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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가 차려 준 밥상

  • Editor. 곽서희 기자
  • 입력 2022.12.26 03:20
  • 수정 2022.12.26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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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먹고, 바다를 마시고, 해를 씹었다. 
강화도가 차려 준 밥상에서.

●강화도의 정 
강화국수

배곯던 시절, 강화도의 국숫집은 서민들의 휴게소였다. 인천행 버스가 오가는 터미널에서, 다음 기차를 기다리는 역 앞에서, 숭어가 펄떡이는 시장 어귀에서. 10원짜리 동전 두 개면 김이 폴폴 나는 국수가 뚝딱 나왔더랬다. 시대는 변했어도 국수는 여전하다. 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수북이 나오는 면. 넘칠 듯 말 듯한 국물. 강화도의 정이 찰랑인다.

메뉴는 보통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다. 잔치국수는 멸치 육수로, 비빔국수는 양념장으로 맛을 낸다. 특별할 건 없지만 아는 맛이라 더 좋다. 식당마다 손수 담근 김치를 내놓는데 백이면 백, 김치 맛있는 곳이 국수도 잘한다.

●깨끗한 땅, 정직한 맛
강화섬쌀 & 순무김치

밥맛은 정직하다. 땅, 물, 바람, 해. 이 네 가지만 좋으면 쌀은 저절로 윤기가 돈다. 강화도는 그 모든 걸 최상으로 갖춘 땅이다. 마그네슘 빵빵한 간척지에 맑은 해풍. 깨끗한 물과 풍부한 일조량. 섬 기후 특성상 9~11℃로 큰 일교차까지. 쌀이 잘 여무는 완벽한 조건. 그렇게 재배한 쌀이 ‘강화섬쌀’이다. 강화도에서 이름 좀 날린다는 백반집은 모두 강화섬쌀로 밥을 짓는다. 어디 쌀만 그럴까. 순무도 기가 막히게 자란다.

강화순무는 천 년 동안 강화도에서만 재배되어 온 강화도 토종 특산품이다. 뿌리부터 씨앗까지 한약의 원료로 쓰인단다. 첫맛은 알싸한데 씹을수록 무의 단맛이 느껴진다. 뽀얗고 오동통한 쌀밥 한 숟가락에 순무김치 한 조각. 정직하고도 막강한 조합이다.

●삼합수가 잉태한 
생선회

바다 있는 곳에 생선 있고, 생선 있는 곳에 회가 맛있는 건 당연한 이치인데. 강화도의 생선회는 한 끗이 다르다. 그 한 끗의 뿌리는 역시 물이다. 강화도 앞바다는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모인 ‘삼합수(三合水)’에 바닷물까지 합세한 합류 지역이다. 물이 모이는 곳엔 고기가 모인다. 만남이 있는 곳엔 생명이 있다. 민물과 짠물이 섞이는 이곳에서 홍어, 까나리, 농어, 숭어 할 것 없이 온갖 어종이 들끓는다. 생선이야 굽든 찌든 튀기든 다 맛있지만, 날것으로 먹을 때가 가장 신선하다. 강화도의 횟집들은 대부분 수산물 직판장과 가까워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자연산 활어를 판매한다.

●뜨끈한 바다를 마시다
꽃게탕

강화도가 노을에 잠겨 갈 즈음, 꽃게탕이 당긴다. 단순 취향 때문은 아니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강화도 꽃게는 미생물 번식이 뛰어난 바다 갯벌에서 자란다. 제일 큰 특징 하나. 지방 함량이 낮아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다. 그리고 살이 정말 부드럽다. 젓가락 끝으로 살을 파내면 촉촉해서 자꾸 부서진다. 이런 게 앞에서 요리법이 대수겠냐만, 찬 바람 불 땐 역시 탕이다. 약한 불에 게 내장이 우러나올 때까지 졸이고 졸이면 바다를 냄비째 마실 수 있다.

꽃게 전문집이 모여 있는 ‘외포리꽃게마을’에선 강화도 앞바다에서 직접 잡은 꽃게로 요리를 하는 집이 많다. 신선함은 물론, 중간 유통 과정이 없으니 가격이 저렴하다. 봄에는 알이 찬 암게, 가을에는 살이 찬 수게가 별미라는데. 솔직히 언제 먹어도 맛있으니 제철 따위 별 의미 없긴 하다. 

●쑥 먹은 소
약쑥한우

강화도에서 약쑥 없는 미식 여행이란 불가능에 가깝다. 카페든 빵집이든, 꼭 약쑥이 들어간 메뉴가 하나씩은 있으니. 사자발쑥이라 불리는 강화약쑥은 쑥잎의 생김새가 꼭 사자의 발 모양으로 갈라져 있다. 동의보감에서 ‘각종 부인병에 특효약’이라 칭한 쑥. 단군 신화에서 웅녀가 마늘과 함께 먹었다던 쑥. 그 쑥이 바로 강화약쑥이다. 곰과 사람한테 좋은 쑥이 소라고 다를까. 약쑥한우는 출하 전 3개월 동안 약쑥을 발효시켜 매일 먹인 소다. 불포화지방산이 높고 마블링이 균일하다는 게 특징. 무엇보다 육질이 부드럽다. 좀 식상하지만, 혀에 녹는다는 것보다 더 정확한 표현을 못 찾겠다. 약쑥한우가 주인공인 밥상에서 밥과 반찬은 들러리일 뿐이다. 

