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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쇼핑 로드

McArthurGlen  Designer Outlets

  • Editor. 곽서희 기자
  • 입력 2022.12.0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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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땅, 이탈리아에서 길을 잃었다. 
세상 제일 즐거운 방랑이 시작됐다.

세라발레 아웃렛 입구. 쇼핑의 길은 이탈리아로 통한다
세라발레 아웃렛 입구. 쇼핑의 길은 이탈리아로 통한다

체크메이트, 기쁜 패배

100명의 여행객이 있다면 여행의 목적도 100가지다. 휴식에 깃발을 꽂는다면 리조트가 펄럭이겠고, 관광이라면 랜드마크가 휘날릴 거다. 나의 깃발은 쇼핑에 꽂혔다. 이탈리아니까, 이탈리아라서. 아웃렛이 펄럭였다.


이탈리아에서 쇼핑은 한판의 체스와 같다. 밀라노와 베니스 같은 도시들이 판을 깔아 주면 그 안에서 여행자들은 말이 되어 상대 말, 그러니까 수십 개의 브랜드들과 결전을 벌인다. 구찌와 페라가모가 한 칸씩 성큼, 아르마니와 프라다가 뒤이어 돌격한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발걸음이 어지럽다. 지갑을 털리지 않으려는 필사의 노력에도 체크메이트를 외치는 건 언제나 상대 팀. 번번이 지는 쪽은 여행자다. 사실상 승률은 제로에 가깝다.


판의 종류도 다양하다. 시내 상점가일 때도 있고, 대형 백화점일 때도 있다. 판에 따라 게임의 흥미도가 조금씩 달라지는데, 이번 판은 아웃렛이었다. 수백 개의 명품과 로컬 브랜드들이 짱짱한 퀄리티를 뽐내는 곳. 그럼에도 그 어느 곳보다 저렴한 가격표를 달고 있는 곳. 단순한 쇼핑 그 이상의 유희가 있는 곳. 아, 위험한 판이다. 


미리 밝혀 두지만, 이번 게임에서 나는 완전한 패자였다. 판돈이 컸던 터라 통장 잔고는 바닥났고 캐리어가 터져 나가 애를 먹었다. 매일 밤 근육통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웃기는 일이다. 지고도 이렇게 기쁜 게임이라니. 애초에 이길 맘이라곤 조금도 없었던 모양이다.

 

●MILAN 밀라노

18세기 와이너리의 아침


어제는 참 길었다. 인천에서 밀라노 말펜사 공항까지 14시간. 차를 타고 공항에서 남쪽으로 또 2시간. 빌라 스파리나 리조트(Villa Sparina Resort)에서 아침을 맞기까지 9,000km를 달렸다. 


여행지의 낯섦은 거리에 비례한다. 멀수록 다르고, 다를수록 낯설다. 리조트의 일상은 냄새부터 낯설었다. 아침 7시, 로비에 쌉싸름한 와인 향이 퍼진다. 취기가 돈다. 뒷마당에 나갔다. 보이는 거라곤 온통 포도밭. 리조트 전체가 와인에 푹 절여진 것만 같다. 

빌라 스파리나 리조트 입구
빌라 스파리나 리조트 입구

빌라 스파리나 리조트는 피에몬테 가비 지역의 야트막한 언덕에 있다. 와인 애호가라면 한 번쯤 병 겉면에서 읽어 봤을 ‘가비(Gavi)’. 그 가비가 바로 여기다. 가비는 지역명이자 피에몬테의 토착 품종인 코르테제로 만든 화이트 와인을 말한다. 리조트는 피에몬테에서도 손꼽히는 가비 와인 생산지다. 리조트 소유의 포도밭 규모만 해도 70만 평방미터 이상. 

 끝없이 늘어선 포도밭 
 끝없이 늘어선 포도밭 

고품질의 토종 포도들은 이탈리아의 강렬한 햇살을 꿀꺽꿀꺽 마시며 경사진 땅에서 통통하게 몸을 부풀린다. 잘 익은 포도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된 후, 18세기 와인 저장고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리조트의 지하 창고로 향한다. 그리곤 ‘보테(Botte)’라 불리는 오크통 속에서 숙성 과정을 거친다. 가비 와인의 특징이라면, 우선 드라이하다. 최상급일수록 더 파삭하고 더 드라이하다. 거기에 더해지는 풍만한 과실 맛과 묵직한 보디감. 아몬드나 호두 같은 너티함. 미네랄 풍미. 젤라또랑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리조트는 전형적인 시골 농가의 모습을 갖췄다
리조트는 전형적인 시골 농가의 모습을 갖췄다
와인 한 잔에 저무는 하루
와인 한 잔에 저무는 하루

