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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거양득 인생 섬 여행, 매물도 & 소매물도

  • Editor. 김민수
  • 입력 2022.05.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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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푸른 보석으로 불리는 소매물도 등대섬
남해의 푸른 보석으로 불리는 소매물도 등대섬

매물도와 소매물도는 한려해상 국립공원 거제지구 최남단에 있는 섬이다. 어느 하나 빠뜨리기엔 아쉬운 우리나라 대표 섬들. 이왕에 나선 걸음, 두 섬을 한데 묶어 인생 여정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섬 캠핑의 성지
매물도


폐교터에 자리한 텐풍 명소


매물도 당금마을에 있는 야영장은 한산초등학교 매물도분교 폐교터에 자리하고 있다. 짙푸른 남해를 전면에 펼쳐둔 이곳은 캠핑을 조금이라도 해 봤다는 사람들에게는 로망의 장소로 꼽힌다.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기발한 입지를 자랑하기 때문. 여느 섬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너른 평지에 잔디까지 깔려 있어 요즘 유행하는 텐풍(텐트 풍경) 촬영에도 그만이다. 그 때문에 알파인 텐트 30여 동이 들어갈 만큼 넓지만 주말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매물도 당금마을 야영장은 일출 맛집이다
매물도 당금마을 야영장은 일출 맛집이다
당금마을 야영장은 옛 초등학교 자리에 조성됐다
당금마을 야영장은 옛 초등학교 자리에 조성됐다

매물도 야영장을 편안하게 이용하려면 물론 평일이 좋다. 하지만 부득이 주말에 가야 한다면 통영에서 출발하는 6시50분 첫 배를 이용하는 것이 자리 잡기에 유리하다. 야영비는 1박에 1만5,000원. 당금선착장에 있는 구판장에서 지불하면 된다. 캠핑을 안한다면 당금마을과 대항마을에 있는 숙박 시설을 이용해도 좋다. 취사가 가능한 펜션 형식의 민박들이 많다.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정감 있고 친절하다. 대부분 서향 가옥이라 숙소에서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장점이다. 

늘어지게 한잠 자고 일어난 대항마을 펜션 고양이
늘어지게 한잠 자고 일어난 대항마을 펜션 고양이

 

갈맷빛 능선 따라 자박자박 트레킹


잠자리를 해결했다면 매물도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해품길 트레킹이다. 해품길은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의 다섯 번째, 매물도 코스의 공식 명칭이다. 당금마을이나 대항마을을 시작점으로 하는 5.2km의 순환 코스는 적당한 난이도에 능선과 오솔길 그리고 마을을 고루 지난다. 특히 들꽃들이 군락을 이룬 갈맷빛 능선 옆으로는 광활한 하늘과 탁 트인 바다가 열려 있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섬에서 가장 높은 장군봉 전망대에서는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해품길은 바다백리길 중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꼽힌다
해품길은 바다백리길 중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꼽힌다
해품길 능선에서 바라본 당금마을 야영장
해품길 능선에서 바라본 당금마을 야영장

천천히 걷다 보면 섬 곳곳에서 한 움큼의 전설들을 읽을 수 있다. 그중 하나가 꼬돌개다. 200년 전, 사람들이 매물도에 입도해서 최초로 정착한 곳은 서쪽 해안에 위치한 꼬돌개였다. 초기 정착민들은 2년에 걸친 흉년과 전염병으로 모두 사망했는데, 이후 사람들이 꼬돌아졌다(꼬꾸라졌다)는 의미로 꼬돌개라 불렀다. 꼬돌개의 애절한 이야기는 돌담과 집터에서 흔적으로 읽힌다. 한편 당금마을 선착장 앞의 무인도 어유도는 ‘어리섬’이라고도 불린다. 고기떼가 많이 몰려들어 바닷물이 말라 버렸다는 전설이 내려올 정도로 알아주는 낚시 포인트다. 이 때문에 야영객이나 민박 손님 중 일부는 낚싯대를 가지고 와서 이곳에서 아예 식량을 자급자족하기도 한다. 