●성질 급한 생선의 반전 매력 
밴댕이

밴댕이는 성깔 있는 물고기다. 성질이 워낙 급해 잡히자마자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그래서 밴댕이는 활어회가 없다. 보통 제철 밴댕이를 냉동해 둔 것을 내어 주는데, 잡자마자 냉장고에 넣고 숙성시키면 육질은 더 부드러워지고 맛은 더 고소해진다. 강화도는 밴댕이 산지다. 강화읍 풍물시장이나 밴댕이 마을이 있는 선수포구에 가면 각종 밴댕이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밴댕이는 선어 회로 먹을 때 지방의 농후한 맛과 고소함이 극대화된다. 초장보단 초된장과 잘 어울린다. 밴댕이 입문자라면 구이나 무침이 낮이도가 낮다. 특히 무침은 새콤달콤한 양념 덕에 비린 맛이 거의 없어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얇게 저민 밴댕이회와 밥, 초고추장, 야채, 콩가루나 들깨 가루를 뿌려 비빈 밴댕이회덮밥도 별미다. 성질은 좀 급해도 고놈, 참 맛있다.  

●근육질 장어의 탱탱함
강화장어

장어집은 강화도의 표지판이다. 초지대교든 강화대교든, 다리 건너 장어집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강화도에 도착했다는 뜻이다. 장어는 밴댕이, 꽃게와 더불어 강화도에서 손꼽는 3가지 명물 음식 중 하나다. 비결은 양식법에 있다. 강화도 장어는 갯벌을 막아 만든 어장에서 75일 이상 풀어 키운다. 별다른 사료를 주지 않기 때문에 장어들이 갯벌을 누비며 직접 먹이를 사냥하며 운동한다. 그러는 동안 지방질이 빠지고 근육이 늘어 탱탱한 장어로 거듭난다. 담백하고 쫄깃해지는 과정이다.

‘더리미 장어마을’에 가면 숯불에 구운 장어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대략 7~10만원 사이. 기름기가 좔좔 흐르고 고소한 냄새가 마을 전체에 퍼지면, 도저히 그냥 지나치기 힘들어진다.

●왕의 밥상에 올랐던
젓국갈비

강화도 향토 음식 넘버원. 젓국갈비 한 그릇엔 강화도의 역사가 담겨 있다. 고려 고종이 몽골의 위세에 몰려 강화도로 천도했을 당시, 왕에게 진상할 음식으로 마땅한 게 없었던 차에 강화 특산물을 모아 만들어 대접한 게 젓국갈비다. 돼지갈비로 우려낸 탕에 갖은 채소와 강화도 특산품인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 끓여 냈다고. 맛을 보면 과연 임금님 상에 올라갈 법하다. 맑고 삼삼한 국물은 전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간간하게 입맛을 당긴다. 후루룩, 한 모금에 뜨끈한 국물이 오장육부를 타고 흘러 진한 자국을 남긴다. 아침 해장용으로 딱이다. 젓국갈비 맛집은 강화읍에 주로 몰려 있다. 맛은 다 비슷하니 편한 곳으로 골라 가면 된다.


▶오늘 반찬 뭐 먹지?
강화도 특산품 쇼핑지 3

밥반찬 장보기엔
강화외포항젓갈수산시장

전국 젓새우의 70%는 강화도 앞바다에서 잡힌다. 신선하고 품질 좋은 새우젓을 찾는다면 외포항젓갈수산시장이 최적지란 얘기. 매년 김장철이면 시장은 새우젓 쇼핑을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하다. 각종 젓갈과 갓 잡은 수산물도 판매하니, 몇 가지만 장바구니에 담아도 당분간 반찬 걱정은 없다. 

인삼 쇼핑할 땐
강화인삼센터·강화고려인삼센터·강화초지인삼센터

재배 조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인삼. 일교차 크고 토양 질이 우수한 강화도에선 인삼조차 무럭무럭 자란다. 강화도는 특히 6년근 인삼의 대표 재배지 중 한 곳이다. 인삼조합에서 운영하는 인삼센터에서는 한 건물에 수십 개의 업체가 모여 있어 인삼 쇼핑하기 좋다. 삼계탕에 넣어 먹어도, 꿀 넣고 청으로 담가도 맛이 훌륭하다. 

특산품이 모인다
강화풍물시장

강화도의 모든 특산품은 풍물시장으로 모인다. 곡물, 채소, 과일, 젓갈, 약초, 정육, 잡화, 건어물…. 없는 걸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 사방이 공깃밥 추가를 부르는 반찬거리들 천지다. 2·7로 끝나는 날이면 오일장이 열려 시장이 더 풍성해진다. 끼니를 놓쳤다면 2층으로 향하자. 밴댕이 맛집들이 총집합해 있다.  

 

글 곽서희 기자  사진 곽서희 기자, 트래비  
취재협조·공동기획 강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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