와인도 와인이지만, 사실 리조트 선택의 이유엔 위치도 한몫했다. 리조트는 세라발레 아웃렛(Serravalle Designer Outlet)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미처 사지 못한 코트가 어른거리면 재빨리 돌아설 수 있다. 게다가 길고 긴 쇼핑의 끝, 하루의 마무리에 와인이 있으니 이보다 더한 선택지는 없었다. 연거푸 들이킨 잔에 밤과 말이 끝없이 길어지긴 했지만.

리조트의 와인 저장고. 짙은 포도 향이 코끝을 건드린다
리조트의 와인 저장고. 짙은 포도 향이 코끝을 건드린다

●Serravalle Designer Outlet

쇼핑을 위한 디즈니랜드

현명한 쇼퍼(shopper)들은 지도 앞에 선다. 쇼핑의 핵심은 체력. 최적의 동선을 짜는 건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제일 효과적인 방법이다. 세라발레 아웃렛 입구 앞, 지도를 살폈다. 그런데 이거 심상찮다. 빨간 점으로 표시된 현재 위치에 비해 아웃렛의 규모가 너무 크다. 살 것도, 볼 것도 많다. 마음이 급해진다. 

놀이동산처럼 낙천적인 분위기의 세라발레 아웃렛

아웃렛의 파워는 브랜드 구성에서 나온다. 어떤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가는 곧 그 아웃렛의 품격과 위치를 보여 주는 명패와 같다. 세라발레는 과연 강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아웃렛답게 입점 브랜드 수만 약 230개 이상이다. 구찌, 프라다, 버버리, 펜디,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는 기본, 일반적으로 아웃렛에서 찾아보기 힘든 발렌시아가까지 있다. 생로랑도 이탈리아 아웃렛 중에선 이곳에 처음으로 입점했다고. 최근엔 밀라노의 두 번째 스타벅스도 들어섰다. 세라발레의 위상을 가늠하게 해 주는 명패들이다. 

푸드 트럭과 벤치가 쇼퍼들의 쉼터가 되어 준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욕심 많은 쇼퍼 입장에선 곤란하다. 시작점과 끝점을 어디로 정할 것인가. 그럴 땐 빅 브랜드부터 차례차례 훑는 게 쉽다. 세라발레엔 구찌와 버버리의 단독 건물이 있다. 지난 시즌 상품은 물론, 한국에 미처 들어오지 않은 신상들조차 합리적인 가격에 품을 수 있다. 한국에서 입맛만 다셨던 버버리 가방이 30% 할인된 가격에 진열돼 있는 걸 본다면, 아무리 유혹에 강한 쇼퍼라도 맥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 이탈리아 로컬 브랜드들도 조용히 강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캐시미어나 가죽 제품이 있다면, 하나쯤 사 두는 게 손실 없는 선택이다.

리구리아 스타일의 건축 양식이 반영된 건물들
리구리아 스타일의 건축 양식이 반영된 건물들

그렇지 않아도 들뜨는 기분은 리구리아(Ligurian) 스타일로 세워진 파스텔 톤의 건축물 덕에 더 가벼워진다. 현대 예술가들의 분수와 조각품도 쨍한 채도로 빛난다. 놀이동산처럼 낙관적인 분위기다. “세라발레 아웃렛의 연간 방문객은 650만 명이에요. 로마 콜로세움 다음으로 많은 숫자죠. 여긴 어른들을 위한, 쇼핑을 위한 디즈니랜드입니다.” 사비나(Sabina Piacenti) 세라발레 아웃렛 투어리즘 매니저가 속삭였다. 그러니 오늘 하루, 우린 모두 ‘쇼핑 자유이용권’을 끊은 셈.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유구한 유희의 세계, 쇼핑 파라다이스를 누볐다.

