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남폴란드의 세계유산과 포트할레 지역으로 떠나는 여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22.05.09 0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럽의 지도를 들여다보면 폴란드는 의외로 큰 나라임을 알 수 있다. 국명이 평원을 뜻하는 ‘pole’이란 말에서 유래됐듯 폴란드는 평평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평평한 땅과 숲이 뒤얽힌 풍경은 남부로 갈수록 완만한 언덕으로, 그리고 푸른 산들이 펼쳐져 보이는 하이랜드로 바뀌어 간다. 이번에 소개하는 곳은 하이랜드의 현관문이라 할 수 있는 크라쿠프부터 푸른 산맥과 계곡의 물로 마음이 치유되는 포트할레까지 100km 남짓한 보석처럼 아름다운 지역이다. 

크라쿠프 역사지구의 중앙 광장. 오른쪽은 직물회관, 왼쪽은 성 마리아교회
크라쿠프 역사지구의 중앙 광장. 오른쪽은 직물회관, 왼쪽은 성 마리아교회

한국에서 포트할레로 가려면, 크라쿠프를 경유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크라쿠프는 폴란드가 세계에 자랑하는 고도이자 숨 쉬는 공기와 함께 걷는 거리 전부가 유형무형 문화재의 '보고'라 할 수 있는 도시다. 오랜 역사의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은 돌로 된 계단은 유럽에서 제일 넓은 규모의 중앙 광장으로 이어지며 이곳이 세계유산임을 자연스레 일깨워 준다.

한국에서 포트할레 지방으로 가려면 크라쿠프 경유가 편리
한국에서 포트할레 지방으로 가려면 크라쿠프 경유가 편리

●왕도의 품격


수도 천도로 인해 크라쿠프는 1038년 왕의 도시가 되었고, 역대 국왕은 약 7세기에 걸쳐 바벨성을 왕궁으로 삼았다. 그 성 아래에는 견고한 방호벽과 보루로 보호되는 견고한 도시가 구축됐다. 이 벽은 지금도 그 일부가 남아 있고, 유적 지역은 아름다운 나무숲과 운치 있는 가로등이 켜지는 고리 모양의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 곳을 현지인들은 플란티 공원이라고 부른다.

비스와 강둑에 있는 바벨성
비스와 강둑에 있는 바벨성

이곳으로부터 역사지구의 문을 지키는 견고한 바르바칸옹성과 플로리안스카문은 바로 지척에 있다. 이 문에서 구시가지 남단에 있는 바벨 성까지 이어지는 길은 '왕의 길'로 불려왔다. 크라쿠프가 왕도였던 시절에 백성들이 역대 국왕이 대관식으로 가는 것을 지켜보기도 하고, 국왕이 승하하면 그 웅장한 행렬을 배웅했다는 길이다.

1498년 플로리안스카문을 지키기 위해 쌓은 크라쿠프의 바르바칸옹성. 바르샤바 역사지구에 있는 바르바칸를 포함하여 유럽에 세 개밖에 남지 않은 귀중한 중세 반원형 요새
1498년 플로리안스카문을 지키기 위해 쌓은 크라쿠프의 바르바칸옹성. 바르샤바 역사지구에 있는 바르바칸를 포함하여 유럽에 세 개밖에 남지 않은 귀중한 중세 반원형 요새
플로리안스카문과 플로리안스카거리
플로리안스카문과 플로리안스카거리

크라쿠프에는 많은 교회가 있어 가톨릭만 해도 교회에서 작은 예배당까지 합치면 그 수가 200개가 넘는다. 그 중에서도 꼭 봐야 할 것을 꼽는다면 고딕의 정수를 보여주는 국보인 제단화가 있는 성 마리아 교회와 폴란드에서 가장 큰 종이 있는 바벨 대성당이다.

역사지구 중심에 있는 거대한 중앙광장은 사방으로 약 200m 크기다. 광장 한가운데 있는 직물회관 안에는 토산품 가게가 이어진다.

