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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년 시간 여행, 돈다바야시

  • Editor. 이성균
  • 입력 2022.07.11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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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중반의 모습을 간직한 오사카 돈다바야시.
고즈넉한 분위기의 마을, 도심과 확연히 다른 건축물.
이 모든 것을 가꿔 가는 주민들의 삶을 마주한다.

●오사카의 역사 속으로


오사카는 접근성과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국인들의 큰 관심을 받는 여행지다. 오사카성과 우메다 공중정원 등 랜드마크와 다코야키, 오코노미야키 등 지역색이 짙은 먹거리로 2박 3일은 거뜬히 바쁜 일정으로 여행할 수 있는 곳. 게다가 오사카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서 여행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1시간 내로 교토, 고베, 나라 등 굵직한 근교 도시로 당일 여행이 가능하다. 게다가 오사카부는 오사카시를 포함해 33개 시로 구성돼 있다. 우리가 주로 여행하는 오사카시 중심부에서 40~50분이면 오사카의 또 다른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번엔 전차를 타고 450년의 역사를 간직한 ‘돈다바야시(富田林)’시로 떠난다.  

●새로운 페이지, 돈다바야시


돈다바야시로 가는 전차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점점 우리가 생각하는 오사카의 도시 풍경과 사뭇 달라져 간다. 소박하고, 수수한 동네 풍경이 우리를 반긴다. 돈다바야시역에 도착하면 더 그렇다. 일본 특유의 감성이 밴 전철 길과 전통 가옥,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어울려 돈다바야시의 분위기를 만든다. 큰 기대를 하며 돈다바야시 여행의 중심부인 지나이마치(寺内町, じないまち)로 향한다.  

●오사카의 특별한 시간
지나이마치 & 돈다바야시 대평화 기념탑


돈다바야시의 평일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조용한 시골 동네 같지만, 이곳의 건축물들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지나이마치’는 16세기 교토의 유명 사찰인 ‘고쇼지(興聖寺)’가 이곳에 별원(본사 이외에 별도로 지은 사원의 출장소)을 지으면서 형성됐다. 그 결과 오사카 도심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건축물이 여전히 남아 있고, 역사보존지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지나이마치 코류칸(交流館)을 기점으로 고쇼지 사찰, 스기야마 가옥 등의 대표 명소들이 자리한다. 역사적 배경을 모르더라도 일단 돈다바야시에 가면 우리가 알던 오사카가 아닌 곳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저 돌아다니는 것 자체로 여행이 되는 셈이다.

지나이마치와 더불어 돈다바야시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또 있다. 호불호나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돈다바야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조형물 ‘돈다바야시 대평화 기념탑’이다. 일본의 종교 교단인 ‘PL(퍼펙트 리버티)’이 1970년에 세운 탑으로, 모든 시대의 전쟁 피해자들을 기리는 곳이다. 2층에는 참배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고 한다. 돈다바야시 현지인 중 일부는, 저녁에 덩그러니 서 있는 탑을 보면 약간 무섭기도 한데, 불꽃놀이와 탑이 어울리면 제법 근사한 풍경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굳이 탑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지나이마치 등 돈다바야시 주요 관광지에서 볼 수 있으니 어디서든 기념사진은 남길 수 있다. 

 

●빈티지한 커피 한 잔
커피콩 창고 헤이조


돈다바야시의 오래된 건축물을 활용한 카페와 레스토랑 방문도 빠트릴 수 없는 묘미다. 단순히 공간만 멋진 게 아니라 커피와 음식들의 수준도 상당히 높다. 커피콩 창고 헤이조(珈琲豆の蔵 平蔵)도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커피 전문점이다.

가게에 발을 들이면 빈티지한 분위기에 한 번 놀라고, 고소한 커피 향에 취한다. 주인장의 섬세한 안내로 취향에 맞는 커피를 선택하고, 또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안뜰로 이동한다. 아주 작은 가정집 스타일의 정원인데 제법 운치 있다.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올 법한 소박한 느낌이다. 몹시 더운 날 방문한다면, 여름방학에 친구와 커피를 마시면서 한가한 오후를 보내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원두뿐만 아니라 드립백 등 커피 관련 제품도 판매하고 있어 기념품으로 구매해도 좋다. 

 

●차분한 여행의 마무리
미구쿠루미타마 신사


돈다바야시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신사다. 일본 어디에나 신사가 있는데, 돈다바야시 숲속에 파묻힌 사원을 거니는 것도 나름 낭만적이다. 지나이마치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한 ‘미구쿠루미타마(美具久留御魂) 신사’로 향했다. 돈다바야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지내는 공간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차분하고 조용한 신사로, 돈다바야시에서 보낸 시간을 정리하기 좋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본전에 닿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시골 신사 같은 분위기가 난다. 차분함과 대비되는 묘한 기운이 감도는데 천천히 걸으면서 돈다바야시를 느끼는 것도 괜찮다. 특히, 해 질 녘 주황빛으로 물든 숲과 신사를 볼 수 있어 오후 4~5시에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글·사진 이성균  에디터 홍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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