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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색을 찾아, 김천 

  • Editor. 미도
  • 입력 2022.04.21 06:40
  • 수정 2023.03.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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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분홍빛, 노랑빛.
김천의 봄은 유독 진했다.

구성면 양파밭 
구성면 양파밭 

●봄과 여름, 그 사이의 초록빛
구성면 양파밭 

김천은 어느 계절이든 짙다. 연중 해가 좋기 때문이다. 지형적으로 산과 평야가 적절하게 섞여 있고 수량이 풍부해 토질도 비옥하다. 김천에서 나고 자란 과채들은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샤인머스캣이 있다. 김천은 샤인머스캣의 최초 재배지다. 당도는 두말할 것도 없고, 은은하게 퍼지는 향긋함이 ‘맛있다’라는 단순한 표현으로 형용하기 아까운 풍미를 지니고 있다. 자두, 참외도 빼놓을 수 없다. 자두의 경우 전국 생산량의 27% 정도가 김천에서 나온다. 봄철 김천 근교를 돌아다니면 하얗게 피어 흐드러진 자두 꽃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따스한 봄에 내리는 몽글몽글한 함박눈을 닮았다. 그런 자두 꽃보다 더 흔하게 보이는 것이 있는데, 바로 양파밭이다.


김천 양파는 톡 쏘는 매운맛과 육질이 단단해 저장성이 좋다. 시내에서 외곽으로 조금만 나오면 사방천지가 양파밭이다. 양파밭은 봄의 연한 연두빛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짙고, 여름철 진한 청록빛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산뜻하다. 봄처럼 여리면서도 여름처럼 진한 색이다.

구성면은 김천에서 양파로 가장 유명한 곳이다. 큰 느티나무와 정자 주변으로 끝도 없이 양파밭이 펼쳐진다. 양파밭 사이로 작게 난 길목마다 낡은 자전거와 경운기가 곳곳에 세워져 있다. 양파밭을 이리저리 헤매면 듬성듬성 작업 중인 어르신들이 눈에 들어온다.

길가에는 진한 세월의 향기가 느껴지는 기와집이 자리한다. ‘성산여씨 하회댁’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광명학숙’이란 강습소를 만들어 청년들에게 학문을 일깨워졌던 ‘여환옥’ 선생의 집이다. 양파밭 한가운데에 똬리튼 느티나무 밑 정자로 향한다. 정자에 닿으니 온통 봄과 여름 사이 초록빛이 가득하다. 알싸한 양파의 과정은 여리고도 진한 녹색이었다. 
 

●김천이 간직한 마지막 봄
청암사 


청암사는 김천의 간직한 마지막 봄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절이 산 깊숙한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도심보다 현저히 개화가 늦고 일찍 져버린다. 짧아서 더 소중한 봄이다.

청암사는 불영산에 위치한 사찰이다. 무려 858년, 통일신라의 승려 도선이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직지사의 말사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직지사에 소속된 작은 절이라는 뜻이다. 청암사는 인현왕후와의 인연이 깊다. 조선 후기 장희빈에 의해 폐위된 인현황후는 3년간 청암사에 머물렀다고 한다. 

단아한 사찰 사이로 세찬 불령동천이 흐른다. 이제 피어나기 시작한 벚꽃의 여린 잎과 물소리의 하모니. 계곡을 끼고 청암사 일주문으로 향한다. 일주문 편액(문루 중앙 윗부분에 거는 액자)에는 근세의 명필로 꼽히는 ‘김돈희’의 작품이 걸려있다. 서체는 세차고 중후하게 흐르는 계곡을 닮았다. 좀 더 오르면 오른쪽으로 대웅전을 비롯한 법당들이 등장하고 왼쪽으로는 극락전 등의 당우가 자리한다. 극락전을 오르는 길목에서 대웅전을 바라보면 청암사의 대략적인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자목련은 이제 막 꽃봉오리를 틔우기 시작했다. 청량한 계곡 소리는 여전하고, 나른한 봄의 기운이 서서히 청암사에 깃들 무렵이었다. 

●무흘구곡 제6곡 
옥류정


무흘구곡(武屹九曲)은 조선 중기 명유학자 ‘한강 정구’ 선생이 ‘대가천’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시로 지어 무흘의 절경을 노래했던 곳이다. 9개의 계곡 굽이마다 각기 다른 이름 붙여 의미를 부여했다. 대가천계곡은 성주댐을 지나 김천 증산면 청암사 계곡으로 이어진다. 기암괴석이 많고 계류가 풍부해 여름철이면 피서 명소로 꼽힌다.

