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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용호 칼럼 - 한여름의 에피소드 '설사'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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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려는 얘기는 다소 상큼한 주제는 아니므로 식사 중인 독자분이라면 우선 다른 면을 읽으시라고 양해를 구하려 한다. 특히 7월과 8월은 휴가철이 끼어 있어 생각만으로도 머릿속의 실타래가 바닷바람과 함께 날아갈듯이 시원하게 풀어진다. 그러나 아름다운 추억 속 한켠에는 단지 회상만으로도 온몸을 전율케 하는 아찔함이 있으니 바로 설사로 인한 에피소드이다. 

몇 년 전 대구를 내려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금강휴게소에서 정차하여 잠도 깰 겸 냉커피 한잔을 마셨다. 그런데 냉커피에 에어컨 바람을 맞아서인지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배가 뒤틀리기 시작하였다. 이미 휴게실은 지나갔고 도착까지는 2시간 남짓 남아 있었다. 그때의 2시간은 내 생애 가장 길게 느껴졌던 2시간이었다. 

정상적으로 하루 세끼의 식사를 하면 약 10l의 수분이 소화관을 통과하는 데 2l 정도는 음식물로 섭취한 것이며 나머지는 소화관에서 분비된 소화액이다. 대부분 소장과 대장에서 재흡수되고 0.1l 정도만 배설된다. 그러나 위장관에서의 분비와 흡수에 장애가 생기면 설사를 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묽은 변을 하루 4회 이상, 일일 200g 이상 보면 이를 설사라고 한다. 

설사의 원인은 크게 다음과 같다. 첫째, 비위 기능의 허약으로 오는 설사이다. 찬 음식을 갑자기 먹거나, 기름진 음식 또는 자극성 음식이 위장관을 자극하여 설사를 유발한다. 둘째, 체질적으로 오는 설사이다. 냉한 체질에 냉한 음식, 열한 체질에 열한 음식과 같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음식을 먹거나 또는 특정 식품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서 설사를 하는 경우이다. 셋째, 칠정내상(七情內傷)에 의한 설사인데 신경성으로 오는 설사가 이에 해당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장기능의 균형이 깨져 설사를 유발시키는데 과민성 대장증후군도 여기에 속한다. 넷째, 감염성 혹은 중독설사이다. 감염성은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의 감염을 말하고, 중독은 식중독, 약물중독을 말한다. 갑자기 발병하고 발열, 복통, 구토 등을 수반하며 증상이 격렬하므로 응급 치료를 요한다.

설사의 치료는 비위를 조리하고 습을 없애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증상에 따라 치료 방법을 달리한다. 무조건 지사제를 남용하면 예기치 않은 해를 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급성 설사의 대부분은 자연 치유되므로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설사로 인해 체내의 수분이 많이 빠져나갈 경우 탈수현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보리차나 과일음료 등으로 수분을 소량씩 자주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방적으로는 평소 비위 기능이 약하여 소화불량 및 대변이 묽은 사람은 양위탕 계열의 처방으로 비위를 보하고, 속이 냉하여 설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이중탕 계열의 처방을, 소위 과민성 대장증후군에는 곽향정기산 계열의 처방을, 어린 아기의 설사에는 오령산 계열의 처방이 효과가 좋다.

설사의 예방을 위해서는 상식적인 것이지만, 특히 여름철에는 날것과 냉한 음식을 조심하고, 외출 후 집에 돌아와서는 반드시 손을 씻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저것 준비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합곡혈을 눌러 자극하는 것도 급한 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합곡혈은 둘째손가락 내측 라인을 따라 쭉 타고 내려가다 큰 마디 아래 2cm 지점의 뼈와 근육 사이의 깊은 골짜기 부분으로 누르면 뻐근한 느낌이 있다. 

당시 고속버스 안에서 합곡혈을 어찌나 눌러 댔는지 내렸을 때 수많은 손톱자국과 파란 멍이 들어 있었던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 한여름의 아름다운 추억 만들기에 난처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도록 독자 여러분은 평상시 소화기를 잘 보살펴 주는 지혜를 발휘하시리라 믿는다.

* 도용호 선생은 동국 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한한방부인과학회, 대한한방자연요법학회 정회원이며 현재 情이찬 한의원원장으로 진료중이다. www.kgdown.com/kgdow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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