물 반 고기 반의 전설이 깃든 무인도 어유도
물 반 고기 반의 전설이 깃든 무인도 어유도

섬 너머로 하루가 저물 때


매물도의 선착장, 야영장, 장군봉을 비롯해 마을 골목과 고갯길 등에는 크고 작은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2007년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되어 추진됐던 공공 예술 작업의 결과물이다. 작품 대부분은 섬 고유의 자원을 이용한 것으로, 주민들의 문화와 삶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 당금마을 물양장에 설치된 ‘바다를 품은 여인’, 야영장 내 ‘추억이 쌓이는 고원’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당금마을 선착장에 세워져 있는 바다를 품은 여인 조형물
당금마을 선착장에 세워져 있는 바다를 품은 여인 조형물

구석구석 섬을 산책하다 보면 점차 하늘의 농도가 짙어진다. 섬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이가 누리는 가장 큰 혜택은 뭐니 뭐니 해도 아름다운 노을이다. 매물도의 하루해는 광활한 바다에 외로이 떠 있는 작은 섬 너머로 저무는데, 그 섬이 바로 청정 무인도인 소지도다.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찬란한 광경은 매물도 어디서든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특히 당금마을에서 대항마을로 가는 옛 학교 가는 길 초입의 고갯마루는 최고의 일몰 촬영 포인트다.

옛 학교길에서 바라본 당금마을 선착장의 저녁 풍경
옛 학교길에서 바라본 당금마을 선착장의 저녁 풍경

매물도에서 하루를 묵었다면 다음은 소매물도로 옮겨 갈 차례다. 관건은 물때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연결되는 썰물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당금마을 선착장에서 오전 8시20분 혹은 9시10분 여객선을 타는 것이 좋다.


●환상의 등대길, 쿠크다스섬
소매물도


소매물도를 빛내는 등대섬


소매물도는 매물도 서남쪽에 위치한 면적 0.51km2, 해안선 길이 3.8km의 아주 작은 섬이다. 매물도와의 거리는 550m에 불과해 높은 봉우리나 능선에 서면 서로의 모습이 오롯이 내려다보인다. 소매물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섬 중 하나다. 코발트색의 청명한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섬의 자태가 수려하고 해안을 둘러싼 해식 지형이 진경을 이루기 때문이다. 

열목개가 드러나는 시간에만 등대섬으로 건너갈 수 있다
열목개가 드러나는 시간에만 등대섬으로 건너갈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매물도를 빛나게 하는 것은 등대섬의 존재다. 1980년대에 쿠크다스 과자 CF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일명 ‘쿠크다스섬’으로 이름을 날렸던 작은 무인도는 본디 해금도로 불렸다. 해금도가 등대섬이 된 건 2000년에 특정도서(멸종위기종이 서식하거나 지형적·경관적 가치 및 식생이 우수한 무인도를 대상으로 정부가 관리하는 지역)로 지정된 이후부터다. 

바다에서 바라본 소매물도 등대섬의 해안 절경
바다에서 바라본 소매물도 등대섬의 해안 절경

2017년 세워진 소매물도 등대는 100년 이상 불을 밝히며 남해안의 길잡이 역할을 해 왔다. 최초에는 무인 등대였으나 1940년 이후 유인 등대로 전환됐다. 등대는 높이 16m의 고풍스러운 백색의 원형 등탑을 가지고 있으며 초지와 해안절벽으로 둘러싸인 등대섬의 주변환경과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등대섬이 2006년 국가명승 18호로 지정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썰물 때면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에 열목개라 불리는 80m의 몽돌 바닷길이 열린다. 통행이 허용되는 2~5시간 동안 탐방객들은 등대섬으로 건너가 하얀 등대와 어우러진 푸른 초원 위에서 목가적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소매물도 등대길은 능선과 숲을 따라 편안하게 이어진다
소매물도 등대길은 능선과 숲을 따라 편안하게 이어진다