과감한 색상의 몽클레어 숏 패딩 5
과감한 색상의 몽클레어 숏 패딩
클래식은 영원하다, 폴로 남성복
양손은 무겁게 걸음은 가볍게
양손은 무겁게 걸음은 가볍게

▶쇼퍼홀릭 에디터의 세라발레 아웃렛 쇼핑 꿀팁 10


1. 정문 앞 지도 표지판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각 매장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모바일 지도가 뜬다. 
2. 이탈리아에선 이탈리아 브랜드를 사는 것이 현명하다. 품질과 가격 면에서 최상을 보장한다. 
3. 원하는 디자인이나 사이즈, 컬러가 없다고 해도 섣불리 실망하지 말자. 매장 내 직원에게 문의하면 매장에 없는 재고를 가져와 주는 경우가 많다.  
4.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패션 패스포트를 발급받으면 세일된 가격에 추가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단, 적용되는 브랜드가 정해져 있으니 결제 전 매장에 문의해 보는 게 좋다. 
5. 한 매장에서 155유로 이상 구매하면 택스리펀을 받을 수 있다. 아웃렛 내에 택스리펀 오피스가 마련돼 있어 편리하다.
6. 게스트 서비스 센터에서 핸즈프리 쇼핑 서비스를 신청하면 구매한 상품을 들고 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다. 가격은 5유로. 
7. 아웃렛엔 14개의 바와 레스토랑이 있다. 어디서 뭘 먹을지 고민될 땐 ‘레 돌체 테레(Le Dolci Terre)’로 향하자. 피에몬테 와인과 바질 파스타가 훌륭하다. 
8. 뚜벅이 여행자라면 셔틀버스를 예약하는 게 좋다. 인당 20유로를 지불하면 밀라노 시내에서 아웃렛까지 1시간 만에 데려다 준다. 
9. 전 매장 펫 동반이 가능하다. 야외엔 강아지 전용 수돗가가 있을 정도.  
10. 아이와 함께라면 지난해 새로 생긴 ‘플레이 랜드(Play Land)’를 놓치지 말자. 아쿠아 파크, 베이비 파크 등 놀이 공간이 꽤 탄탄하다.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이 햇살에 붉게 타오른다
베니스가 노을에 잠기는 시간, 오후 6시
베니스가 노을에 잠기는 시간, 오후 6시
베니스에서 다리는 횡단보도와 같다
베니스에서 다리는 횡단보도와 같다
선착장에서 이른 저녁을 먹던 가족
선착장에서 이른 저녁을 먹던 가족

●VENICE  베니스
Noventa di Piave Designer Outlet

MD들의 초이스, 취향을 저격하다


베니스 본섬에서 40km. 노벤타 아웃렛(Noventa di Piave Designer Outlet)의 구찌 매장. 수많은 쇼퍼들이 쉴새 없이 가격표를 뒤집는다. ‘이게 맞아?’ 현실에도 만화처럼 말풍선이 있다면 방문객들 머리 위에 적힐 글씨다. 믿기지 않는 가격에 지갑을 꺼낸다. 

산 마르코 광장으로 향하던 길. 햇빛에 젖은 사람들
산 마르코 광장으로 향하던 길. 햇빛에 젖은 사람들

숫자엔 대개 현실감이 결여돼 있다. 고장 난 계기판처럼 마구 올라가는 연예인의 SNS 팔로워 수나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주가. 단위가 커 계산하기 어려운 베트남의 화폐 같은 것들. 그런데 노벤타 아웃렛에선 숫자가 살아 있었다. 120유로의 캘빈 클라인 니트를 25유로에 구매했을 때, ‘-70%(사실상 80%에 가까운 세일가였다)’란 숫자는 처음으로 활자의 틀을 깨고 나에게 다가왔다. 한국에서 150만원을 호가하는 펜디 스웨트 셔츠를 1/2 가격에, 140만원의 프라다 버킷백을 80만원에 득템했을 때도. 프라다 사피아노 가죽 지갑을 4개나 지른 건 딱히 사치를 부리는 타입도, 여윳돈이 넘쳐서도 아니었다. ‘-60%’란 숫자의 숨소리에 귀 기울였을 뿐이다. 문자에서 벗어난 숫자. 그건 적자 없는 투자이기도 했다. 

