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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방콕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2.11.0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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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가 직접 경험한 
방콕의 럭셔리에 대하여.

Bangkok, Not Cheap Anymore

페이즐리 패턴의 하와이안 셔츠와 널널한 코끼리바지. 어깨쯤 흐르듯 둘러멘 힙색과 고무 쪼리. 코로나 이전 방콕을 여행하는 한국인 90%가 이랬다. 덥고 습한 방콕을 돌아다니기에는, 정확히는 야시장이라든가 왕궁 그리고 카오산로드 같은 곳의 완벽한 TPO였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방콕은 달라졌다. 포멀한 셔츠와 긴 바지, 캐주얼한 스니커즈 한 켤레 없이 여행하기에는 너무나도 쑥스러운 도시가 되었다.


지금 방콕의 중심 키워드는 ‘하이쏘’다. 방콕은 팬데믹으로 여행객의 발걸음이 멈추자 자국민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방콕의 내수시장은 소수의 사람이 주 소비층이다. 그들은 일명 하이쏘(High Society). ‘하이 소사이어티’의 줄임말로 태국 내 높은 계층 혹은 부자를 통칭한다. 과거에는 그냥 돈이 많고 전통적인 부자를 상징했지만, 현재는 태국, 더 나아가 아시아의 소비를 주도하는 ‘트렌드 리더’의 의미도 함께 지닌다.

실제로 방콕의 일반적인 젊은 소비층은 하이쏘의 선택을 동경하며 따른다. 그러니까 지금 방콕의 진화는 하이쏘의 취향으로 이뤄진 것이다. 식당, 카페, 쇼핑몰, 호텔, 스파 등 모든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급성장했다. 현지화되었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고 트렌디한 것들이다. 비싸진 만큼 맛있어졌고 화려해졌으며 편안해졌다. 이건 내가 경험한 방콕의 럭셔리에 관한 이야기다.

 

●Guilty
길티 플레저, 길티

태국 음식은 ‘싸고 맛있다’라는 이미지가 있다. 값싸고 맛있는 음식이 태국에 많은 건 사실이지만, 맛있는 음식이 싸다는 것은 지극히 여행자의 생각일 뿐이다. 좋은 재료로 만드는 음식은 당연히 비싸다. 좋은 재료가 비싸기 때문이다.

태국의 맛은 지리적인 조건과 식민 지배를 받지 않은 역사로부터 출발한다. 다양한 식재료와 향신료를 바탕으로 인도, 중국, 프랑스, 포르투갈 등과 식문화가 융합되었지만, 그 뿌리는 항상 태국이었다는 점. 그래서 태국에서는 태국 전통음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다국적의 럭셔리 다이닝도 결국 태국의 맛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방콕에서 가장 핫한 다이닝을 한 곳 뽑자면, 역시 ‘길티(Guilty)’겠다. 아난타라 시암 방콕에 위치하며 올해 6월에 오픈한 신상이다. 라틴 아메리카 음식을 선보인다. 요즘 방콕에서 라틴 계열의 다이닝이 상당히 유행 중이다. 킹 파워 마하나콘 루프톱에는 멕시칸 레스토랑, 오조(Ojo)가 들어섰고 최근 오픈한 킴튼 말라이 방콕의 루프톱 역시 멕시칸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라틴의 맛과 태국의 맛은 향을 기반으로 출발한 미식이라는 점에서 큰 공통점이 있다. 

다시 ‘길티’의 이야기로 넘어오면 ‘카를로스 로드리게즈(Carlos Rodriguez)’ 셰프가 레스토랑을 이끈다. 그는 자신의 음식을 페루의 재료와 일식의 조리 기법을 섞어 낸 결과물이라 설명했다. 소개에 대한 부연설명은 그의 요리, ‘Toda La Vida Ceviche’가 대신한다. 

방어 세비체다. 하나의 접시에 6점의 방어회와 노란 타이거 밀크, 조각 낸 나초칩과 고수, 고추가 올라간다. 페루에서는 세비체의 소스를 ‘타이거 밀크(Tiger Milk)’라고 부른다. 호랑이 젖은 당연히 아니고 소스를 먹으면 스태미나에 좋다고 해서 ‘타이거’라 이름을 붙였단다. 또 타이거 밀크에는 반드시 생선의 풍미가 섞여야 한다. 소스에 생선의 흰 살을 블렌딩 하는 과정에서 뿌옇게 나오는 것을 ‘밀크’라고 부른다. 부드럽게 단맛이 입 안 전체에 감돈다. 적절하게 맵고 짜다. 방어의 서걱거림과 부스러기 나초의 바삭거림. 아주 미묘하고 섬세한 맛의 감각들이 스멀스멀 다가오다 절묘하게 사라진다. 

