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이 주는 즐거움은 힘이 세다. 예쁜 것을 보고, 달콤한 향을 맡고, 좋은 음악을 들을 때, 오감으로 느껴지는 원초적 즐거움. 그 즐거움은 복잡하지 않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다. 그저 몸이 자유롭게 감각하도록 내버려 두면 그만이다.
미디어아트 전시 <시간의 조각: 계절>엔 단순한 즐거움이 있다. 전시는 관람객에게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해석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힘 빼기’를 제안할 뿐이다. 전시는 단순하다.
주제는 시간과 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테마로 한 11개의 존은 꽃을 활용한 플라워 아트와 70여 대의 빔 프로젝트 영상으로 꾸며졌다. 하나하나의 존은 즉각적인 재미로 가득하다. 봄 테마의 존에선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벽면에 벚꽃 비가 내린다. 여름 존에선 바닥에 발자국 모양을 밟고 서면 배경으로 화려한 수국이 핀다. ‘향기의 기억’ 존은 이름값을 한다. 자체 조향한 꽃 디퓨저 향이 플라워 아트와 함께 피어오른다.
전시의 클라이맥스는 ‘시간의 화원’ 존이다. 사계절의 변화가 레이저 센서를 통해 구현되는데, 벽면을 터치하면 사방에서 꽃잎이 흩날리고 발걸음을 따라 꽃길이 놓인다. 사색보단 직감이 앞서는 전시랄까. 보고, 듣고, 만지고, 맡는 것. <시간의 조각: 계절>을 관람하는 방법은 이토록 단순하고, 또 즐겁다.
네이처랩스│12월31일까지, 11:00~21:00│성인 2만원
정리 곽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