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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편안함, 제주 풀멍 카페

  • Editor. 곽서희 기자
  • 입력 2022.09.05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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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자연에 파묻히고 싶은 날. ‘풀멍’하기 좋은 제주 카페 3.

●넓은 면적으로 보는 풀밭
카페 갤럭시아


풀멍 카페의 조건은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창이 커다랄 것. 둘째, (당연히) 풀과 나무가 잘 보일 것. 셋째, 고요할 것. 카페 갤럭시아는 풀멍 카페의 필수 요소를 다 갖췄다. 1층과 2층을 아우르는 통유리창엔 풀과, 밭과, 하늘이, 넓은 면적으로 담긴다. 저만치엔 바다가, 눈앞에선 풀들이 넘실댄다. 용머리 해안 근처 여타 카페들과 달리 북적임과 부대낌도 덜하다. 멍때리기엔 더없이 좋은 분위기. 좀 더 푸릇한 풍경을 원한다면 산방산이 비현실적으로 펼쳐지는 3층 루프톱이 좋다. 음료와 디저트에선 유난히 제주 냄새가 많이 난다. ‘당근밭 아포가토’와 ‘꼬숩 우도’, ‘산방송이’ 등 제주를 닮은 메뉴들은 예뻐서도, 맛있어서도, 먹기 참 아깝다.

●이끼 정원과의 눈맞춤
베케


생각해 보니 정원과 눈을 맞춰 본 적이 없다. 내려다본 기억뿐이다. 허리를 숙여 잔디에 물을 주고, 무릎을 구부려 꽃향기를 맡는, 그런 식으로. 그런데 베케에선 ‘정원과의 눈맞춤’이 가능해진다. 카페에 들어서면 커다랗다 못해 거대한 통유리창이 한쪽 벽면을 채운다. 창 너머론 온통 이끼 정원이다. 창문 앞 좌석은 반 층 정도 아래에 있다. 정원이 자연스레 눈높이 정도에서 펼쳐진다는 얘기다. 이끼, 풀, 고사리 등 땅에서 돋아난 식물들을 코앞에서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에 초록색 물감이 살금살금 번지는 기분. 보통은 햇빛의 농도가 짙어야 풀멍하기 좋은데, 신기하게도 베케는 흐린 날에 더 좋다. 다행히 커피 맛도 만족스러워 머그컵과의 입맞춤도 즐겁다.

●오늘도 봄, 내일도 봄
그계절


그계절에선 단 하나의 계절, 봄만이 흐르는 것 같다. 도처에서 생명이 꿈틀대고 무언가가 열심히 피고 지는 중이다. 이쪽엔 꽃이, 저쪽엔 풀이, 저만치엔 화분 무리가, 테이블 곁엔 나무가 서 있다. 이름 모를 식물들이 도처에서 숨 쉬고 있어서, 마치 ‘식물 출석부’를 부른다면 여기저기서 ‘네! 네!’ 하고 대답할 것만 같달까. 말하자면 파편화된 자연의 총합이 그계절인 셈이다. 어쩐지 숨 쉴 공기도 늘어나는 기분. 계절을 타지 않는 것 또한 그계절만의 매력이다. 한겨울에 가도 봄, 한여름에 가도 봄 같다. 그러니 마음이 말한다. 그계절에선 그냥 맘껏 이 계절을 즐기며 조금만 흥청거리자고. 

 

글·사진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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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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