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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멍 쉬멍 꽃멍 '제주'

  • Editor. 정은주
  • 입력 2022.04.26 07:10
  • 수정 2022.04.26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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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부 깊숙이 봄이 흘러 들어온다. 
달콤한 향내로 나른한 듯 취한다.

봄꽃 축제 시기가 되면 상효원에 참꽃나무 꽃 터널이 열린다 ©상효원
봄꽃 축제 시기가 되면 상효원에 참꽃나무 꽃 터널이 열린다 ©상효원

●봄꽃 사이로 산책을
생기 넘치는 곳, 상효원


빨강, 분홍, 하양. 상효원의 봄은 알록달록한 색감을 뽐내는 꽃들의 향연으로 가득 채워진다. 한라산을 닮은 지붕의 건물을 지나 수목원에 들어서면 작은 화환을 든 피터 래빗 형제가 인사를 건넨다. 관람로를 따라 걷다 보면 중간중간 귀여운 조형물들이 선물처럼 등장한다.

담팔수로 이뤄진 작은 숲길을 지나 곶자왈 지대로 들어간다. 이끼와 암석 틈바구니에 나무들이 뿌리를 내린 곳. 울창한 숲과 계곡이 원시림의 분위기를 풍긴다. ‘벨롱벨롱 숲’에는 피크닉 소품이 준비돼 있어 인증숏을 남기기 좋다. 벨롱벨롱은 제주 방언으로, 반짝반짝이라는 뜻. 하늘 높이 뻗은 대나무 숲을 누비며 청량한 기운을 들이마시는 사이, 어느새 발걸음은 ‘구상나무 카페테리아’에 닿는다. 가장 높은 곳에 있어 상효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테라스에 앉아 향기로운 차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온전한 쉼을 누릴 수 있다.

분수가 솟아 나오는 연못 주변으로도 봄꽃이 한가득. 작은 꽃동산에서는 빨간 하트의 포토존에서 추억을 남기는 이들이 많다. 나무 그늘이 시원하게 드리워진 길을 따라 내려오면 350년 된 소나무 두 그루를 마주한다. 상효원의 상징과도 같은 상효송(부부송). 여전히 푸른 상효송은 영원할 것처럼 보인다. 사계절 꽃밭이 펼쳐진 엄마의 정원, 산돌위정원, 계절 정원 등 수목원을 세세하게 보고 싶다면 여유시간을 두고 방문하자. 한식당과 카페, 기념품숍 등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두세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상효원
©상효원

주소: 제주 서귀포시 산록남로 2847-37
운영시간: 매일 09:00~19:00(입장 마감 18:00) 
요금: 일반 9,000원, 청소년 7,000원, 만 65살 이상 7,000원, 어린이(만 36개월~13살) 5,000원

 

●깊어 가는 봄날
수국으로 물들다, 휴애리


휴애리의 봄은 짙게 배어나는 꽃향기를 따라 흐른다. 눈길 닿는 곳마다 오색 빛깔 꽃잔치가 벌어지니 한 번 멈춘 걸음이 도통 움직여지지 않는다. 어쩔 도리가 없지. 그저 느긋한 마음으로 봄날을 만끽하는 수밖에.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를 지나면 수국 올레길이 시작된다. 제철인 6월보다 일찍 피어난 수국으로 화사하다. 온실에서 정성껏 가꾼 수국들. 푸릇푸릇한 잎들이 싱그러운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작은 언덕을 오르면 옹기들로 둘러싸인 꽃밭과 정겨운 초가 원두막이 나온다.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을 건너면 포토존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귤이 탐스럽게 열린 나무 아래에서 로맨틱하게, 또는 돌하르방을 안고 익살스럽게. 소소한 봄날의 추억이 쌓여 간다. 

©휴애리
©휴애리

매화와 동백꽃이 진 자리에 연둣빛 잎사귀들이 울창한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따사로운 햇살을 피해 정원을 거니는 동안 나뭇가지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그래, 봄날의 맛이란 이런 거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같은. 아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곤충 테마관과 먹이 주기 체험장도 잊지 말고 가기를 추천. 나비와 곤충 표본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염소와 조랑말, 흑돼지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은 어른들도 재미있어 한다. 새카만 아기 돼지들이 달리기 시합을 벌이는 ‘흑돼지야 놀자’ 이벤트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동로 256  
운영시간: 09:00~18:00(입장 마감 17:30)  
요금: 성인 1만3,000원, 청소년 1만1,000원, 어린이(25개월~13살) 1만원


