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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 여름, 시원한 맛을 찾아서

  • Editor. 홍은혜 기자
  • 입력 2022.07.25 07:15
  • 수정 2023.07.20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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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열기를 식혀주는 속초의 푸른 바다
뜨거운 여름 열기를 식혀주는 속초의 푸른 바다

짙은 바다, 넘실대는 푸른 파도, 작열하는 태양 아래, 바야흐로 뜨거운 여름. 속초의 ‘시원함’을 입 안 가득 머금는다. 비로소 여름 휴양지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명태회냉면의 시초 
함흥냉면옥

“여기 함흥냉면 하나요!” 함흥냉면옥의 문을 열자마자 확신에 찬 목소리로 주문한다. 커다란 주전자가 담겨 나온 따끈따끈한 육수는 갈비탕 같은 풍미를 지녔으며 삼삼하고 깊은 맛이 났다. 이거 밥 말아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떠오를 즈음, 냉면과 냉육수가 담긴 주전자, 무생채 반찬이 나왔다.

함흥냉면옥 외관,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냉면을 먹어줘야 한다
함흥냉면옥 외관,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냉면을 먹어줘야 한다

일반적인 함흥냉면은 무채색의 단출한 냉면이다. 그러나 ‘함흥냉면옥’의 함흥냉면은 같은 이름이지만, 빨간색의 숙성 명태회 고명이 냉면 위로 올라간다. 과거 회냉면에는 보통 가자미회를 올렸는데, 함흥냉면옥에서 명태회를 고명으로 얹기 시작하면서 그 유명한 속초의 명태 회냉면이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따뜻하게 마실 수 있는 냉면 육수와 시원한 명태회냉면
따뜻하게 마실 수 있는 냉면 육수와 시원한 명태회냉면

맛은 전체적으로 삼삼하다. 그동안 맵고 새콤한 냉면을 맛 봐온 사람들이라면 식초와 양념장을 찾을지도 모른다(테이블마다 식초, 겨자, 양념장이 있다). 삼삼한 맛은 음식 맛 자체에 집중하게 만든다. 명태회는 질기지 않고 쫀득하게 숙성됐다. 만약 조금만 더 꼬들꼬들했다면 안 그래도 쫄깃한 함흥냉면 면발과의 조합이 과부하를 이뤘을 것이다. 간도, 쫄깃함도, 맛도 선을 잘 타는 느낌이다. 뜨끈한 육수 한 모금, 시원한 냉면 한 입. 이가 뜨겁다가 시리다. 바로 이 맛이 함흥냉면먹는 재미 아니겠나.

 

●속초 여름의 대명사 
청초수물회

자리에 앉으면 시원한 청초호가 창문 가득 차오른다
자리에 앉으면 시원한 청초호가 창문 가득 차오른다

여름엔 역시 물회다. 여름 한정으로, 집 나간 입맛을 돌아오게 만드는 맛이다. 속초에는 수많은 물회집이 즐비하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청초수물회’에서는 ‘해전물회’를 선보인다. 해삼과 전복이 주를 이룬 물회라는 뜻이다.

바라만 봐도 오독한 식감이 느껴지는 전복과 해삼
바라만 봐도 오독한 식감이 느껴지는 전복과 해삼

이름처럼 오도독 씹히는 활전복과 해삼의 식감이 도드라진다. 그 뒤로 부드럽게 삶아진 문어, 바다의 향긋함을 품은 멍게, 뼈째회(작은 생선을 손질해 뼈가 있는 상태로 썰어 낸 생선회)의 맛이 파도처럼 입 안으로 밀려온다. 입 안 가득 오독오독 씹다 새콤달콤한 살얼음 육수가 목구멍으로 밀고 들어오면, 오장육부가 시원해지다 못해 너무 급하게 마셔 버리면 머리까지 찌릿찌릿하다. 이마저 ‘여름 별미’다. 

거하게 차려진 청초수물회 한 상, 여름에는 이만한 밥상이 없다
거하게 차려진 청초수물회 한 상, 여름에는 이만한 밥상이 없다

새콤하고 달콤한 조합에는 고소함이 빠질 수 없다. 역시 속초 하면 오징어 순대다. 차가운 물회의 감촉을 고소하게 감싸 준다. 비빔면 & 삼겹살의 조합과 같은 맥락으로 완벽한 시너지다. 청초수물회에서는 특이하게도 떡을 반찬으로 내어 준다. ‘쫀득하다’보다는 ‘보드랍다’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인절미, 별미다. 이미 물회와 오징어순대로 초과 소화 근무를 해야 할 위장에게 미안해 떡 한 개만 집어먹었는데, 여행 일정 내내 남은 떡이 생각나더라. 

