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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로 반나절 해외여행

  • Editor. 곽서희 기자
  • 입력 2022.07.19 14:35
  • 수정 2023.07.20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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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에서 버거 한 입, 산토리니에서 아이스티 한 잔. 유럽풍 성당을 거쳐 영국 홍차 가게에 앉았다. 강화도로 떠난 반나절 해외여행.

대한성공회 온수리 성당
대한성공회 온수리 성당

●#GREECE
산토리니스럽다는 것
109하우스

산토리니는 명사보단 차라리 형용사에 가깝다. 뭔가가 산토리니 같다는 건, 하얗고 파란 동시에 청량하단 걸 뜻하니까. 109하우스는 ‘산토리니’스럽다. 일단 하얗다. 건물 외관과 의자, 계단은 오늘 갓 흰색 페인트를 칠해 놓은 느낌이다. 김칫국물이라도 튀면 큰일 날 것처럼 새하얗다.

차양과 파라솔은 모두 코발트블루, 다른 말로는 여름 바다색이다. 원색의 원피스를 입고 온다면 인생숏 걱정은 없겠다. 청량함은 뷰가 담당한다. 맞은편으로 바다가 펼쳐져서 만조 때면 특히 ‘산토리니스러움’이 배가된다. 단점 하나를 꼽으라면 테라스 창문을 모두 열어 놓으면 매장 내부가 꽤 더워진다는 점인데, 그럴 땐 아이스티 한 잔이 딱이다. 아찔하게 달고 시원한 아이스티를 내 준다. 그걸로 부족하다면 ‘109팥빙수’나 ‘109라떼’만이 답이다.

●#SPAIN
풍차와 전차가 있는
스페인마을

카페, 베이커리, 레스토랑까지야 그렇다 쳐도 펜션, 캐러밴, 캠핑장에 갤러리까지 있다니. 요즘 말로는 복합문화공간이겠지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마을’에 더 가깝다.

이름만 그런가 했는데 정말 스페인이다. 빨간 전차와 풍차, 스페인풍의 현대식 건물이 묘하게 이국적이다. 기프트 숍에선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 등 스페인 기념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인증숏을 찍을 요량이라면 꼼꼼함이 요구된다. 생각보다 부지가 큰 데다 포토존이 군데군데 숨겨져 있다.

올드카나 조각상처럼 못 보고 지나치기 쉬운 오브제도 많다. 야외 공간은 그늘이 없어 한여름엔 약간의 각오(?)가 필요한데, 다행히 카페 ‘마르베야’의 음료 맛이 퍽 괜찮다.

 

●#vietnam
베트남 시골 바닷가
동막해변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다. 겨울엔 그토록 춥고 황량한 갯벌을 보여 주더니만. 여름의 동막해변은 환하고 맑다. 언젠가 머물렀던 베트남의 시골 해변 풍경과 닮아 있다. 번잡스럽지 않고 수수하다는 점에서. 포카리스웨트 색 파라솔이 그렇고, 멍 때리는 갈매기가 그렇고, 하릴없이 누워 있는 사람들이 그렇다. 들려오는 건 오직 바람 소리뿐.

해변을 따라 늘어선 야영장에서 텐트를 칠 수도 있지만, 여름은 자고로 모래사장에서 뜨끈한 모래를 밟으며 살 태우는 재미 아닌가. 동막해변 관리사무실에서 파라솔 하나 대여해 하릴없이 누워 보자. 여름이 밀려온다.

 

●#EUROPE
유럽풍 성당에서 인생숏을
대한성공회 온수리 성당

강화도에서 대한성공회 온수리 성당은 강화읍에 있는 강화성당만큼이나 유명하다. 강화도에 지어진 대한성공회의 두 번째 성당으로, 1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품은 곳이기에 마땅히 그렇다.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은 한옥 성당이 아닌, 그 옆에 자리한 오렌지색 건물이다. 

2004년에 축성된 새 성당으로, 외관부터 탈한국적이다. 싱싱하게 깎인 잔디(하트 모양이라 귀엽다)와 유럽풍 건물이 같은 프레임 안에 들어오면 셔터를 아무렇게나 눌러도 결과물이 만족스럽다. 스냅사진 찍기엔 이만한 장소도 없겠다 싶을 만큼.

청바지보단 원피스가 낫겠고, 장마 시즌보단 쨍하게 맑은 날이 좋겠다. 비교적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곳이지만 그만큼 한적하다는 게 장점. ‘나만 아는 강화도 사진 스폿’ 리스트에 기꺼이 넣을 법하다.  

 

●#USA
플로리다의 맛
버거히어로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묻는다. “수량 남았나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답, Yes. 5분만 늦었어도 다음을 기약할 뻔했다. 버거히어로가 하루에 판매하는 버거 수는 오직 150개. 주말이면 시침이 12시를 가리키기도 전에 솔드아웃되기 일쑤다. 부지런한 여행자만이 버거를 먹는다.

인기의 이유는 어쩌면 인테리어일지도. 매장 내부가 완벽한 미국이다. 민트색 의자와 바둑판 무늬의 바닥 타일이 LA 1번 국도 휴게소 식당이라 해도 어색할 게 없다. 맛은 더욱 그렇다. 치즈가 흘러넘치게 들어간 ‘엑스트라더블치즈버거’는 플로리다의 한 바닷가 버거집에서 먹은 그 맛, 그대로다. 버거히어로에서 유일하게 한국적인 게 있다면 창밖으로 펼쳐지는 강화도의 바다뿐이다.

 

●#UK
홍차 교통로
실크로드

실크로드는 실크로드다. 고대 중국과 서역 각국을 이으며 문명 교통로가 되어 준 게 역사 속 실크로드라면, 세계 각국의 홍차와 손님들을 이으며 ‘홍차 교통로’가 되어 주는 게 강화도의 실크로드다. 세작, 서호용정, 아삼, 닐기리, 육보차…. 외계어 같은 홍차 이름들을 마주하더라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효능과 맛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물론, 곁들이기 좋은 디저트도 추천받을 수 있다.

매장 내부는 영국의 홍차 가게와 비슷하다. 앤티크한 가구와 큼직한 스테레오에서 울리는 클래식 음악, 트레이에 실려 나오는 예쁜 티팟들이 이유라면 이유다. 매장에 진열된 티팟들은 십수년간 주인장이 직접 모은 것들이다. 그중 일부는 구입할 수도 있다. 강화도에서 보기 드문 홍차 전문점답게 차 맛은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천천히, 제대로, 진심을 우린 맛이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공동기획 강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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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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