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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11탄 스위스 제네바 Ⅰ ② 스위스 예술과 조우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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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학을 전공하고도 미술이 좋아 캐나다로 날아가 다시 미술사를 전공하고, 현재는 약사로 근무하면서 주말이면 미술관에서 자원봉사 미술 해설사인 도슨트(docent)로 활동하고 있는 은미. 그만큼 그녀는 미술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그녀는 여행 경험이 많은데 여행의 주목적이 주로 미술관 탐방이었다. 그런 그녀이기에 스위스로 오기 전 준비 과정은 남달랐다. 워낙 유명한 예술가, 건축가가 많은 스위스이기에 그 지역에 따라 만나 보고픈 예술가도 많았다.


 ⓒ트래비

1. 제네바에 위치한 미술과 역사 박물관
2. 르 꼬르뷔제의 '프와시 저택' 모형을 감상하며 행복한 그녀
3. 제네바 거리에서 르 꼬르뷔제 전시회 포스터를 발견하고 유심히 보고 있다




☆ 제네바에서 르 꼬르뷔제를 만나다

우리의 여행지가 제네바로 정해지자 그녀는 너무나 즐거워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르 꼬르뷔제(Le Corbusier)의 특별 전시회가 제네바 2개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그의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게다가 제네바 근교의 브베(Vevey)에 가면 르 꼬르뷔제가 자신의 부모님을 위해 지어놓은 집이 있다며 그곳을 가볼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단다. 

대부분의 박물관이 월요일 휴관인 점을 감안해 그녀는 일요일 바쁜 일정을 쪼개 르 꼬르뷔제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미술과 역사 박물관(Art and History Museum)’과 ‘라스박물관(Rath Museum)’으로 향한다.

☆ 물 만난 고기처럼 박물관을 누비다

박물관 앞에 설치된 르 꼬르뷔제 전시회 포스터를 확인한 은미의 얼굴은 상기됐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그녀는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했다. 그녀는 미술 해설사의 실력을 발휘해 트래비 취재기자와 사진기자에게 르 꼬르뷔제와 그의 그림, 그의 건축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그녀의 설명에 심취한 트래비 기자들은 생전 처음 알게 된 르 꼬르뷔제라는 인물 속으로 마구 빠져들기 시작했다. 

화가이자 건축가인 르 꼬르뷔제의 그림과 건축물은 물론, 건축 설계도 등을 모두 만나 볼 수 있는 전시회는 그녀를 감동시켰다. 특히 라스박물관에서 열린 특별 전시회 경우, 르 꼬르뷔제에 대한 비디오 상영 및 그의 생전 수집품까지, 누가 보더라도 정말 대단했다. 르 꼬르뷔제가 스위스에 많은 건축물을 짓긴 했지만 그에 대한 전시회가 이렇게 대규모로 열리고 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를 찾고 있다는 게 그저 놀랍기만 하단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그녀는 제네바 현지인과의 대화에서 그 해답을 찾아냈다. “제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어요. 전 그동안 르 꼬르뷔제를 프랑스인으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 얘기를 들어 보니 프랑스에서 많은 활동을 하긴 했지만 스위스 출생이라네요. 그래서 스위스에서 그가 유명한가 봐요. 이렇게 세계를 여행하면서 그 현장에서 그들의 작품과 전시회를 접하는 건 특별한 경험이 된답니다. 여행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가 되죠.”

☆  “나는야, 럭키 우먼!”

미술과 역사 박물관, 라스박물관에 들어가 입장권을 끊으려던 은미, 밝은 미소를 짓는다. “오늘은 입장료를 안 받는대요.” 미리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제네바 내 공립박물관들은 주로 무료 입장이지만 특별 전시회 경우에는 소정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근데 무료 입장이라니…. 그 이유가 궁금해진 은미가 안내원에게 물어본 결과, 매달 첫째 일요일은 특별 전시회도 무료 입장이란다. 원래 입장료는 미술과 역사 박물관 특별 전시회는 CHF5, 라스박물관 특별 전시회는 CHF9이다. 물론 르 꼬르뷔제 특별 전시회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그녀에게 입장료가 무료든 유료든 중요치 않았겠지만 그래도 무료 입장 기회를 잡은 건 아무래도 기분 좋은 일이 분명하다. 그것도 우연히 박물관을 찾은 날이 한 달에 단 한 번 있는 무료 입장일이라니 ‘행운’이란 말이 떠오르는 게 당연하다. “제가 제네바를 찾은 시기에 꼭 보고 싶던 특별 전시회도 열리고 그것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니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 먼발치에서나마 그 집을 바라보다

제네바를 떠나 체르마트로 떠나는 날. 은미는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고 했다. 기차를 타고 레만호 풍경에 심취해 있는 순간, ‘브베’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은미는 가방을 들고 낯선 브베 역에 내렸다. 은미가 브베 역에 내린 것은 이번 여행의 테마 중 하나였던 ‘르 꼬르뷔제와의 조우’를 완결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브베에 있는 르 꼬르뷔제 부모의 집, 이름하여 ‘빌라 르 라끄 꼬르소(Villa Le Lac, Corseaux)’를 보고 싶어 했다. 거장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부모를 위해 지은 집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는 것. 

