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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중만 - 자유인 김중만의 방랑과 여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8.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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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이국적인 향취. 커다란 나무 한 그루. 그 위로 다양한 소리로 울어 대는 여덟 마리의 새가 곳곳을 넘나들며 날아다닌다. 이곳은 대한민국 사진계의 아버지 김중만의 스튜디오 ‘벨벳 언더그라운드’다.

아버지, 아프리카, 그리고 김중만

김중만에게 아프리카는 아버지의 땅이다. 

“무명의 가난한 외과의사, 이름 없는 오지에서 사람들을 도우며 한평생을 바친 사람이 나의 아버지라는 것이 지금은 너무 영광스러워요.”

열일곱 사춘기 소년이던 김중만은 가족들을 데리고 거의 황무지나 다름없던 서부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로 떠났던 아버지와 황량한 그 땅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눈에는 편의시설은 물론이고 전기도 없는 아프리카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갑갑했다. 그와는 달리 부모님은 그 땅에서의 삶을 너무도 행복해했다. 

“지나온 과정에서 나는 추방도 당해 봤고 마약 해서 구치소에도 들어가 봤고… 그러다 1998년 가족과 함께 아프리카로 다시 가서 99년부터 동물 사진을 찍으며 남들에 비해서는 삶의 굴곡이 많았을 수도 있지만 그게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30년이 지났는데도 어린시절 그의 아프리카는 여전했다. 열악했으며 단순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촬영을 나가면 유명하고 아름다운 것, 시설 좋은 곳을 좋아했지만 사진가로서 욕심을 갖고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을 찍으면서부터는 동물 애호가나 환경 운동가는 아니었지만 작가로서도,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도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300km를 차를 타고 달려야 한 사람을 만나고 동물 사진을 찍으려면 하루 종일 허허벌판의 사막 길을 헤매야 했다.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그 힘든 길을 참으며 찾아 나서던 그 순간이 행복이고 그런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너무 아름답고 사람다운 거죠. 그제서야 단순함, 물질 문명과 떨어진 삶이 인간에게 주는 그 원초적인 행복을, 그리고 부모님과 아프리카를 이해하게 됐죠.”

그 후 귀국해 아프리카 동물 사진 전시회를 하고 <동물왕국>이라는 책을 펴냈다. 어느새 김중만과 아프리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김중만의 여행법

“나는 특별하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하지만 여행이란 것이 막연한 설렘의 원천, 미지에 대한 호기심, 풍부한 경험으로 인간의 지식을 살찌우게 하는 방법인 건 사실인 것 같아요. 나는 그냥 야행성이에요. 물질 문명 중에서도 가장 퇴폐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특별히 철학이나 지식적으로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에요.” 

개인적으로 마음먹고 여행하는 곳은 보라카이 한 곳뿐. 가족, 제자들과 단순히 쉬기 위해서 가는 여행지이다. 일로 여행을 가게 될 때도 사전에 많은 지식을 담고 가지 않는다. 명품숍에 가면 쇼핑을 하고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는 돌멩이만 봐도 너무 좋다. 그는 어느 한 가지의 여행 스타일을 끄집어내는 건 ‘위선’ 아니냐고 반문한다.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맑으면 또 맑은 대로 자연스러운 영감으로 일하고 여행한다. 

“그게 고마운 경험인 거죠. 지금은 전기가 없는 곳을 더 좋아해요. 이렇게 비로소 나이를 먹고 나서야 삶을 살아가면서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햇볕과 공기로부터 삶의 지혜를, 여행을 통해 배우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카메라를 잡고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행 중 만난 사람, 일로 만난 유명인사들, 아름답거나 인상적인 여행지의 풍광, 일상의 곳곳까지 담은 무려 35만 장이 넘는 사진들. 그래도 아직까지도 찍고 싶은 미지의 풍경과 삶과 빛이 너무 많다. 지금 계획 중인 프로젝트는 우크라이나 광부마을과 나미비아 사막이다.

가장 처음 카메라를 잡으며 찍었던 사진들을 얼마 전 전시회 ‘섹슈얼리 이노선트(Sexually Innocent)’를 통해 공개했다. 스물 두 살 젊은 사진작가 김중만을 사로잡았던 여인의 누드와 자연 풍경 등을 소재로 한 사진전에서는 대작가의 초창기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어 더욱 큰 관심을 모았다. 

“사적인 작업이라 공개하지 않았는데 리뷰를 해보니 몰랐던 사진들이 너무 많았어요. 참 좋은 기회구나 하는 생각에 전시회를 열었는데 한편으로는 반성이 됐죠. 외려 표현의 방법이 야할 수 있지만 지금보다는 마음으로 사진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순수했던 초심이 떠오르니 반성의 계기가 됐어요.”

10년 동안이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던 불혹(不惑)의 제자에게 김중만은 작업 중 함께 사진을 찍어 보라고 권한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또렷한 눈망울로 상대방의 심중을 읽어 내는 듯한 그의 표정에 웬만한 사람은 주눅이 든다. 하지만 졸아든 자신감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며 한마디 한마디를 정성을 다해 답해 주는 겸손한 그의 태도에 어느새 친근함으로 변한다. 

1년 후, 10년 후를 계획하는 것은 ‘자유인’ 김중만에게는 무의미하다.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니겠냐는 것. 

“오늘 하루도 사고치지 말고 건강히 편안히 살자. 사진도 좋은 거 한 장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그 정도. 그렇게 원대한 생각은 못해요.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렇죠. 30년 동안이나 사진을 했는데 ‘어느 순간에는 세계적인 작가가 되면 좋겠다’ 하는 막연함.” 

인생관은 ‘무조건 놀고 먹기’. 사진을 찍고 싶어 찍는 게 행복할 뿐이지 메시지는 없다는 소탈하고 겸손한 자유로운 영혼의 작가 김중만이 말한다. “사진은 ‘숨’이고 여행은 ‘한숨’이다”라고.

■ 김중만처럼 여행하기 ■

★ 여행자의 로망,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방법

특별한 여행 법은 없지만 아프리카를 다시 갔을 때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기회가 있으면 꼭 가볼 것. 생각만큼 그렇게 험난하기만 한 곳도 아니다. 준비해 갈 것도 없고. 단지 그냥 아프리카를 갔다 오니 동물원에 갇힌 사자들이 너무 불쌍하단 생각이 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이자 3,000명이 넘는 모델 중 최고의 피사체는 고비사막에서 만난 귀여운 할아버지. 함께 여행하고 싶은 사람은 강산에. 이유는 그냥.

★여행 사진 잘 찍는 법

1. ‘무조건 많이 찍어라’
2. 자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생각을 일기를 쓰듯이 카메라에 담아라. 그게 마음이다.

글= 신중숙 기자 mybest@traveltimes.co.kr
사진 = TP 최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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