성 마리아 교회 - 비트 스트포시가 제작한 '마리아의 제단' 이라 불리는 제단화는 고딕 양식의 제단화로는 세계 최대. 폴란드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성 마리아 교회 - 비트 스트포시가 제작한 '마리아의 제단' 이라 불리는 제단화는 고딕 양식의 제단화로는 세계 최대. 폴란드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1364년 창립된 야기에우워 대학교는 폴란드에서는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중부 유럽에서는 프라하 대학 다음으로 긴 역사를 가진 대학이다. 졸업생 중에는 코페르니쿠스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 유명 인사가 많다. 대학 박물관 콜레기움 마이우스에는 코페르니쿠스의 연구기구나 쇼팽이 스코틀랜드에서 사용한 플레옐의 피아노 등이 전시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야기에우워 대학교 박물관 콜레기움 마이우스
야기에우워 대학교 박물관 콜레기움 마이우스

●클레즈머의 음색에 매료되어


카지미에즈는 크라쿠프를 방문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과거 유대계 주민이 살았던 카지미에즈에는 유대교 사원과 유대인 묘지가 남아 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촬영지가 되었던 기억이 새롭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 의 촬영 장소 중 하나
영화 '쉰들러 리스트' 의 촬영 장소 중 하나

오늘날, 카지미에즈는 크라쿠프의 한 지구가 되기는 했지만, 이전에는 다른 도시였던 적도 있다. 서유럽에서의 극심한 박해에서 벗어난 유대인과 폴란드인과의 공생은 14세기 중반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크라쿠프 인구의 약 25%, 약 6만 4000명이 살았으며, 유대 사회의 모든 것이 여기서 해결되는 대유대인 거주구였다. 전쟁 후에는 완전히 황폐해졌지만 20세기 후반부터 활성화되어 지금은 옛 유대인 거리의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한때 유대인 거리였던 시절의 모습이 상상된다
한때 유대인 거리였던 시절의 모습이 상상된다
소울푸드 자피에칸카
소울푸드 자피에칸카

●마치 크리스털의 빛과 같은


크라쿠프 주변의 남부 폴란드는 세계유산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1978년 크라쿠프 역사지구와 함께 역사상 첫 세계유산 12개 중 하나로 선정된 것이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이다.

암염 채굴의 역사는 700년을 넘는다. 전설에 따르면 헝가리의 공주 킹가가 시집갔을 때 이 땅과 백성들이 축하받기를 바라며 반지를 던졌다고 한다. 그 반지가 떨어진 곳으로부터 암염이 채굴되면서, 그 소금이 폴란드에 거대한 부를 가져오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성킹가예배당은 비엘리치카 관광의 하이라이트이다
성킹가예배당은 비엘리치카 관광의 하이라이트이다

수백 년 동안 뚫린 갱도의 길이는 총연장 300km. 최심부는 327m에 이르며 채굴로 생긴 구멍은 무려 2000개가 넘는 대규모로 구멍의 크기 또한 크고 다양하다. 현재 일반에 개방된 곳은 깊이 135m로 길이 3.5km 정도의 견학 루트로 예배당과 방 같은 구멍 등 20개가 넘는 공간을 걸어서 관람할 수 있다.

견학 루트에는 암염동굴에서 노역했던 실제 크기의 말 인형도 있다. 어떻게 이런 곳까지 큰 말을 몰고 왔을까 하는 생각도 할 수 있는데 사실 말은 어린 망아지 무렵 갱내에 들여보내진 후 햇빛을 보지 못하고 평생을 갱도 안에서 그 삶을 끝냈다고 한다. 가이드의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왠지 애틋한 기분이 든다.

샹들리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깨끗한 암염으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샹들리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깨끗한 암염으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반짝이는 샹들리에와 진한 쥐색의 바닥


땅 속 여행에는 에메랄드빛의 신비로운 땅밑 지저호와 암염이 크리스털처럼 반짝이는 성킹가 예배당이 있어 그 아름다움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지저호(지하동굴에 이루어진 호수)의 물은 염분 농도가 매우 높다
지저호(지하동굴에 이루어진 호수)의 물은 염분 농도가 매우 높다

성킹가 예배당은 출입구 18m, 깊이 54m, 높이 12m의 큰 공간이다. 잘 다듬어져 진한 색의 광채를 내는 바닥에서부터 예술성 높은 무늬와 조각상, 심지어 빛나는 샹들리에까지 모두가 일개 광부들의 작품이며 모두 암염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에 누구나 놀란다.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은 꼭 방문하고 싶은 훌륭한 세계유산이다.

암염 부조로 만들어진 '최후의 만찬'
암염 부조로 만들어진 '최후의 만찬'

●구랄인의 나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비엘리치카를 나온 지 1시간. 점점 산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뎀브노 포트할란스키에에 있는 대천사 미카엘 교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교회는 1490년에 세워졌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치 않다. 낙엽송과 전나무 등의 목재를 조합해 못을 쓰지 않고 마무리했으며, 다채로운 장식화와 미술품이 훌륭하다.