등대길을 따라 망태봉으로


소매물도를 한 바퀴 둘러보고 등대섬까지 돌아오는 데는 세 시간이면 충분하다. 높이 152m 망태봉은 소매물도의 가장 높은 봉우리다. 이곳 전망대에 서면 소매물도의 해안 자락과 등대섬의 온전한 자태를 동시에 촬영할 수 있다. 탐방객이라면 반드시 거쳐 가는 장소다. 시야에 막힘이 없어 날씨가 좋을 때는 주변 무인도와 거제 망산은 물론 일본의 대마도까지 조망된다. 

남해안 밀수 선박을 감시하던 매물도 관세역사관
남해안 밀수 선박을 감시하던 매물도 관세역사관

망태봉 정상의 매물도 관세역사관은 70~80년대 남해안 일대의 밀수 선박을 감시하던 초소다. 감시초소는 80년대 첨단시스템을 가진 감시정이 해상에 투입되면서 1987년에 폐쇄됐고 현재는 당시의 모습과 자료를 일반에 공개, 관람케 하고 있다. 

세 개의 바위가 머리를 맞대고 서 있는 글썽이굴
세 개의 바위가 머리를 맞대고 서 있는 글썽이굴

보트 타고 섬 한 바퀴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해안은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절벽이 요새처럼 이어져 남해안 비경 중 으뜸으로 손꼽힌다.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보트 투어를 이용하면 해상에서 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글썽이굴은 진시황의 명으로 불로초를 구하러 온 서굴이란 인물이 ‘서불과차’란 글을 새겼다고 전해지는 ‘시 아치(해안 침식지형의 하나로 암석에 구멍이 생겨 아치 모양을 하고 있는 지형, sea arch)’다. 세 개의 바위가 머리를 맞대고 서로 기댄 사이로 2개의 굴이 나 있으며 그중 하나는 보트를 타고 통과할 정도로 크다.

보트를 타고 글썽이굴을 통과하는 아찔한 순간
보트를 타고 글썽이굴을 통과하는 아찔한 순간

섬 여행도 식후경. 소매물도 선착장에는 해산물을 파는 노상들이 늘어서 있다. 해삼, 멍게, 전복, 소라가 주류를 이룬다. 모둠 한 접시에 3만원으로 다소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섬을 떠나기 전, 여정을 마무리하는 조촐한 낭만이라면 그리 나쁘지 않다. 남해의 짙푸른 바다, 초록으로 다가서는 섬 바람과 꼬들꼬들한 소라의 식감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여객선을 기다리며 먹기 좋은 해산물 모둠
여객선을 기다리며 먹기 좋은 해산물 모둠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공룡바위와 매물도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공룡바위와 매물도

 

Travel Info

○여객선  
▶통영항여객선터미널 → 매물도 당금선착장 | 3회 운항/ 1시간 15분
▶거제 저구항 → 매물도 당금선착장 | 4회 운항/ 30분  

 

○트레킹 
1) 매물도 해품길(5.2km)

▶1코스  당금선착장 → 발전소 → 야영장 → 장군봉 → 대항둘레길 → 대항마을 → 당금선착장

▶2코스  대항선착장 → 꼬돌개 → 대항둘레길 →장군봉 → 쉼터 → 당금마을길 → 대항선착장

 
2) 소매물도 등대길(4.2km)
선착장 → 남매바위 → 전망대 → 가익도전망대 → 소매물도 분교 → 망태봉(관세역사관) → 공룡바위전망대 → 열목개 → 소매물도 등대 → 열목개 → 소매물도 선착장


*김민수 작가의 섬여행기는 대한민국 100개 섬을 여행하는 여정입니다. 그의 여행기는 육지와 섬 사이에 그 어떤 다리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길을 놓아 줍니다.  인스타그램 avoltath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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