무흘구곡의 아홉구비는 제1곡 봉비암, 제2곡 한강대, 제3곡 선암 무학정, 제4곡 입암, 제5곡 사인암, 제6곡 옥류동, 제7곡 만월담, 제8곡 와룡암, 제9곡 용추폭포로 구분된다. 김천 청암사에 들렀다면 제6곡 옥류동에 위치한 정자, 옥류정을 함께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옥류정(玉流亭)의 본래 이름은 백석정(白石亭)이었다. 계곡 일대 바위가 흰빛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태풍으로 인해 소실된 후 방치되었다가 2003년 김천시가 다시 건립하며 ‘옥류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정자 앞으로 흐르는 물이 에메랄드 구슬빛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신비롭고 고요하다. 옥류정은 5m 높이 암석 위에 2층 다락 형태로 건축되어 있다. 진입로가 막혀있어 정자로 오르진 못한다. 흰 바위에 앉아 구슬 구르듯 흐르는 계곡을 바라본다. 노란빛 산수유 꽃이 저 멀리 아른거린다. 번잡했던 기억을 봄 물결에 씻어내린다.
 

●김천의 가장 진한 봄
연화지 


김천에서 단 하루의 봄이 내게 주어진다면, 어김없이 연화지로 향할 것이다. 벚꽃이 흩날리고 노란 개나리가 만발한다. 연화지는 조선시대 초 농업용수 관개지로 조성된 저수지다. 연화지 가운데에는 ‘봉황대’라는 정자가 자리한다. 이 정자에 걸터앉아 사방을 둘러보면 온통 봄꽃뿐이다. 벚꽃나무와 개나리가 연화지를 포근히 감싸고 있다. 꽃놀이를 나온 가족들 사이로 문득문득 보이는 보랏빛 물결이 인다.

연화지 근처에는 김호중 소리길이 자리한다. 김호중 소리길은 가수 김호중이 다녔던 김천예술고등학교부터 교동 연화지를 잇는 골목길 100m 구간을 뜻한다. 김호중 팬클럽 ‘아리스’의 상징색이 보라색이다. 핑크색, 노란색, 보라색이 한데 뒤섞여 어우러진다. 연화지는 김천에서 가장 진한 봄의 색을 품은 곳이다.
 

●언택트 꽃놀이
부항댐 출렁다리


봄꽃을 구경하고 싶지만 북적이는 사람이 부담이라면, 부항댐 수변둘레길이 좋겠다. 대략 8km에 달하는 부항댐 둘레길 주변에 벚꽃이 만발해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친환경 다목적 댐으로 조성된 부항댐 주변에는 즐길거리도 다양하다.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레인보우 짚와이어(94m), 국내 첫 개방형 스카이워크, 아찔한 출렁다리(256m) 등이 있다. 출렁이는 다리 위에서 수면을 잠자코 바라보고 있자면 순간순간 정신이 아득해진다.

레인보우 짚와이어는 댐 양쪽을 왕복할 수 있다. 무려 1.7km의 여정. 스카이워크는 국내 최초 완전 개방형으로 안전펜스가 없는 상태에서 42.3m의 둘레를 안전줄에 의존해 걸을 수 있다. 모험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놀이터인 셈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지례 흑돼지 


김천 시내에서 부항댐으로 나들이를 떠나며 꼭 들려야 하는 곳이 있다. 지례면이다. 지례 흑돼지의 본고장. 김천시 지례면은 추풍령과 황악산, 민주지산을 기대고 남쪽에 위치한다. 마을 앞쪽으로는 감천(甘川)이 흐른다. 물 좋고 공기 좋은 환경에서 자란 흑돼지는 탄탄하고 찰진 식감을 자랑한다.

돼지고을 부자가든
돼지고을 부자가든

지례면에 들어서면 수도 없이 많은 지례 흑돼지집이 있다. 원육이 워낙 좋다 보니 그중 어느 곳을 선택하더라도 만족스럽다. 메뉴는 거의 2가지다. 소금구이 혹은 양념구이. 가벼운 점심이라면 양념구이가 좋고 늦은 저녁이라면 소금구이가 좋겠다. 고기가 탄력이 넘친다. 지방은 설컹거리지 않고 쫀득 담백하다. 

 

글 미도, 사진 강화송 기자
*이 기사는 김천시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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