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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최정현 - 주부, 만화가, DIY전문가, 이제는 고물 조형가까지"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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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 세계 오지를 가다>의 반쪽이를 만나다

반쪽이 최정현씨는 늘 체크무늬 남방만을 고집한다(그의 만화 속 반쪽이도 늘 한결같은 체크무늬 남방을 입고 있다). “주부가 뭐 많은 옷이 필요하냐”며 너스레를 떤다. “남자가 주부가 될 수 있나요?”라는 우문에 최정현씨는 “당연히 있지”라고 힘주어 답한다. 오래 전부터 최정현씨는 부부 공동가사와 공동육아를 실천에 옮기면서 주부로서의 생활을 담은 <반쪽이 공동육아일기> 등의 서적을 출간하기도 했다. 또 그는 영화평론가이자 순천향대 교수인 부인 변재란씨가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내조를 톡톡히 하고 있는 자타 공히 일등주부다. 뿐만 아니라 ‘반쪽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만화가이자 DIY전문가, 지금은 ‘고물 조형가’까지 겸하는 만능 재주꾼이기도 하다.


4년 전,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았던 최정현씨의 집은 과천이었다. 비록 15평의 좁은 아파트였지만 그의 집은 곳곳에 아이디어 공간, 직접 발명한 소품, 전세계에서 공수해 온 인테리어 제품이 가득해 각종 매체에서 빈번히 소개된 명소였다. 하지만 수원시에 위치한 새 집은 막 이사를 온 이유도 있겠지만 이전에 포화상태였던 살림살이들이 산더미를 이뤄 발디딜 틈이 없었다.


“과천시가 재개발 지역으로 확정 되서 이사를 해야 했어요. 17년 동안 가꿔 온 자식 같은 집인데 뜯는 데만 꼬박 20일이 걸렸어요.” 중학교 3학년이 된 딸 최하예린을 키운 것처럼 정성껏 만들어 온 집은 분해됐지만 늘 참신한 아이디어로 번뜩이는 최정현씨가 하얀 도화지나 다름없는 이 아파트에 어떤 색을 입히고 어떤 자동화시스템을 만들고 어떤 수납공간을 꾸밀지가 한편으로는 기대되기도 한다.


“앞으로 만화작업은 하지 않을 거에요. ‘그림의 떡’보다는 그냥 ‘떡’이 좋아요. 종이는 두세 번 보면 보기 싫어지는 매체지만 조형물은 계속 보고 싶어요. 잘만 만들면 실생활에도 유용하고...” 그래서 그는 ‘만조’에 도전할 생각이다. 만조란 만화조각의 줄임말이다. 무한한 상상력으로 재미까지 추구하면서도 실용적이고 계속 보면서도 질리지 않는 작품을 만들 작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물이라는 소재로 참신함을 꾀하면서 조형미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재미까지 안겨 주는 ‘고물 자연사 박물관’을 계획 중에 있다. 


최정현씨는 오지뿐 아니라 유럽 각국을 돌며 여러 종류의 책을 출간했다. 여행전문가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그에게 여행에 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 미지의 세계이자 언젠가 발 한번 들여놓으리라고 다짐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여행지인 ‘오지’에서 생겼던 에피소드를 묻자 “1년 동안을 전투기간이라고 생각하고 옷 한 벌만 달랑 들고 갔어요. 각오는 했지만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고생스러워서 오지에는 완전히 질렸어요.”

 


 

힘든 일들이 가지각색으로 찾아왔지만 가장 놀랐던 것은 에티오피아에서 게릴라(?)를 만났던 사건. 풍경을 감상하며 촬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게릴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앞을 막았다. 카메라를 뺏기고 수색을 당했다. 당시에는 꽤나 긴장된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찍어놓은 자료를 모두 빼앗길 수도 있고 신변에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다행히 알고 보니 게릴라가 아니라 군부대였는데 군복을 입고 있지 않아 게릴라로 착각했던 것이다. 나중에 대사관을 통해 카메라는 되찾았지만 아직도 탱크와 장갑차가 숨겨져 있는 것도 모르는 채, 아름다운 풍경에 정신을 뺏겨 희희낙락했던 것이 지나고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아찔한 기분도 든다며 당시를 떠올린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로 원시적인 자연환경과 원주민의 문화가 살아있는 남태평양의 파푸아뉴기니를 꼽는다. 원주민들이 올누드로 활보하고 다녀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난감했다고 한다. 또 아프리카는 쉽게 갈 수 없는 여행지이고 차로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비행기로 이동하는 것이 신나는 경험이었다며 아프리카도 기억에 남는 여행지라고 답했다.


“제가 대통령이라면 전국민이 세계일주를 하도록 하겠어요. 일단 여행을 하면 사람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요. 여행을 통해 배포도 커지고 현명해지는 것 같아요. 마음가짐도 예전과는 달라지죠.” 딸과 함께 파리 박물관을 여행할 때, 하예린은 밀레의 <이삭줍기> 그림을 보고는 조목조목 감상평을 말하고 그림의 질감까지 눈으로 생생히 보며 신기해했다. 그 모습을 보며 책에서 재해석한 ‘남의 생각’이 아니라 직접 스스로 체험하고 느끼는 공부가 더 소중함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반쪽이, 세계 오지를 가다> 독자들에게 말했다. “이 만화에는 사진과 비디오가 담지 못하는 엄청난 정보가 생생하게 들어 있어요. 오지는 촬영을 금지하는 지역이 많은데 저는 제 눈으로 본 모든 것을 이 만화에 담았으니까요. 기본적으로 오지같이 멀고 쉽게 가기 힘든 곳을 다녀온 사람은 거짓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모르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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