 

●속초에서 찾은 빙수의 맛 
흰다정

벽면 가득 채운 소담한 감성, 흰다정의 매력
벽면 가득 채운 소담한 감성, 흰다정의 매력

분명 속초였는데, 카페 문을 열자마자 어느 일본 바닷가 마을에 온 것만 같다. 조용한 음악, 가만가만 담소를 나누는 이들, 일본 애니메이션이 간간이 나오는 낡은 텔레비전. 강렬한 여름의 햇볕은 문틈을 비집고 서성인다.

흰다정의 토마토빙수와 호지차블랑, 밤금단. 어느 하나 밀리는 맛이 없다
흰다정의 토마토빙수와 호지차블랑, 밤금단. 어느 하나 밀리는 맛이 없다

에어컨이 호쾌하게 불어오는, 시원한 자리에 앉아 말간 다홍빛의 토마토 빙수를 한 입 떠먹으면 어릴 적 우리 집 냉장고가 생각난다. 천으로 감싸져 있는 냉장고 손잡이를 당겨 차가운 토마토를 꺼내 숭덩숭덩 썰어 냈더랬다. 그리곤 달달한 설탕을 뿌려 먹던 그 맛. 흰다정 토마토 빙수엔 달콤하고 탱글탱글한 식감의 토마토 퓌레와 팥이 한가득 담겨 나온다. 부드러운 빙수 얼음은 우유를 베이스로 얼려서 ‘카키고리(かき氷)’식으로 갈았다. ‘카키고리’는 곱게 간 얼음에 시럽을 뿌려 먹는 일본의 대표적인 여름 간식이다.

볶은 녹차 가루로 만든 ‘호지차블랑’은 떫고 쓴 대신 고소한 미숫가루 맛이 난다. 맨 위에는 짭짤한 밀크 크림이 올라가는데 생김새도 맛도 속초의 보드라운 모래사장을 닮았다.

흰다정의 내부는 마치 어느 일본 바닷가 마을에 온 듯한 분위기다
흰다정의 내부는 마치 어느 일본 바닷가 마을에 온 듯한 분위기다

‘밤금단’도 함께 즐기면 좋다. 찐밤과 백앙금으로 만들어 낸 화과자다. 포크를 대면 모래성처럼 스르르 무너진다. 까페 흰다정은 빙수가 파도치고, 스르르 밤금단이 흩어지는 것이, 꼭 속초를 빼닮았다.

 

●속초 토박이 젤라토 
라또래요

외관부터 시원한 매력을 풍기는 라또래요, 속초의 토박이다
외관부터 시원한 매력을 풍기는 라또래요, 속초의 토박이다

라또래요는 속초 토박이다. 사장도 속초 토박이, 젤라토에 들어가는 재료도 속초 토박이.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감자, 딸기, 블루베리, 키위 등 로컬 식재료를 이용해 젤라토를 만든다. 아이스크림과 떡, 그 어느 중간에 위치한 쫀쫀한 식감이다.

라또래요의 젤라토.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라또래요의 젤라토.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시그니처 메뉴는 감자 젤라토와 쑥 젤라토. 강원도 햇감자로 만든 감자 젤라토 위에는 통후추를 그라인더로 갈아서 토핑처럼 올려 준다. 순간 이게 감자스프인지 젤라토인지 헷갈린다. 맛은 예상 외다. 부드러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포슬포슬한 감자 알갱이가 콕콕 박힌 식감이다. 놀란 건 바삭한 후추의 식감과 향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점. 쑥 젤라토는 향이 깊고 부드러운 식감이다. 쑥 가루가 뭉침 없이 고르게 섞여 있다.

라또래요는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재료로 젤라토를 만든다

계산대 한쪽에서 판매하고 있는 카넬레(Cannele)를 지나쳐서는 아니, 아니, 아니 된다. 이토록 강조하는 덴 이유가 있다. 겉부분은 이제 막 부쳐 낸 전(煎)의 바깥 부분처럼 바삭하고, 안쪽은 에스프레소 향이 나면서 쫀득한 식감이 재미있다. 옴폭 들어가 있는 카넬레 윗부분에 차가운 젤라토 한 스푼 톡 얹어 베어 물면 머릿속으로 세 음절이 떠오른다. 유레카. 아이스크림과 크루아상 조합을 처음 맛봤을 때만큼 인상적이었다. 주차는 라또래요에서 400m 떨어진 해수욕장 3공영 주차장에서 가능하다.  

 

글·사진 홍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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