멕시코 국기의 색을 섞어 만드는 과카몰리와 ‘바르바코아 와규 비프 타코(Barbacoa Wagyu Beef Taco)’의 조합도 빼놓을 수 없다. 바르바코아(Barbacoa)는 바비큐다. 소고기의 풍미가 자칫 과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반드시 과카몰리와 함께 곁들이는 것이 좋다. 디저트로는 추로스(Churros)를 추천한다. 맛은 따뜻한 추로스인데, 비주얼이 특별하다. 내부에는 다양한 팝아트가 전시되어 있으며 DJ가 직접 음악을 셀렉한다. 두둑한 뱃살 지방과 그렇지 못한 지갑에게, 여러모로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를 선사하는 곳이다.


●Seen + Lost & Found
방콕 최고의 루프톱 바, 씬 + 로스트 & 파운드

지금 방콕은 루프톱 춘추전국시대다. 높아 보인다 싶으면, 그곳에 분명 루프톱 바가 들어서 있을 정도로 많다. 고전적으로는 반얀트리의 문바, 르부아 시로코바 같은 곳들이 있고 최근 티츄카바, 마하나콘 스카이바 같은 신상이 계속해서 밀려들고 있다. 그래서 방콕에서 루프톱바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씬(Seen)’은 어느 곳보다 묵직한 한 방을 갖춘 루프톱 바다. 

방콕 아바니 플러스 리버사이드 호텔 26층에 위치한다. 다른 루프톱 바에 비해서 시내와 거리가 조금은 있는 편이다. 아속역에서 출발하면 택시로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도시에서 멀어진 만큼 짜오프라야강변과 가까워진다. 씬에서 내려다보면 강변 너머 환한 아시아티크의 야경이 보인다. 이따금 주말이면 폭죽이 터지는데, 이건 방콕 어느 곳에서도 마주칠 수 없는 귀한 장관이다. 루프톱 바 옆쪽으로는 아바니 리버사이드의 수영장도 자리한다. 오로지 술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보니 일반적인 루프톱바보다 훨씬 캐주얼한 분위기다. 활기차고 생동적인, 가장 방콕다운 루프톱 바. 그러다 보니 여행객뿐만 아니라 태국 현지 하이쏘들의 모임 장소로도 인기란다. 방콕의 핫플레이스는 방문 전 예약이 너무나도 당연한 조건이 되었다.

루프톱바라면 예쁘기만 해도 좋은데, 심지어 씬은 맛도 있다. 트러플파스타부터 이베리코 스테이크, 타코, 샐러드. 어떤 메뉴든 중간 이상이다. 이 모든 메뉴를 아우를 수 있는 단 한 잔의 술이라면 역시 기본 중 기본, 진토닉. 진은 바텐더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진마다 그날의 온도, 습도, 기분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치얼스.

2차는 로스트 & 파운드. 아바니 플러스 리버사이드 3층에 위치한다.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 같은 공간이다. 스피크이지 바는 간판도 없고, 홍보도 하지 않아 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는 곳을 통칭한다. 로스트 & 파운드의 정확한 콘셉트는 트랜스젠더 클럽. LGBTQ 쇼가 시간마다 진행된다. 유쾌한 밤이 흐른다.


●Sheraton Grande Sukhumvit A Luxury Collection
럭셔리의 이유, 
쉐라톤 그랜드 스쿰빗 럭셔리 컬렉션

방콕에는 2곳의 럭셔리 컬렉션이 자리한다. 소개에 앞서 ‘럭셔리 컬렉션’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크게 럭셔리, 프리미엄, 셀렉트, 장기 투숙의 카테고리로 호텔 등급을 나눈다. ‘럭셔리 컬렉션’은 럭셔리 카테고리에 속하는데, 그중 ‘여행 목적지의 개성’이 담긴 호텔을 ‘럭셔리 컬렉션’으로 구분한다. 그러니까 방콕의 럭셔리 컬렉션은 ‘태국만의 럭셔리를 제공하는 메리어트 브랜드’라고 인식하면 된다. ‘더 아테네’와 ‘쉐라톤 그랜드 스쿰빗’이 그 주인공이다.

쉐라톤 그랜드 스쿰빗 럭셔리 컬렉션은 방콕의 심장에 위치한다. 아속(Asok)역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참고로 아속 주변은 방콕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라 이동시 BTS를 추천한다. 대규모 쇼핑몰인 터미널 21도 1분 거리다. 

