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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톤치드 파라다이스, 강화도 숲속 캠핑

  • Editor. 김민수
  • 입력 2022.08.23 09:41
  • 수정 2022.08.23 09: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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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카맣게 타 버릴 것 같은 자외선.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는 더위. 시원하고 쾌적한 캠핑 장소, 어디 없을까? 강화도 숲속 캠핑장에서 답을 찾았다.

함허동천
함허동천

●덕산국민여가캠핑장
안전하고 쾌적한 우리 가족 캠핑장

 

덕산국민여가캠핑장으로 가기 전, 외포항 수산물 직판장에 들렀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철은 조금 지났지만, 강화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밴댕이회와 숭어회 그리고 고둥을 저렴하게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단돈 2만5,000원으로 만들어질 맛깔스러운 캠핑 한 상이 시작부터 캠핑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강화군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덕산국민여가캠핑장은 외포항에서 약 3.5km 떨어진 덕산(해발 191m)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본래 산림욕장으로 활용되었던 캠핑장은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한여름에도 쾌적한 캠핑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자연친화적이다. 

위치에 따라 인삼마을, 순무마을, 약쑥마을이라는 명칭으로 구획이 나뉜 62개의 캠핑사이트는 모두 4×4m 크기의 데크로 구성돼 있다. 차량을 주차장에 세우고 장비를 옮겨 설영을 해야 하지만, 덕분에 사이트의 경계와 간격이 정갈하게 유지되고 시야가 확보되어 매우 안전하다. 게다가 관리동 내에 샤워장과 화장실, 매점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 어린이놀이터, 족구장, 다목적 쉼터 등이 조성돼 있어 가족 캠핑장으로 나무랄 데가 없다

 

자연과 하나 되는 시간

예약해 뒀던 인삼마을 9번 데크에 자리를 잡았다. 미니멀 모드로 알파인 텐트를 올리고 타프를 쳐서 오붓한 캠핑공간을 만들었다. 인삼마을은 캠핑장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외포항이 내려다보일 정도로 시야가 트이고 관리동과 산책로로의 접근 또한 간결하다. 토요일 오후, 이미 금요일부터 캠핑을 시작한 가족들이 있는가 하면, 막 입장해 감성 사이트 구축에 열을 올리는 커플도 눈에 띄었다. 빈 데크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캠핑장은 전혀 번잡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저마다의 모양과 색을 자랑하는 캠핑 사이트를 따라 산책을 한 후, 관리동으로 향했다. 별안간 생소한 동물 울음소리가 들렸다. 정체는 2층 매점 주인이 키우는 키 작은 당나귀였다. 먹성 좋고 눈이 커다란 녀석의 이름은 ‘잭슨’. 주인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당나귀란다.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며 애교를 부리는 통에 이미 덕산국민여가캠핑장의 명물로 인기 구가 중이라고.

잔뜩 흐렸던 하늘이 드디어 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날씨를 예상하고 타프를 설치해 둔 것은 잘한 일이었다. 옆 사이트의 아이는 이미 흠뻑 젖어 버렸다. 빗속을 신나게 뛰어다니더니만 이제는 타프에서 떨어지는 낙수로 물장난 삼매경이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고 덩달아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비가 내리니 맛있는 음식이 당긴다. 작은 프라이팬에 소 등심 한 덩어리를 올렸다. 외포항에서 사온 밴댕이 회도 펼쳤다. 강화도는 인삼 막걸리가 유명하지만 더운 날씨엔 시원한 맥주가 먼저다. 

밤새 비가 내렸다. 텐트에 부딪혀 타닥이는 소리를 실컷 즐겼다. 캠핑이야말로 자연과 하나 되는 가장 멋진 취미라는 생각에 확신이 더해졌다.

▶How to Enjoy
덕산국민여가캠핑장은 강화군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이용료는 비수기 기준 평일 2만5,000원, 주말 3만5,000원이며 성수기인 7~10월에는 날짜 구분 없이 3만5,000원이다.

▶Camping Tip
우중 캠핑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과 공간 확보다. 타프는 비를 막아 주며 취사 및 활동 공간을 제공한다. 타프를 칠 때는 폴을 직각으로 세우는 것보다 약간 뉘어 스트링과 삼각형 구조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가장 튼튼하다. 비가 많이 내릴 때는 타프에 빗물이 고이지 않도록 스트링을 고루 당겨 패널을 평평하게 해야 한다.  

함허동천
함허동천

●함허동천
강화도에 숨겨진 건강한 계곡

함허동천은 강화도 남쪽에 있는 계곡으로 마니산 정상으로 가는 두 개의 들머리 중 하나다. 조선 전기 무학대사의 제자였던 기화스님이 정수사를 중수하고 이곳에서 수도했는데, 그의 호를 따서 함허동천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함허동천은 등산코스로도 유명하지만, 가족 단위의 캠핑지로도 빛을 발한다. 풍성한 나뭇잎들은 하늘을 가리고, 계곡물은 크고 작은 바위의 골을 따라 졸졸 흐른다.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백패커들에게도 물론 인기가 높다. 야영사이트가 계곡을 따라 다소 높은 곳까지 이어져 있는 데다 차량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마치 오지 깊숙한 곳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캠핑을 즐기는 방법은 단순하다. 전기 사용이 가능한 제1야영장은 인터넷으로 예약한 후 이용할 수 있고, 그 외엔 선착순으로 입장하고 비어 있는 데크에 자리를 잡으면 된다. 다만, 리어카나 배낭에 캠핑 장비를 실어 날라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불편함은 오히려 숲과 계곡을 건강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다. 관광객들의 땀방울이 계곡의 건강함을 만든다고 생각하니, 흐르는 땀방울도 상쾌하게만 느껴졌다.

 

●마니산 치유의 숲
신령한 산세 속에서

마니산은 느낌부터 신령한 산이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딱 절반, 중간 지점에 위치한 것도 그렇고, 산 정상에 단군왕검의 제단인 참성단이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산세도 물론 빼어나다. 특히 정상 조망이 탁월해 많은 등산객이 애정하는 산행지로 꼽힌다. 그러나 산행이 아니어도 반나절을 충분히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마니산 치유의 숲길

공식 들머리이자 마니산 국민관광단지 입구는 함허동천의 반대편인 화도면 상방리에 있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천부인광장과 신단수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서 있고 바로 옆에는 단군 놀이터가 조성돼 있다. 신화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에서부터 ‘마니산 치유의 숲길’이 시작된다. 키 높은 소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와 녹음은 걷는 이의 심신을 상쾌하게 해 준다. 거리가 1km 정도에 불과하니 어르신도, 아이도 마냥 편안하다.

치유의 숲은 신단수 쉼터와 그 아래 연못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천부인광장으로 돌아온 후, 길 건너 참성단 조형물 뒤편으로까지 이어진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올해 초 문을 연 ‘한겨레 얼 체험관’을 꼭 들러 봐야 한다. 단군신화에서 비롯된 우리 겨레의 역사와 전통, 그에서 비롯된 강화도와 마니산의 의의가 3D 영상을 통해 알기 쉽게 소개돼 있어 교육적으로 매우 유익하다.

치유의 숲을 더 풍부하게 즐길 요량이라면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숲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게 좋겠다. 피톤치드 느끼기, 마니산 기체조, 명상 등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열린다. 강화도체험학습센터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체험비는 무료다.  

글·사진  김민수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공동기획 강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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