세계유산 '남부 마워폴스카 목조교회군'의 하나인 대천사 미카엘 교회
세계유산 '남부 마워폴스카 목조교회군'의 하나인 대천사 미카엘 교회
대천사 미카엘 교회는 호화찬란한 다채로운 장식이 압권
대천사 미카엘 교회는 호화찬란한 다채로운 장식이 압권

대천사 미카엘 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초르슈틴 호수가 있다. 호수 물은 슬로바키아 사이를 흐르는 두나예츠 강으로 흘러든다. 인기 있는 두나예츠 강 하류의 출발점은 댐에서 조금 내려간 강변 선착장이다. 

흔히 뗏목의 하류라 일컫지만, 통나무를 이은 뗏목이 아니라 이곳의 뗏목은 나무로 만든 가늘고 긴 보트 같은 유닛을 다섯 개 결합한 조각배다.

베테랑 뱃사공 스타니스와프 씨
베테랑 뱃사공 스타니스와프 씨
완만한 두나예츠 강. 슬로바키아와 폴란드의 국경선이 되어 있다.
완만한 두나예츠 강. 슬로바키아와 폴란드의 국경선이 되어 있다.

뱃사공 경력이 거의 반세기인 내비게이터 스타니스와프씨는 구랄인이다. 구랄인은 남부 산간에 사는 산악인을 말하는데 광의(廣義)로는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멀리 루마니아까지 이어지는 카르파티아 산맥 일대에 오랜 옛날부터 정착하여 독자적인 문화와 습관을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옛 전설과 산에 대한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들려준다.

폴란드 굴지의 휴양지 포트할레 지방에는 하이클래스 리조트 호텔부터 소박한 목조 민박까지 다양한 형태의 숙소가 있어 목적과 예산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다만 어느 숙소에 머물든 공통된 것은 아낌없이 베푸는 손님에 대한 따뜻한 환대 정신이다. 마치 정든 고장으로 돌아온 듯한 정겨운 공기와 순박하고 인자한 구랄 사람들의 미소가 여행자를 따뜻하게 반겨준다.

야슈추루프카에 있는 교회. 자코파네 건축의 건물은 모두 예술적이다
야슈추루프카에 있는 교회. 자코파네 건축의 건물은 모두 예술적이다

●포트할레의 맛있는 치즈


포트할레에서 꼭 맛 봐야 하는 것은 치즈다. 양젖부터 우유까지 자연을 살린 재료를 사용한 치즈는 향토 요리에서도 빼놓을 수 없다. 명물인 오스치펙 치즈를 적당히 그릴에 굽고 크랜베리 잼을 곁들여 내놓는 것이 포트할레풍이다.

간단한 구운 치즈와 달콤한 크랜베리 잼의 조합이 최고로 맛있다
간단한 구운 치즈와 달콤한 크랜베리 잼의 조합이 최고로 맛있다

많은 치즈 중에서도 오스치펙라는 이름으로 판매할 수 있는 명품 치즈는 한정된 원료와 계절에 만들어진 것뿐이다. EU의 원산지 호칭보호제도로 지켜진 명산품 중 하나로 원재료와 형태뿐만 아니라 제조기간도 지정되어 있는 이 지방의 별미다.

양치기 오두막(바추프카)에서는 신선한 치즈를 살 수 있다
양치기 오두막(바추프카)에서는 신선한 치즈를 살 수 있다
명물 오스치펙을 만드는 바추프카는 50여 개밖에 없다
명물 오스치펙을 만드는 바추프카는 50여 개밖에 없다

이런 치즈를 전통 제조법으로 만드는 것은 양치기들. 산사나이들은 쾌활하고 활기차 보인다. 이들이 입고 있는 전통 의상은 이 지방 풍토에 맞는 실용적인 것이다. 추위에 강한 두꺼운 펠트원단 바지에 키에르프체라는 가죽구두는 기능적이며 보온성이 우수하다. 이들이 양을 방목하는 계절을 보내는 목조 오두막은 바추프카로 불리며 여름부터 가을까지 이곳이 작은 치즈 공방이 된다.

최적의 산행은 여름
최적의 산행은 여름

●언제나 놀거리가 가득


여름 산행 시즌에는 본격적인 등산이나 트레킹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또한 겨울에는 스키와 스노보드 대여도 매우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빈손으로 여행을 가도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다.

마치 민요의 트로이카처럼 상고대숲을 누비는 말타기는 겨울 특유의 즐거움 중 하나다. 다음 여행의 목적지는 “힐링의 남폴란드”로 발길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말썰매
말썰매

 

에디터 트래비, 제공 폴란드정부 관광청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