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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워밍업

  • Editor. 서진영
  • 입력 2023.02.07 0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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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께부터 ‘떠난다’ 하는 소식이 꽤 잦아졌다. SNS 피드엔 아득해져 가던 나라 밖 여행의 순간들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날이 차가워지니 몸 좀 풀고 싶은 마음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던 시간 동안 무뎌진 감각들을 깨우고 또 달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렇지만 대번에 멀리 가는 건 좀 그렇고, 그래도 공기가 좀 달랐으면 좋겠는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조건들을 하나둘 헤아리고 난 끝에 베트남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워밍업’이다.

롱선사
롱선사

●비나이다 비나이다 

나트랑에 닿은 여행자들은 본의 아니게 종교 대통합에 일조하게 된다. 인도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고대 참파 왕국 유적지 뽀나가르 참탑, 얼마나 거대한지 나트랑 시내에서 어렵지 않게 조망할 수 있는 좌불상이 자리한 롱선사, 그리고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석조로 세운 아름다운 나트랑 대성당까지 도심 주요 관광지들이 어쩌다 보니 대부분 종교 유적지다.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든 나트랑에서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도 나는 왜 굳이 그곳들을 다 둘러봤을까.

나트랑 대성당
나트랑 대성당
나트랑 대성당
나트랑 대성당

힌두교 사원, 불교 사찰, 가톨릭 성당을 가리지 않고 나는 제단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기도까진 아니고, 그냥 좀 ‘잘 봐 주세요’ 하는 느낌으로. 마음이 그랬다. 처음엔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했던 감염병이 국경 폐쇄와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로 이어지며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 뿐만 아니라 경제 격차에 따른 불평등한 백신 분배, 감염자를 특정 인종, 계층, 종교와 결부시키면서 나타난 편견과 차별. 여러 사회 문제가 감염병 종식만큼이나 시급한 해결 과제로 부각됐다.

롱선사
뽀나가르 참탑

그 어두웠던 날들에서 겨우 조금씩 벗어나게 됐고, 이렇게 해외여행을 다시 경험하게 되었으니 태풍이 대수고, 종교가 대수인가. 구체적인 바람도 없이 그저 잘 봐 달라 할 밖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빗줄기에도 아랑곳 않고 기도하는 이들, 제단에 빗물 고일까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에게 두루 경의를 표하며.

 

●순간순간에 기뻐하기를 

신기하게도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에는 날씨가 말도 안 되게 좋았다. 잠자코 쉬라는 신의 계시인 것처럼. 비를 쫄딱 맞으며 짧은 도심 산책을 끝낸 후엔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자’고 결심했다. 사실 아나만다라 깜란에 머물면서 굳이 바깥으로 나갈 이유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나만다라 깜란 
아나만다라 깜란 

깜란은 나트랑 공항 인근에 위치한 지역이다. 근래 나트랑에 새로 문을 여는 호텔·리조트들은 대부분 깜란에 자리를 잡고 있다.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상당수의 호텔·리조트들이 나트랑 도심부의 화이트비치를 따라 들어서 있었는데, 최근 정책이 바뀌어 이제 더 이상 나트랑 도심 해변에서는 호텔·리조트를 개발할 수 없게 됐다.

2022년 6월, 화이트비치 가운데 자리했던 에바손 아나만다라 리조트가 숙박 기능을 없앤 후 레스토랑과 스파만 유지하는 것으로 운영 방침을 전환하고, 깜란 지역에 새로운 아나만다라 리조트를 오픈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아나만다라 깜란에서 시내까지 차로 40분은 가야 하지만 리조트 셔틀이나 택시를 이용해 오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굳이 리조트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 시내에서 멀어졌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느긋하게 조식을 챙겨 먹고, 그보다 더 천천히 초록 야자수 사이를 걸었다. 수영장에 걸터앉아 두 발을 참방참방하다가 프라이빗비치로 나가 밀려들었다 밀려나가기를 반복하며 부서지는 파도를 멍하니 바라봤다. 쓰고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싶다. 부지런히 쉬었다고나 할까. 분명 호사였다.

문득 예전의 나라면 어땠을지 생각해 봤다. 분명 비가 와서, 혹은 리조트가 시내로부터 너무 멀어서 등등 누리지 못한 것들에 대해 크게 아쉬워했을 테다. 오래 발이 묶였던 덕에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을 때의 감정, 모든 것이 다 설레고 기쁨이었던 그 여행의 감각이 되살아난 것만 같았다. 그래, 순간순간에 기뻐하자. 이것이 워밍업으로 떠난 여행에서 챙겨온 유일한 기념품이었다.  

아나만다라 깜란 
아나만다라 깜란 

▶AIRLINE

2023년 1월 기준 비엣젯 항공(Vietjetair)은 서울과 부산에서 베트남 주요 여행지를 잇는 직항 노선을 운항 중이다. 서울에서는 호찌민·하노이·다낭·나트랑·푸꾸옥·하이퐁·달랏·껀터, 부산에서는 호찌민·하노이·다낭·나트랑 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저가항공사(LCC)들이 단일 등급 좌석인 반면 비엣젯항공은 스카이보스(SKY BOSS)라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석에 비해 앞뒤 간격이 10cm가량 넓은 좌석이 제공되며 우선 체크인, 사전 좌석 지정, 공항 라운지 이용, 탑승 게이트와 항공기 간 개별 차량 서비스, 기내식·음료 무료, 30kg 위탁 수하물 외 기내 반입 수하물 10kg 무료 등의 혜택이 있다.

 

▶COVID-19 ISSUE

베트남 입국은 코로나19 검역 절차 폐지로 백신 접종 여부나 PCR 검사 결과 등의 별도 증빙 없이 가능하다. 단, 여권 유효기간은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한다. 현지 여행시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 규정도 없다. 최대 15일까지 무비자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글·사진 서진영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비엣젯항공(Vietjet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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