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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식으로 채운 하루

  • Editor. 김민수
  • 입력 2022.06.0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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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들어 감상하고 먹는 재미.
하루를 고스란히 제주식(食)으로 채웠다.

쿠킹클레스에서 만들어 본 제주식 런치 플레이트
쿠킹클레스에서 만들어 본 제주식 런치 플레이트
쿠킹클래스를 통해 제주와 조금 더 가까워진 하루
쿠킹클래스를 통해 제주와 조금 더 가까워진 하루

●제주식 고기국수 한 그릇
고향생각

제주도는 다양하고 독특한 향토 음식 문화를 지녔다. 별미만 찾아다녀도 일주일이 훌쩍 지나갈 정도다. 마침 제주였고, 아침을 거른 탓에 허기가 쏜살같이 밀려들던 참이었다. 무얼 먹을까 심히 고민해 본다. 제주도라면 역시 해산물이겠지 싶다가도 너무 안일한 선택이 아닐까 고심한다. 문득 베지근한 고기국수 한 그릇이 떠올랐다. 양도 튼실하고 고기도 많이 얹혔으면 좋겠다. 머릿속을 샅샅이 뒤져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부근에 위치한 식당 한 곳을 끄집어냈다. 

‘고향생각’은 무려 업력 30년의 고기국수집이다. 주인 아주머니는 부산 출신으로 입도 40년 차, 비로소 제주민이다. 제주와 부산 사투리가 반반씩 섞인 말투는 결코 상냥하지 않다. 모르고 들으면 많이 화가 나 있는 느낌이고, 알고 들어도 약간 화가 나 있는 느낌이다. 


고기국수집에 왔으니 당연하게도 고기국수를 주문했다. 기대했던 풍모를 지녔다. 그릇 가득 담긴 면과 고기가, 제주말로 표현하면 듬삭하다. 이미 테이블 중앙을 차지하고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던 때깔 좋은 포기김치, 파김치와의 궁합이 더할 나위가 없다. 다른 곳이라면 벌써 수육 한 접시 추가했겠지만, 고향생각 고기국수에서는 고기가 끊임없이 올라오니 그럴 필요가 없다. 군내 없이 담백한 국물에 잘 삶아진 중면의 식감도 그만이다. 포만감이 뱃속 가득 꾹꾹 채워진다. 뽀얀 국물이 눈앞에 아직도 아른거린다.
 
고향생각
주소: 제주 서귀포시 동문동로 15
영업시간: 매일 11:00~20:00  
가격: 멸치국수 7,000원, 돔베고기 2만5,000원, 비빔국수 8,000원, 열무국수 7,000원

●롯데 아트빌라스 쿠킹클래스
베지근한 맛

아침부터 뜨끈히 고기국수로 배를 채웠으니, 이젠 직접 만들어 볼 차례다. 제주 롯데 아트빌라스로 향했다. 롯데 아트빌라스에서는 제주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쿠킹클래스를 진행한다. 본격적인 쿠킹클래스에 앞서 클래스 진행자 ‘베지근연구소’의 김진경 소장과 함께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으로 향했다. 메일올레시장에는 제주에서 나고 자라는 거의 모든 식재료가 있다. 음식에 필요한 재료를 직접 살피고 구매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랄까. ‘베지근연구소’는 제주 전통음식의 가치와 문화를 보존하며 그와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단체다. ‘베지근’은 제주도식 표현인데, 고기 따위를 끓인 국물 등이 깊은 맛이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 제주를 배우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은 상설시장으로 관광객들에게 매우 친근한 이름이지만 곳곳에서 제주민들의 삶과 풍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고사리는 봄의 한복판 제주 들녘에서 우후죽순처럼 자라난다. 채취한 고사리는 삶아서 말리는데, 타지방의 것보다 맛이 좋아 비싸게 팔린다. 주민들에게는 이맘때가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다. 시장에는 작업을 위한 고사리 앞치마까지 등장할 정도다.


떡집 앞에 멈추어 섰다. 마치 술빵처럼 크고 미련한 모양을 가진 상외떡은 제삿날 제물로 사용하던 떡이다. 상외떡은 상애떡이라고도 불린다. 밀가루에 탁주를 부어 발효해서 만든다. 또한, 둥글고 납작하며 테두리가 톱니처럼 뾰족한 기름떡도 제사에 쓰였던 음식이다. 찹쌀 반죽을 기름을 둘러 지져 낸 데다 설탕까지 뿌렸으니 당연히 찰지고 맛도 좋다. 옥돔과 옥두어 구별법, 매일올레시장의 노포들, 단빵과 카스테라가 제사상에 쓰이게 된 이유, 제주의 봄나물 그리고 요맘때 먹어야 한다는 마농지(마늘지) 등 김진경 소장의 제주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는 동안, 어느덧 본격 쿠킹클래스의 시작이 성큼 다가섰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주소: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 340
영업시간: 연중무휴 07:00~21:00(하절기), 7:00~20:00(동절기)  

●직접 만든 제주식 런치


쿠킹클래스는 롯데 아트빌라스의 객실 도미니크페로의 크고 정갈한 주방에서 시작됐다.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에서 공수해 온 제주의 전통 식재료가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될지 자못 궁금해졌다. 아침에 먹었던 고기국수는 진작에 다 소화가 된 모양이다.


첫 번째 요리는 상외떡과 고사리를 이용한 불고기버거다. 너무나도 생소한 조합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사리는 그렇다고 쳐도 햄버거와 떡의 조합이라니.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시키는 것을 착실히 수행해야만 한다. 먼저 버거번으로 사용할 상외떡을 반으로 가르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떡을 자르는 일, 쉬워 보이지만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제 패티를 만들 차례. 팬을 달구고 양념된 돼지불고기를 볶은 다음 어느 정도 지나면 고사리를 넣어 수분이 없어질 때까지 익힌다. 정갈하게 반으로 가른 상외떡 한 면에 불고기를 한껏 올리고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뿌린 후 그릴에 구워 내면 고사리 불고기버거 완성. 생소하지만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


쿠킹클래스 내내 오랜 제주 음식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쌀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환경, 육고기가 부족했던 제주민들이 풍족하게 먹을 수 있었던 날은 제사와 잔칫날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제주 음식은 제사와 연관된다고 한다. 


쿠킹클래스 참가자들이 만들어 낸 런치 플레이트는 화이트컬러의 고급주방과도 잘 어울릴 만큼 근사했다. 직접 만든 고사리 불고기버거와 기름떡 이외에도 김진경 소장이 미리 준비한 독새기 고기튀김과 메밀전 등이 함께 식탁에 올랐다. 풍족했다. 고사리 특유의 고소함이 불고기와 어우러지자 오히려 상외떡의 담백함이 더욱 기분 좋게 다가왔다. 기름떡은 식사 후 부족한 여운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야말로 제주식(食)으로 가득 채웠던, 배부른 하루가 그렇게 지났다.  
 
제주 롯데 아트빌라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색달중앙로252번길 124  

 

글·사진 김민수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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