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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칼럼 - 자존심이 ‘유난히’ 강한 사람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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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는 여러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있지만 자신의 방식을 유난히 고집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의 특징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보고 우리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하기도 한다. 

자존심의 사전적인 의미는 a sense of self-respect, 즉 자기 자신을 굽히지 않고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려는 마음가짐을 뜻하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자신의 의견이 무시되거나 자신의 아픈 상처를 누군가가 건드려, 굴욕감을 느꼈을 때 “자존심이 상했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한편 우리가 흔히 비아냥조로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일컫는 사람들은 대인 관계에서 굴욕감을 잘 느끼고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람들은 대체로 사회생활에서 강한 이미지로 비춰지기 쉽다. 그러나 강하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남에게 부담감을 주고 이로 인해서 타인은 물론 본인도 많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볼 때 경직되어 있기 쉽고 사회생활에서도 대처방식이 적고 빈약해서 자신의 방식에만 안주하곤 한다. 또한 이러한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 역으로 보다 강하게 보이도록 일종의 방어 행위를 하기도 된다. 원인 결과적으로 혹은 객관적으로 볼 때 자신이 잘못했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결과에 따른 굴욕감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정신과적인 측면에서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놓고 볼 때 ‘자존감(self-esteem)’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자존감이란 우선 자기 신뢰성에 기반을 둔다. 자존감이 높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쉽게 굴욕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 않으며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해 나감으로써 남들과 충돌 없이 자신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 또한 판단이 객관적이고 무리가 없어 심리적인 안정감 안에서 다양한 정서적 경험을 통해 정서적으로도 성숙하게 된다. 그러나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이러한 정서적 경험의 횟수가 적어 정서적 발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며 획일적이면서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정서적 미분화 상태에서 자기 중심적인 경향을 띠게 된다. 이로 인해 사람들과 더더욱 부딪치게 되고 외골수로 빠지기 쉽다. 그런 이유로 자존감이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굴욕감이나 패배감을 잘 느끼고 더 나아가 자아가 손상되어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까지 겪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에서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서 늘 꿋꿋하게,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심지가 굳은 사람들을 일컬어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대인 관계에서 있어 자신의 굴욕감을 숨기고 방어하기 위해서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일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을 바탕으로 상황에 타협하거나 굴하지 않는 일관된 자세를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칭찬의 의미를 갖고 있다.


* 김태훈 선생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수, 경기도 광주 정신보건센터장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외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사랑샘터 정신과의원 원장으로 진료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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