은미는 미리 찾아낸 주소를 들고 그 집을 찾아 나섰다. 그녀는 기차역 앞에 서 있는 택시 운전사에게 주소를 확인한 후 택시를 탔다. 택시는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은미를 내려 줬다. 그 집은 소박하고 아담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드디어 집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녀. 하지만 발길을 멈추고 마는데…. 대문이 잠겨 있는 게 아닌가? “점심시간이라 닫아 놓은 게 아닐까요?”라던 그녀, 옆에 조그맣게 붙어 있는 안내판을 발견하고 실망하고 만다. “제가 인터넷에서 찾아본 정보와는 달리 수요일에만 문을 연다네요.”

어떻게 찾아온 곳인데 그대로 발걸음을 돌릴 순 없었다. 그래서 은미는 그 집이 자리하고 있는 호숫가로 발걸음을 옮긴다. “담이 낮으니깐 호숫가로 가면 집 외관이라도 볼 수 있을 거예요.” 열심히 호수로 달려간 그녀, 먼발치에서나마 빌라 르 라끄 꼬르소를 보며 행복해한다. 반짝이는 푸른 빛 호수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훌훌 옷을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새하얀 눈이 덮인 설봉이 펼쳐진다. “비록 집 안은 못 봤지만 충분히 만족해요.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집을 지었다는 것만으로도 건축가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어요. 아름다운 호수가 바라보이는 이곳,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 스위스 베른의 ‘파울 클레 미술관’을 가다

트래비 기자들과 헤어져 홀로 베른으로 향한 독자. 그녀는 평소에 가고 싶어 하던 파울 클레 미술관으로 향했다. 그녀가 빼곡하게 정리해 온 파울 클레 미술관 탐방기의 일부를 소개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새로 개관한 많은 미술관들 중 유독 나의 관심을 끈 미술관이 바로 2005년 스위스의 수도 베른(Bern)에 개관한 ‘파울 클레 미술관(Zentrum Paul Klee)’이다. 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의 소장품이 가장 많다는 미술관의 소장품 규모뿐만 아니라 이태리 출신의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 1937~)의 미술관 건물 또한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사실, 파울 클레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했던 화가였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의 작품을 찾아서 보곤 했었다. 최근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내에 있는 소마미술관에서도 그의 드로잉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그 반가움이 더했다. 

파울 클레는 스위스 출신 화가로 현대 추상회화의 시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현대 추상회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또한, 독일 바우하우스(Bauhaus)에서 교수로 역임하며 미술학도들을 양성하면서 미술평론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였다. 다양한 소재와 주제들, 환상적인 이미지와 색채로 화가로서의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 준 그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거부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파울 클레의 그림을 처음 접한 이후 나는 그의 팬이 되어 버렸다.
무언가를 강렬하게 소망하면 그 꿈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여행전문 잡지인 <트래비>에서 주최하는 스위스 여행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그렇게 나는 베른으로 가게 되었다. 

아기자기한 집들이 모여 있는 구시가를 벗어나 한적한 외곽지역으로 접어든 지 5분쯤 지났을까? 완만한 언덕들 사이로 멀리 미술관이 보이기 시작했다. 건물 앞에 이정표처럼 서 있는 붉은 철제 조형물은 한눈에 보아도 파울 클레의 미술관임을 확인시켜 준다. 

익히 미술관의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접했었지만 실제로 보니 그 감격이 더했다. 그가 설계한 파울 클레 미술관을 보는 순간 “아~” 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파울 클레 미술관은 마치 그곳에 오랫동안 있어 왔던 것처럼 자연의 일부와 같은 느낌이다. 나지막한 물결 모양의 미술관 건물은 평화롭고도 한적한 작은 도시의 외곽에 마치 항상 그 속에 존재해 왔던 것처럼 주변의 언덕과 함께 그 풍경 속의 일부가 되어 있다. 얕은 푸른 언덕의 골짜기들 속 은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스틸 물결 건물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더욱 그 진가를 발한다.  

본격적으로 전시회를 보기 위해 표를 구입하려고 하니 스위스패스가 있으면 모든 전시회 관람이 무료라고 한다.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상설전시뿐만 아니라 기획전시회도 무료라고 하니 괜히 기분이 더 좋아진다. 공짜를 이렇게 좋아하다니, 한국인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전시장 내는 마치 작은 섬들이 떠 있는 것처럼 탁 트인 공간에 하얀 벽을 곳곳에 세워 두어 작품을 걸어 두었다. 또한 사방의 벽에는 파울 클레의 약력과 주요 활동을 마치 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 듯 연대순으로 적어 놓아 큰 전시장이 마치 하나의 작품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전시실에서 빌린 오디오 가이드로 클레의 육성으로 각 작품들에 대한 그의 코멘트를 듣다 보니, 마치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해 같이 대화를 하는 듯했다. 평일 낮 시간이라 그런지 마침 관람객들도 그리 많지 않아 조용한 발자국 소리만 간혹 들릴 뿐이어서 더욱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어떠한 화살표도, 순서도 없는 전시실을 마치 섬들 사이를 떠다니는 배처럼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보니, 클레의 작품처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글= 김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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