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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에서 찾은 휴식

  • Editor. 나보영
  • 입력 2022.05.30 07:10
  • 수정 2023.05.23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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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연서원
회연서원

봄과 여름 사이, 초록과 노랑으로 가득한 성주에는 우리가 몰랐던 휴식이 있었다.

 

●목장 캠프닉 
팜 0311 성주 하늘 목장 

성주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팜 0311 성주 하늘 목장’이다. 주인 여국현 대표가 마중 나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도시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고향인 성주로 돌아온 지 몇 년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주를 방문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방치돼 있던 목장을 3년 전 캠프닉(캠프+피크닉) 장소로 조성했죠.” 버려진 땅은 밀밭과 유채꽃밭으로 변신했고 밭 근처로 예쁜 텐트들이 놓였다. 여 대표의 바람대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농장에서 즐기는 캠프닉, ‘팜프닉’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예쁘장한 텐트에는 바비큐가 정성스레 준비돼 있었다. 장작에 불을 지피고 고기를 맛있게 구워 먹은 후, 캠핑 의자에 앉아 초록빛 밀밭을 한참 바라봤다. 여유로운 풍경과 맑은 공기가 느껴졌다. 팜프닉의 정의는 말없이 앉아만 있어도 바람을 타고 느껴졌다. 

 

●탁한 것들을 내뱉는 시간 
가야산 정견모주길 산책 

성주 하늘 목장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곳에는 ‘가야산 역사 신화 테마관’이 있다. 가야산과 가야의 신화를 알리는 테마관인데, 문화해설사와 함께 테마관 주변으로 조성된 가야산 산책로를 돌아보기로 했다. 

 “가야산은 성주와 합천 사이에 걸쳐 있는데, 면적의 절반 이상이 성주에 속합니다. 테마파크를 둘러싸고 있는 가야산의 산책로는 여러 길로 이어져 있죠. 우리는 그중 ‘정견모주길’로 올라가겠습니다. 정견모주는 가야산의 여신이에요. 백성들의 평안을 위해 밤낮으로 빌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돼 있습니다.”

문화해설사를 따라 잘 조성된 산책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20~30분 정도 산책로를 오르자 나무 데크로 정비된 숲속 쉼터가 등장했다. 함께 산에 오른 명상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숲속 명상’이 시작됐다. “하늘을 바라봤다가 숲을 둘러보세요. 어떤 생각이 드는지 자세히 느껴 보세요. 이제 눈을 감고 바람의 촉감도 느껴 보시고, 숲의 냄새도 맡아보세요. 천천히 호흡하면서 내 몸의 탁한 것들이 밖으로 나간다고 상상해 보면 개운해지실 겁니다.”

한동안 명상을 한 뒤, 온몸을 쭉쭉 펴며 체조를 했다. 찌뿌둥했던 몸이 맑아지는 듯했다. 산책로에서 내려오니 입구의 공원 한쪽에 피크닉이 준비돼 있었다. 바구니 안엔 성주 참외, 성주 참외로 만든 참외 빵, 참외 잼, 참외청 등이 들어 있었다. 참외청에 탄산수를 부어 ‘참외 에이드’를 만들어 마셨다. 달콤한 성주의 맛이었다. 

 

●왕버드나무 50여 그루가 가득 
성주군 성밖숲

가야산에서 이천(伊川)변 방면으로 차를 달리자 오른쪽으로 ‘성주군 성밖숲’이 등장했다. 성밖숲은 조선시대에 성주 읍성의 서문 밖에 조성된 인공림이다.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위치에 조성됐으며 이천변의 범람에 대비한 방비림이기도 했고, 지금은 마을 주민들의 쉼터이기도 하다고.

수령 300~500년 된 노거수 50여 그루가 늘어선 풍경은 멀리서부터 신비로운 느낌을 줬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나무들의 크기와 덩치가 어마어마했다. 평균 둘레 3.11m, 평균 높이는 12.7m. 나무 꼭대기들은 하늘과 맞닿아 있고, 나뭇가지들은 소맷자락처럼 우아하게 펼쳐져 있었다. 성밖숲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선선한 바람에 풍겨 오는 숲 내음에 도시에서 쌓인 피로가 천천히 녹아내렸다.

 

●유학자들의 이야기를 품은 곳
회연서원

성주군 수륜면에는 조선시대 학자인 한강 정구 선생과 관련된 서원이 있다. 정구 선생 사후인 인조 5년(1627년)에 선생의 뜻을 기리고 지방민을 교육하기 위해 그의 제자들이 지은 서원이다.

가이드를 따라 입구인 문루를 지나자 동재와 서재가 양쪽에 자리하고 강당인 경회당이 중앙에 서 있었다. 여러 개의 문과 전각과 사당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서원 뒤쪽으로는 하천이 고요하게 흘러서 더 아름다웠다.

“성주군에는 여러 개의 면과 리를 잇는 대가천이 흐릅니다. 정구 선생은 이 계곡에 대한 시 <무흘구곡>을 지어 불렀죠. 총 아홉 개의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1곡 봉비암에 회연서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선비들이 봉비암을 바라보며 봉(鳳)이 날아가는 것을 연상했다고 가이드는 덧붙였다. 시간이 흘렀어도 서원과 풍경은 그 모습을 간직한 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고분군 언덕을 덮은 유채꽃 
성산동 고분군 유채꽃밭

이대로 성주를 떠나기 아쉬워 성산동 고분군 언덕의 유채꽃밭으로 향했다. 고분군에 도착하자 5~6세기 무렵에 조성된, 사적 86호로 지정된 고분군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둥근 고분들이 그리는 선이 고대의 그림처럼 다가와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고분들 옆으로 고대 생활사와 출토유물에 관한 전시를 하는 전시관도 있었다. 시간이 부족해 전시관 내부는 아쉽지만 지나치고 유채꽃밭으로 향했다. 고분군 옆 언덕을 오르자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노란 유채꽃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3월에서 5월 사이에만 볼 수 있는 귀한 풍경이었다. 누군가 들판 사잇길을 조용히 거닐고 있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니 이쪽을 돌아보며 밝게 웃었다. 마치 활짝 핀 유채꽃처럼.  
 

글·사진 나보영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한국스마트관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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