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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하루 더 머물게 된 이유

  • Editor. 이성균
  • 입력 2022.04.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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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은 황리단길 같은 핫플에서,
다음 날은 신라 시대 유적 투어로 채운다.
이렇게 끝내도 경주 여행은 충분히 알차다.
그럼에도 하루 더 머물 수밖에 없던 이유. 
유독 파란 경주의 바다가 기다리기 때문이다.

 경주 여행에서도 파랗디 파란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사진은 봉길대왕암해변
 경주 여행에서도 파랗디 파란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사진은 봉길대왕암해변

경주의 여행은 역사와 핫플에 그치지 않는다. 30~40분만 동쪽으로 나가면 푸른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최소 하루는 더 경주에 머물러야 되는 이유다. 경주 바다 여행은 울산 목전에 있는 관성솔밭해변에서 봉길대왕암해변으로 북상하거나 그 반대로 다니면 된다. 이번에는 봉길대왕암해변에서 문무대왕릉을 먼저 만났다. 

경주 바다 여행의 관문 격인 경주감은사지, 사찰 터와 삼층석탑 2개가 덩그러니 남아있다. 그럼에도 묘한 기운이 전해진다.
경주 바다 여행의 관문 격인 경주감은사지, 사찰 터와 삼층석탑 2개가 덩그러니 남아있다. 그럼에도 묘한 기운이 전해진다.

시작은 가볍게 유적지다. 경주 바다를 만나기 위한 관문 격인 감은사 절터의 삼층석탑이다. 감은사는 동해에서 신라 수도 경주로 들어가는 가장 빠른 길에 세워진 절이다.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한 뒤 왜구의 침략을 막고자 절을 창건했고 신문왕 2년(682)에 완성했다. 다만, 현재는 삼층석탑 2기와 금당, 강당 등의 건물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멀리서 보기에는 휑한 감이 있지만, 가까이 가면 금당 터를 지키는 동탑과 서탑의 크기에 놀랄지도 모른다. 감은사지를 지키는 것 같은 고목과 절터를 감싼 산새도 묘한 기운을 전한다. 

동해를 지키고 있는 문무대왕릉
동해를 지키고 있는 문무대왕릉

경주에서 만난 첫 바다, 봉길대왕암 해변과 문무대왕릉으로 여행의 막이 오른다. 사실 경주와 바다, 이질적인 만남에 큰 기대감은 없었다. 그렇지만 경주의 바다도 결국 동해였다. 눈부시게 파란 바다는 강원도에서 보는 것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했다. 게다가 바닷물로 씻겨져 유난히 반짝거리는 조약돌, 힘차게 날갯짓하는 갈매기, 바다 풍경에 사람을 채워주는 바닷마을이 더해져 새로운 경주의 모습을 선사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신비한 수중릉, 문무대왕릉이 보인다. '대왕암'이라 불리기도 하는 문무대왕릉, 여기에는 삼국통일을 완수한 문무왕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문무왕은 통일 후 불안정한 국가의 안위를 위해 죽어서도 국가를 지킬 뜻을 가졌고, 유언으로 자신의 시신을 화장해 유골을 동해에 묻으면 용이 돼 국가를 평안하게 지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유해를 동해의 대왕암 일대에 뿌리고 대석에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대왕암은 자연 바위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수면 아래에는 길이 3.7m, 폭 2.06m의 남북으로 길게 놓인 넓적한 거북 모양의 돌이 덮여 있는데, 이 안에 문무왕의 유골이 매장돼 있을 것이라고 한다.

바다가 보이는 성당이자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양남성당’
바다가 보이는 성당이자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양남성당’

바닷마을이 보이는 좌측으로는 편안하고, 아늑한 풍경이, 대왕암이 있는 바다에는 신라의 역사가 잠들어 있다. 한 바다에 서로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근처에 식당과 매점이 있어 식사를 하면서 바다를 더 여유롭게 즐길 수도 있다.

그리스도상이 경주 바다를 지키는 것 같다
그리스도상이 경주 바다를 지키는 것 같다

다음은 바다가 보이는 성당이다. 나아해변을 지나면 천주교 대구대교구에 속한 양남성당이 나온다. 신도가 아니라면 쉽게 지나칠 공간이지만, 드라마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동해를 바라보고 있는 성전과 성모상, 넓은 마당, 잘 가꿔진 조경이 어우러져 평화로운 모습을 선사한다.  게다가 그리스도상이 바다와 월성원전의 안위를 보살피는 것처럼 느껴진다.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여행 속에서 차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면 방문할 만하다.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해주는 부채꼴 주상절리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해주는 부채꼴 주상절리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광경을 만나려면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으로 향하면 된다. 대표 격인 부채꼴 주상절리를 비롯해 수평방향의 주상절리(보통 수직 또는 경사된 방향으로 발달)를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0만년 전 이 지역 일대에 현무암질의 용암이 흐르고 식으면서 다양한 모양과 방향의 주상절리가 형성됐다고 한다. 기울어진, 누워있는, 바로 솟은 주상절리 등 다양한 종류의 주상절리들이 1km 남짓 짧은 해안길 사이에 모여 있다. 게다가 동해의 형성과정을 해석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는 자연유산이라고 하니, 그 자체로 야외박물관인 셈이다. 전망대에 올라 선명한 부채꼴 주상절리와 주상절리군을 보면서 과거를 상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주상절리 전망대에서 본 읍천방파제와 바다
주상절리 전망대에서 본 읍천방파제와 바다

경주에서 즐기는 동해, 잠깐 쉬어가는 코스도 필요하다. 바다가 있는 지역답게 바다를 앞에 둔 카페들이 곳곳에 있다. 양남면 해변공원길에 자리한 이스트앵글 베이커리카페는 편안한 실내와 바다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테라스와 루프탑을 두루 갖춘 공간이다. 간단하게 허기를 달랠 빵과 다양한 음료 메뉴는 덤이다.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스위트 갈릭볼, 칠리할라피뇨, 소보로 앙버터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해수염 커피와 흑임자 크림 라떼, 애플시나몬 라떼, 이스트 프라페 등의 시그니처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3층 루프탑에 올라가면 광활한 동해와 하서항 등 경주의 푸른 바다를 만끽할 수 있다. 

루프탑과 편안한 실내가 갖춰진 이스트앵글 베이커리카페
루프탑과 편안한 실내가 갖춰진 이스트앵글 베이커리카페
이스트앵글 베이커리카페의 갈릭치즈볼과 해수염 커피
이스트앵글 베이커리카페의 갈릭치즈볼과 해수염 커피

카페에서 나와 울산 방향으로 걸어가면 해안가 마을의 일상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다. 양남면 수렴리, 낯선 곳이지만 이미 TV 음식 프로그램에 소개된 지역이다. 수렴방파제와 제법 이국적으로 꾸며진 광장, 돌미역을 말리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어울려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평일에 방문하면 한적하게 수렴리를 구경하면서 정감 있는 마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좀 더 내려가면 관성솔밭해변이 나오고, 울산도 코앞이라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수도 있는 지점이다. 경주의 바다를 따라 울산과 부산 해파랑길 여행까지 이어가는 일정도 세울 수 있다. 

조용한 바닷마을인 양남면 수렴리
조용한 바닷마을인 양남면 수렴리
돌미역을 말리고 있는 어머니들, 수렴리의 일상이다
돌미역을 말리고 있는 어머니들, 수렴리의 일상이다

 

글·사진 이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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