●스누피와 함께 걷는 산책길
위로의 공간, 제주 스누피 가든


아름다운 제주 아부오름 아래,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스누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누피 가든은 자연 체험형 테마 가든으로, 실내 전시관인 가든 하우스와 야외 가든으로 나뉘어 있다. 가든 하우스의 ‘피너츠 타운’은 만화 속 세계를 현실로 꺼내 놓은 곳이다. 귀여운 주인공들과 함께 어울리며 사진을 찍기 좋다. 빨간 집 위에 누워 자연을 느끼며 인생의 지혜와 위로를 얻는 스누피를 대형 스크린으로 만날 수도 있다. 스누피의 수많은 상상 중 가장 유명한 ‘플라잉 에이스(1차 세계대전 공군 에이스)가 된 스누피’도 만나 볼 수 있다. 

귀여운 몽상가를 따라 상상의 세계 속에 푹 빠져 들어갔다 나오면 제주 천연림에 꾸민 야외 가든이 이어진다. 야외 가든에는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오솔길이 많다. 특히 후박나무 산책로와 ‘라이너스의 담요 숲’에 조성된 삼나무 길이 호젓한 분위기로 마음을 끈다. 나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걸으면 어떤 기분일까. ‘우드 스탁의 빅 네스트’는 나무들 사이를 걷는 하이라인 데크 길이다. 약 5m 높이의 하이라인을 따라 200m가량 길이 이어진다. 중간에 우드스탁 둥지가 있어 관람하는 즐거움을 더한다.

빅 네스트에서 내려오면 ‘웜 퍼피 레이크’에 닿는다. 푸른 물결이 잔잔하게 퍼지는 쉼의 장소. 찰리와 스누피가 해 질 무렵 나루터 끝에 걸터앉아 있던 장면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스누피 가든의 마지막 코스는 스누피 덕후들에게 성지 같은 곳, 피너츠 스토어다. 귀여운 스누피 인형과 풍선은 언제나 인기다. 피너츠숍 위층에는 스누피 카페가 있다. 전면을 통유리로 만들어 숲에 있는 듯한 기분이다.  


관람 시간은 넉넉잡아 1시간 반 정도. 시간 여유가 없다면 야외 가든을 한 바퀴 도는 미니버스를 이용해 보자. 곳곳에 정차하며, 버스 안에서 재미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주소: 제주 제주시 구좌읍 금백조로 930
운영시간: 매일 09:00~19:00(입장 마감: 18:00) 
요금: 성인 1만8,000원, 청소년 1만5,000원, 어린이(36개월~13살) 1만2,000원, 65살 이상 1만4,400원


●그림에 담긴 향기로운 봄
즐거움 한 방울, 왈종미술관


언제나 꽃향기가 나는 공간. 왈종미술관에서는 그림에 담긴 정취만으로도 봄의 분위기에 취한다. 둥근 찻잔처럼 보이는 건물은 조선백자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다고. 커다란 창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고스란히 비쳐 든다. 정원에 가꾼 수선화, 도라지꽃들은 화가의 붓질을 통해 그림 속에서 영원을 산다. 향기로움마저 그림 안에서 살아 숨 쉬는 곳. 

이왈종 화백은 제주도에 정착해 수십 년 세월을 ‘제주 생활의 중도와 연기’란 주제에 골몰해 왔다고. 작품마다 제목이 모두 똑같은 것이 한결같은 화백의 마음인 것 같아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진다. 행복과 불행, 사랑, 외로움 등 저마다 품고 있는 내면의 모습을 재기발랄한 유머로 승화시켰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티브마다 짝이 있고 연도에 따라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다. 그림 도처에 깨알 같이 숨겨 놓은 작가의 이야기들이 관람하는 재미를 더한다. 

전시실 안쪽에는 춘화 작품을 전시한 미성년자 출입금지 구역도 있다는 사실. 작은 화첩과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아우르는 미디어 아트는 시간을 내어 천천히 감상하기를 권한다. 평면적인 그림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빛과 명상실도 좋은 포인트. 홀로 고요의 시간을 가져 보자. 명상실 옆은 작가의 작업실이다. 유리 너머로 안을 엿볼 수 있다. 경쾌한 음악에 몸이 절로 둠칫 거리는 옥상 전시도 빼놓지 말고 둘러볼 것. 섶섬이 바로 보이는 서귀포 앞바다 풍경은 근사한 덤이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칠십리로214번길 30
운영시간: 화~일요일 10:00~18:00(입장 마감 17:30, 월요일 휴관)  
요금: 성인 5,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3,000원, 65살 이상 3,000원

 

글·사진 정은주  에디터 홍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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