을 함께하며 서로에 대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즉흥 춤, 글쓰기 활동을 함께하며 서로에 대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작년 ‘위스테이 별내’에 입주하게 되었어요. 생각보다 활성화되어 있는 내부 커뮤니티를 경험하며 여기서라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욕심이 들기 시작했죠. 먼저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을 구상했습니다.

즉흥 춤, 자전적 글쓰기, 나의 생을 담은 자전 공연, 총 3가지의 방법으로 활동을 기획했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단지 내 거주하는 예술가들을 강사로, 또 학생으로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이웃을 관심으로 둘러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아이들’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마침 위스테이 별내에는 내부적으로 아이를 봐주는 ‘돌봄 위원회’가 있었거든요. 비교적 젊은 엄마들, 그러니까 어린 아이의 엄마를 위한 활동을 진행할 때는 신중년그룹 어머님들이 아이들을 대신 돌봐줄 수 있도록 활동을 기획한 것입니다.

전부 입주민으로 구성된 그룹들이기 때문에 한동네 사는 손녀, 손자를 돌보는 셈이었죠. 나중에는 아이들도 할머니와 놀러 간다며 만족스러워하기 시작했어요. 시스템이 갖춰지기 시작하니, 단지 내 입소문이 퍼지게 되었고 어느 시점부터 톱니바퀴가 딱 맞아 도는 것처럼 일이 착착 진행되기 시작했죠.

위스테이 별내의 사랑방, 동네창작소 앞에서 웃는 서미현 기획자(왼쪽)
위스테이 별내의 사랑방, 동네창작소 앞에서 웃는 서미현 기획자(왼쪽)

 

너의 이름은


위스테이 별내에서 진행한 ‘예술로 노는 마을, 백 개의 잇다’ 문화 활동은 같은 공간에 사는 주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끝에 총 3가지 챕터로 구성됐다.

첫 번째 챕터는 즉흥 춤 워크숍이다. 참가자들은 직접 몸을 움직이며 자신을 관찰하고, 또 서로의 몸짓을 감상한다. 20대부터 많게는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했지만, 그 어느 것도 상관치 않고 함께 춤을 추었다. 몸으로 소통한 것이다.

두 번째 챕터는 자전적 글쓰기 활동이었다. 당시 거세지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온라인 강의로 진행했다. 내가 자란 곳, 어린 시절, 나의 꿈, 내가 선택한 길, 내 삶에서 중요했던 순간을 글로 풀어 ‘마음을 잇다’라는 낭독회를 열었다. 독립서적 느낌의 작은 책자도 만들었다.

마지막 챕터는 자전 공연으로 마무리했다. 즉흥 춤과 자전적 글쓰기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로 공연 발표회를 기획해 주민들에게 선보였다. 서로 울고 웃고 공감하며 연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마을에 꺼내 놓았던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공감과 소통의 수단이었다. ‘어느 엄마’가 아니라 순수한 자신으로서 이웃을 알아 가고 만나게 되는 과정. 처음 활동에 참여했을 당시에는 ‘누구 엄마’ 혹은 ‘어머님’이라고 서로를 불렀는데, 이제는 온전히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이웃사촌으로 거듭난 것이다. 서로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삶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즐겁게 뭉칠 수 있는 동네가 되었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사진제공 위스테이 별내 사회적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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