쇼핑에도 휴식이 필수다
쇼핑에도 휴식이 필수다

그렇다고 비인기 상품을 싼 가격에 모아 놨으리라 짐작한다면 섭할 일이다. 애초에 그랬더라면 입맛 까다로운 한국인 쇼퍼들 사이에서 ‘쇼핑 성지’로 입소문 날 리도 없었을 테다. 아무리 저렴하다고 한들, 예쁘지 않으면 지갑을 열지 않는 게 이 시대의 스마트한 소비자다. 그러니까, 가격은 둘째치고 일단 제품 자체가 매력적이란 건데. 이건 각 브랜드별 브랜드 MD(상품 기획자)들의 취향과 선택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요즘 쇼퍼들은 어떤 상품을 선호하는가. 어떤 상품이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 무엇이 ‘잘’ 팔릴 것인가. 이러한 기준 아래 상품들은 들고 남을 반복한다. 브랜드의 철학과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 내는 MD들이 많은 아웃렛일수록 쇼퍼들의 지갑은 끊임없이 열린다.

해 질 녘, 노벤타 아웃렛 입구
해 질 녘, 노벤타 아웃렛 입구
화장품도 쇼핑 리스트에서 결코 빠질 수 없다
화장품도 쇼핑 리스트에서 결코 빠질 수 없다
화려한 컬렉션을 뽐내는 구찌매장
화려한 컬렉션을 뽐내는 구찌 매장

클래식, 화려함, 품질, 가격. MD들마다 방점을 두는 포인트는 다 다르고, 같은 브랜드라도 아웃렛마다 입고되는 제품도 천차만별이다. A 아웃렛에서 본 구찌 자켓이 B 아웃렛엔 없을 확률, B 아웃렛의 남색 타미힐피거 목도리가 C 아웃렛엔 검정색만 있을 확률. 굉장히 높다. 쇼핑도 결국 타이밍이 전부다. 그러니 쇼퍼들은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를 원한다. 아웃렛별로 일일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이게 최선이겠군’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 베니스에선 노벤타 아웃렛이 그렇다. 실제로 시내 매장에 신상으로 내걸려 있는 제품도 많고, 시중에 구하기 힘든 한정판들도 들어와 있다.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는, 무난하면서 예쁜(이게 제일 어려운데) 상품들도 다수다. 저렴한 가격만으로 승부 보는 공장형 아웃렛과 비교할 수 없는 이유이자, 노벤타 아웃렛에서 쇼핑백을 들고 있지 않은 쇼퍼를 찾는 게 더 어려운 이유다.

 노벤타 아웃렛의 건물엔 베니스의 건축 양식이 묻어 있다

여기까지가 파산하기 직전까지 쇼핑한 데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 이미 지갑은 돈 대신 영수증으로 가득 찼는데, 욕심 나는 녀석들이 너무도 많았던 거다. ‘날 좀 보소’ 소리치는 가격표를 뿌리칠 만한 깜냥(?)도 없었고. 더구나 초조했던 건, 가격표의 숫자만큼이나 시계의 숫자도 살아 있었단 사실. 시침은 10에서 2로 빠르게 옮겨 가더니 5로 향했다 이내 8을 가리켰다. 매장엔 하나 둘 셔터가 내려졌다. 하루가 닫힐 때 즈음에서야, 마침내 지갑의 지퍼도 함께 닫혔다.

곤돌라가 멈추고 뱃사공이 모이는 밤
곤돌라가 멈추고 뱃사공이 모이는 밤
하루가 저물 즈음에서야 지갑의 지퍼도 닫혔다
하루가 저물 즈음에서야 지갑의 지퍼도 닫혔다

 ●Mini Interview 
아웃렛 쇼핑, 구찌만 보고 가긴 아쉽죠

마티어즈(Matthias Sinner) 맥아더글렌 인터내셔널 그룹 투어리즘 총괄 책임

마티어즈(Matthias Sinner) 맥아더글렌 인터내셔널 그룹 투어리즘 총괄 책임

Q 맥아더글렌 아웃렛만의 차별점이 뭘까.

A 쇼핑만을 위한 지루한 아웃렛이 아니라는 점(웃음)? 맥아더글렌 아웃렛은 단순한 쇼핑 스폿을 넘어 하나의 지역 문화 명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즈 페스티벌 등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하고, 지역 특산물 요리를 선보이는 로컬 식당을 들여오기도 한다. 또 아웃렛을 설계할 때도 지역 고유의 건축 양식을 반영해 짓는다. 맥아더글렌 그룹의 26개 아웃렛 중 똑같은 건축 양식을 가진 아웃렛은 단 한 지점도 없는 이유다. 방문객들은 예쁘게 꾸며진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쇼핑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아웃렛을 떠날 땐 후회 없이 큰 미소를 띠곤 한다. 멋진 하루를 보냈다는 뜻이다. 그들의 그 미소가, 맥아더글렌을 특별하게 만드는 점이라 생각한다. 물론 30~70%에 이르는 할인율과 주요 도시와의 접근성도 재방문율을 높이는 포인트다.

