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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11탄 스위스 제네바 Ⅱ ② 앤틱과 열정, 그리고 까루즈"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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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를 걷는다

1754년 사르디니아(Sardinia) 왕국으로 양도된 후 발전되기 시작한 까루즈는 지금까지도 18세기 후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장난감처럼 좁다란 거리로 수준 높은 장인들이 운영하는 전문숍들과 노천카페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하고 있고 고풍스런 건물들이 나지막하게 자리하고 있는 곳, 거리 곳곳에서 지인들끼리 서로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묻는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곳, 푸르른 나무들이 싱그러운 공기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내는 곳. 이곳이 바로 까루즈다. 까루즈 주민들은 여유가 생길 때면 광장에서, 거리에서, 노천카페에서 서로 어울린다. 낯선 이들끼리 살아가는 도시 풍경과 달리, 길을 걷다가도 서로 양쪽 볼에 키스를 나누며 안부를 묻는다. 저 사람은 옆집 누구, 이 사람은 앞집 누구…. 까루즈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알아주는 따뜻한 공동체다.

스위스 장인 정신을 느끼다

외국인들뿐 아니라 제네바 시민들도 주말이면 까루즈를 많이 찾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수준 높은 장인들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앤틱숍, 아트 갤러리, 헌책방, 부티크 등이 몰려 있는 이곳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이곳의 가게들은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장인들의 작업실이라 할 수 있다. 조그마한 가게 안에 들어서면 한쪽에서 손수 시계를 만들고, 공예품을 만들고, 초콜릿을 만들고, 비누를 만드는 장인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까루즈 거리의 가게들을 둘러보다 보면 ‘아, 스위스의 장인 정신이란 게 이런 거구나’ 느끼게 된다.

자유를 만끽하라

이러한 앤틱숍, 갤러리 등과 함께 까루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카페. 18세기 까루즈에는 수많은 카바레와 카페가 존재했는데 이러한 까루즈의 풍경은 금욕을 중시하는 칼뱅주의가 주를 이루던 제네바의 풍경과는 완전히 달랐다. 1780년 최고 143개의 사교장이 존재했던 데 비해 최근에는 그 수는 줄었으나 아직도 많은 카바레와 카페가 성행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퐁 뇌프를 건너 까루즈로 입성하는 순간, 왜 사람들이 아르브 강을 제네바와 까루즈를 가르는 ‘국경선’이라고 부르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 까루즈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를 즐긴다



장이 열리는 ‘마르쉐 광장(Place du Marche)’ 근처에 있는 ‘라 부르스(La Bourse)’는 까루즈 주민들이 많이 찾는 대중적인 레스토랑 중 한 곳. 이곳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을까 궁금해 하며 메뉴판을 펴는데,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스위스 전통의 퐁듀 등 다양하다. 주말이면 가족끼리, 이웃끼리, 친구끼리 식사와 와인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여유로운 까루즈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Shops In Carouge 까루즈의 멋스런 숍들

퐁 뇌프를 건너 생 조제프 거리(Rue Saint-Joseph)로 들어서면 3층 정도의 낮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2, 3층에는 나무로 만든 창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고 1층에는 아치형의 문을 가진 작은 가게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고
각자의 특색을 나타내는 앙증맞은 간판들이 걸려 있는 이곳은 스위스의 장인들을 만나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까루즈 출신 ‘시계의 거장’ 장 카제(Jean Kazes) 할아버지의 시계방. 허름하게 생긴 시계방에서 눈에 익은 시계들을 발견! 제네바 꼬르나뱅 기차역(Gare de Cornavin) 바로 옆에 위치한 꼬르나뱅 호텔(Hotel Cornavin)에서 봤던 그 시계와 비슷한 녀석들이다. 꼬르나뱅 호텔 시계는 높이 30.02m, 폭 2m로 세계에서 가장 큰 진자시계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꼬르나뱅 호텔에 들어서면 호텔 로비에서 9층까지 이어지는 거대 시계에 모두들 감탄사를 내뱉게 되는데, 그 시계를 만든 주인공 할아버지를 까루즈에서 만날 수 있다. 기네스북에 오른 시계를 만들 정도로 거장이지만 할아버지는 아직도 조그마한 가게에서, 늘 그렇듯이 시계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오늘도 작은 시계 나사를 조이며 시계를 만드는 할아버지를 보면 스위스 장인 정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눈을 감고 들어서도 향기만 맡으면 이 가게의 정체를 알게 된다. 달콤 쌉쌀한 향이 가득한 가게 안에서 눈을 뜨면 주변은 온통 초콜릿 천지.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나무, 각종 장식품…. 눈에 보이는 웬만한 것들은 모두 초콜릿으로 만들어져 있다. 어디 모양뿐이랴. ‘2006년 제네바의 장인’으로 선정된 주인장이 직접 만드는 초콜릿인 만큼 그 맛도 뛰어나다. 초콜릿 마니아들은 물론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하나쯤 입에 넣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옷과 장신구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곳. 각종 원석으로 만들어진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을 비롯해 캐시미어 등의 고급 소재로 제작된 각종 의류 및 스카프 등이 판매되고 있다. 장인인 어머니의 뒤를 이어 딸까지 함께 작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이곳의 작품들은 하나하나 손으로 제작하는 만큼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물건들이다. 


유리 공예가 제라르 베르땡(Gerard Bertin)이 만드는 다양한 유리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장신구부터 그릇까지 유리로 만들어진 온갖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모자 박물관을 연상시킬 정도로 독특한 모자들이 가득하다. 중세에 귀족이나 공주들이 썼을 법한 이색적인 모자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쪽에서는 주인장이 모자 창조 작업에 여념이 없다. 평생 보기 힘든 모자들을 눈앞에 두고 한번 써 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면, 주인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도해 보길. 이런 독특한 모자들을 써 볼 수 있는 기회는 아주 드물 테니 말이다.




길을 지나다가 알록달록한 빛깔 때문에 발길을 멈추게 된다. 차와 차 관련 용품들을 파는 전문 매장인 이곳에서는 차보다도 알록달록한 예쁜 주전자와 컵들이 먼저 눈에 띈다. 유럽풍부터 중국, 일본 등 아시아풍까지 차와 관련한 다양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시음이 있는 날에는 맛있는 차를 무료로 맛볼 수도 있다.





생 조제프 거리가 아니라 앙시엔느 거리(Rue Ancienne)에 위치한 이곳은 재활용품을 활용한 다양한 패션 용품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디자이너 크리스 무르너(Chris Murner)는 환경친화적인 패션 용품을 만드는 예술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플라스틱 물통을 이용한 가방, 쓰고 버려진 천막을 이용해 만든 가방 등 기발한 패션 용품들이 다양하다. 재활용품을 이용했다고 패션 감각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실용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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