호텔 전통적인 분위기는 묵직하고 고귀하다. 경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태국의 럭셔리는 차분하고 우아함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로비부터 낮은 조도에 괜스레 근사한 척하게 되는 공간. 총 420개의 객실을 갖췄다. 그중 43개가 스위트룸이다. 태국을 테마로 꾸며진 3개의 스위트와 인터내셔널 스위트 2개가 포함된다. 스위트에 놓인 베딩은 오로지 이곳 럭셔리 컬렉션을 위해 제작한 베딩 시스템이란다. 각 스위트룸은 24시간 버틀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쉐라톤 그랜드 스쿰빗의 수영장은 방콕의 푸껫이다. 푸껫의 휴양에 대입하는 이유는 진짜 그곳에 자연의 시간이 깃들었기 때문이다. 쉐라톤 그랜드 스쿰빗은 1997년에 오픈한 호텔이다. 시간이 흘러 우아함이 되었고, 꾸준한 관리가 견고함을 만들었다. 이런 곳을 ‘럭셔리 호텔’이라고 부른다.


●The Athenee Hotel A Luxury Collection 
공주의 흔적, 더 아테네 호텔 럭셔리 컬렉션

방콕의 또 한 곳의 럭셔리 컬렉션, 아테네 호텔. 22년의 역사를 지녔다. 2017년에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거쳤으며 이전에는 ‘플라자 아테네 방콕(Plaza Athenee Bangkok)’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현재 아테네 호텔이 위치한 곳은 20세기 초 ‘발라야 알롱콘 공주’가 살던 ‘칸다바스 왕궁(Kandhavas Palace)’의 터다. 

발라야 알롱콘 공주는 ‘라마 5세’의 딸이다. 라마 5세는 태국에서 가장 위대한 왕으로 평가받는다. 예로부터 태국 왕가의 외교정책을 휘지만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 외교‘라 부르는데, 이 외교술의 기초를 라마 5세가 세웠다.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에 태국의 근대화를 이룬 왕. 공주 역시 보통 인물이 아니다. 태국 최초의 여학교 및 여성 사범대학을 세웠으며 미적 감각도 뛰어났다고 한다. 당시 유럽의 양식과 태국의 전통미를 가미한 인테리어를 선보였을 정도라고. 현재 아테네 호텔 곳곳에는 공주의 감각을 재해석해 구성한 요소들이 가득 녹아 있다. 이제 이곳이 왜 ‘럭셔리 컬렉션’ 카테고리로 분류됐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호텔의 뿌리가 태국의 공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테네의 호텔리어는 ‘쑤타이(Sutai)’를 입고 있다. 쑤타이는 태국 전통의복이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면, 태국 전통 연회장에 초대받은 기분이다. 이들은 손님을 절대 외롭게 두지 않는다. 


압권은 아테네 스파(Athenee Spa)다. 태국 공주의 관리를 경험할 수 있다. 혈액형과 생일별로 어울리는 오일을 추천한다. 좋은 것을 좋은지 알고 받는 스파는 사람을 한층 나른하게 만든다. 방콕에서 가장 완벽한 스파는 감각의 기억까지 지워 준다는 사실을, 아테네 스파에서 코 골며 배웠다.


●Silk Road
아테네의 자존심, 실크 로드

서울 조선호텔에는 중식당 ‘홍연’이 있고, 신라호텔에는 중식당 ‘팔선’이 있고, 포시즌스호텔에는 중식당 ‘유유안’이 있다. 고급 호텔의 중식당은 그 호텔의 미식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랄까. 방콕 아테네 호텔에는 ‘실크 로드’가 있다. 

2인이라면 딤섬 시그니처와 베이징덕을 메인으로 즐기면 된다. 베이징덕은 통째로 서빙 후 껍질에 위스키를 뿌려 불을 낸다. 그럼 훨씬 바삭해지고, 무엇보다 윤기가 돈다. 밀전병에 쪽파와 오이를 얹고, 베이징덕과 소스를 뿌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캐비어 반 스푼을 퍼 올리면 딱이다. 남은 베이징덕으로는 요리를 내어 준다. 국수, 볶음 다양한 방법 중에 칠리소스를 얹은 탕수육이 최고다. 맥주 안주로 이만한 대체재가 없다. 국내 어느 고급 중식당과 견줘도 충분할 맛이다. 그런데 가격은 반이다. 고민할 이유가 없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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