아웃렛 내 피자 맛집, 수토 오스테리아(Sutto Osteria)

Q 아웃렛 쇼핑 꿀팁이 있다면.

A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구찌나 프라다와 같은 빅 브랜드들에 포커스를 맞추는 경향이 있다. 노벤타 아웃렛만 해도 구찌, 펜디, 프라다, 버버리는 물론, 나이키, 아르마니, 휴고 보스, 베르사체, 모스키노, 토즈 등 170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그러나 아웃렛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전해 주고 싶은 팁이 있다. 반드시 이탈리아 로컬 브랜드들을 탐색해 볼 것! 놀라운 품질의 수공예 제품을 좋은 가격에 선보이는(아마 한국 사람들에겐 낯설) 로컬 브랜드들이 많다. 시간 여유를 갖고 천천히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VIP 라운지에서 내려다본 아웃렛 전경

Q 앞으로의 계획은.

A 내년 4월을 목표로 파리 서부 근교에 파리-지베르니 센터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매우 현대적이고 친환경적인 건축물을 선보이게 될 것 같다. 또 기존에 있던 아웃렛의 규모를 확장시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데 힘쓸 예정이다. 올해 여름부터 지금까지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중이다. 놀랍고 감사한 일이다.

●Treviso  트레비소
Pick Me Up


지금 와서 트레비소(Treviso)를 떠올리면 달콤한 기억밖엔 없다. 강물에 반짝이던 햇빛, 돌바닥을 지나던 자전거, 끝이 붉었던 단풍잎, 낡은 벽돌집. 그 따뜻한 기억의 중심엔 티라미수가 있었다. 

 좁고 굴곡진 운하가 도시에 흐른다

 트레비소 앞엔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베니스 근교 소도시’가 먼저고, 다음으론 ‘살기 좋은 중세도시’. 그러나 그중 트레비소를 가장 트레비소답게 만드는 수식어는 역시, ‘티라미수의 본고장’이다. 

트레비소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건 자전거와 강 그리고 웃음이다
트레비소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건 자전거와 강 그리고 웃음이다

최초의 티라미수는 1967년, 트레비소의 한 제과점에서 남은 쿠키와 커피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그로부터 2년 뒤 트레비소의 레스토랑 ‘레 베케리에(Le Beccherie)’의 오너 셰프가 원조 레시피를 개량해 크리스마스 특별 디저트로 티라미수를 선보였고, 대히트를 쳤다. 이후 타 저서를 통해 외국에 소개되면서 전 세계에 퍼지게 돼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트레비소가 얼마나 티라미수에 진심이냐면, 해마다 ‘티라미수 월드컵 대회(Tiramisu World Cup)’를 개최할 정도다. 계란과 생크림의 신선도, 숙성 기간, 손기술 등을 기준 삼아 그해 최고의 티라미수를 선정한단다. “질 좋은 티라미수는 이탈리아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 와인과 찰떡궁합이죠. 커피보단 와인과 함께 드셔 보세요.” 티라미수 월드컵 심사위원이자 트레비소에서만 25년을 살았다는 가이드가 건넨 꿀팁.

 돌과 벽, 조각품마저 티라미수 색이다

그녀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티라미수 원조 집인 레 베케리에에서 ‘찐 원조’ 티라미수를 만났다. 잔에는 프로세코 와인이 담겼다. 티라미수를 한 스푼 떠 사탕처럼 살살 녹여 입 안 가득 머금었다. 그리고 와인 한 모금. 달달하다 쌉싸름해지고, 촉촉함과 부드러움이 번갈아 차오른다. 복잡한 미각 안에 담긴 단순한 행복. 익숙한 맛인데, 좋다. 

레 베케리에의 원조 티라미수

당분의 힘일까. 지쳐 있던 몸속으로 당도 높은 위안이 돈다. 티라미수는 ‘나를 끌어올리다(Pick Me Up)’란 뜻이다. 우리말로는 기운 나게 하다, 행복하게 하다 정도가 될 텐데.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누군가가 건넨 손을 잡고 일어선 기분이다. 발밑에 푹신한 스펀지케이크이라도 깔린 듯 간만에 몸이 가볍다. 그날 오후, 유독 웃음이 늘어졌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맥아더글렌 디자이너 아웃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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