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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 옛 멋의 풍류에 흥겨워 노닐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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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살아 있는 박물관, 하회마을

등허리에 땀이 차고 숨이 가빠 온다. 부용대를 오르는 길은 시골 어느 곳에서나 있을 법한 야트막한 산길이지만, 8월 무더위에 힘입어 자신이 녹록치 않음을 증명해 내고야 만다. 그래도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아, 높이 64m의 부용대 정상에서 하회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즐거움을 얻었다.

낙동강이 굽이쳐 돌아 흐른다 하여 이름 붙여진 하회마을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집과 기와집들을 강이 보듬어 안 듯 돌아 흐르고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오직 마을과 들판만이 존재한다. 이곳 하회마을만이 시간이 정지해 아직 조선을 살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부용대를 내려와 마치 옛 선비라도 된 듯 나룻배를 타고 하회마을로 들어선다.


ⓒ트래비

1. 하외마을 삼신당
2. 익살스런 표정과 움직임이 웃음을 자아내는 하외별신굿탈놀이
3. 하외변신굿탈놀이 한 장면

하동고택, 북촌댁, 남촌댁, 주일재(모두 중요민속자료), 양진당(보물 제306호) 등등 주마간산으로 보기에도 만만치 않은 고택들이 즐비하다. 그곳엔 대를 이어 집안을 지켜 오고 있는 이들이 있어 곳곳에 생활의 흔적이 묻어난다. 

양진당 맞은편에는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가인 충효당(보물 제414호)이 있다. 충효당은 1999년, 귀한 손님을 맞았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방한 때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여왕의 요구에 따라 안동이 방문지로 선택되었다. 그리고 하회마을의 충효당 안채에서 영국 여왕은 차 한잔을 마시면서 우리 조상들의 삶을 느껴 보았다 한다.

하회마을의 한가운데엔 짙은 초록을 펼치는 나무가 있으니 바로 삼신당이다. 마을의 중요한 일을 상의하는 회의 장소이기도 했으며, 어른들의 쉼터,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던 곳이다. 그리고 하회별신굿탈놀이라는 하회마을의 가장 큰 놀이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둥둥둥….’ 어디선가 들려오는 장구소리가 느긋하던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회마을 입구 전수관에 도착하니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이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양반: “여보게 선비, 통성명이나 하시더.”
선비: “그래시더.”
양반: “나는 사대부 집안의 자손일세.”
선비: “그까짓 것 사대부? 나는 팔대부의 자손일세.”
양반: “우리 할아버지는 문하시중을 지내셨네.”
선비: “(잠시 생각하다가) 문하시중?                                                                         
        우리 아비는 문상시대일세. 문하보다 문상이 높고 시중보다 시대가 높지 않은가?”
양반: “여보게 선비, 나는 사서삼경을 다 읽었네.”
선비: “사서삼경? 나는 팔서육경을 다 읽었다네.”

거드름 떠는 양반과 어거지 부리는 선비, 이들의 입담에 장내엔 웃음이 터져 나오고 굿거리 장단이 한층 흥을 돋운다. 중요무형문화재 69호로 지정된 하회별신굿탈놀이 중 한 대목이다. 양반과 선비, 중, 백정, 부네, 이매, 초랭이, 할미, 각시 등 마치 그 시대의 캐리커처를 보듯 절묘한 탈들의 생김새는 살아 움직이듯 생생하다.

어느 물건인들 사연이 없겠냐마는, 하회탈쯤 되면 그럴싸한 이야기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구전된 이야기에 따르면, 하회탈은 700여 년 전 마을의 액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마을에 우환이 계속되던 어느 날 허도령의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탈을 만들어 춤을 추면 마을을 지켜 주는 신의 노여움이 풀리게 되어 마을이 평온해질 것이다. 단 탈은 아무도 모르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바로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더니 홀연히 사라졌다. 그때부터 혼자 탈을 만들기 시작한 허도령. 그러나 마지막 이매탈을 만들고 있을 때 그를 사모하던 동네 처녀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허도령을 엿보게 된다. 그 순간 허도령은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결국 이매탈은 완성되지 못한 채 턱이 없는 모양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한다. 시대를 불문하고 비극적 로맨스는 존재했었나 보다. 

몇 백년 전의 이야기인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우리를 웃고 울리는 걸 보면, 시대가 변한다고 우리네 삶이, 우리네 감정이 변하는 건 아닌가 보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이 살았던 그곳에서 여전히 삶이 지속되고 있는 곳, 박물관 한 켠에 박제된 지식이 아니라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곳, 그곳이 안동 하회마을이다.  

이 가을 마침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도 열린다고 하니 깔아 준 멍석에서 한바탕 흥겹게 놀아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하회마을 주변의 볼거리

병산서원

서애 류성룡 선생의 위패를 모신 병산서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원 건축으로 이름이 높다. 손님을 환영하듯 화려하게 피어 있는 목백일홍 사이를 걸으며 서원을 들어서면 낙동강을 마주보고 있는 만대루가 반긴다. 뿐만 아니라 광영지, 입교당, 존덕사, 장판각 등은 사원의 향취에 흠뻑 젖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입장료는 무료.

하회동 탈 박물관

하회마을 초입에 위치한 하회동 탈 박물관은 하회탈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울 김동표 관장이 세운 사립박물관이다. 이곳엔 우리나라 탈뿐만이 아니라 세계 40여 개국의 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제1전시실은 한국관으로 중요무형문화재로 등록된 13종류와 지방문화재 2종류, 나례에 사용되는 탈과, 미등록 자료 예천청단놀음 탈 등 총 2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하회탈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해 두고 있어서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제2전시실은 세계관으로 아프리카를 제외한 프랑스, 뉴질랜드, 네팔, 태국,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 탈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제3전시실은 아프리카관으로 콩고와 자이르를 중심으로 나이지리아, 레소토, 탄자니아, 케냐, 가나 등의 탈과 악기, 생활용품, 나비로 만든 생활이야기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탈에 대해 관심 있는 이는 말할 것도 없고, 가족 나들이 삼아 방문해도 좋을 만한 곳이다.

*개관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6시, 설날과 추석은 휴관.
*관람료     어른 1,500원(단체 1,000원),  청소년 1,000원(단체 600원)
*문의    
www.mask.org

역사 속으로의 산책, 도산서원


ⓒ트래비

1. 천원짜리 지폐와 대조해보자. 도산서당 앞 
2. 도산서원에 들어서다. 자연과 어우러진 고즈넉한 정취가 편안하게 느껴진다.
3. 도산서원으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짙푸른 녹음이 가득한 산책로가 나 있다.
4. 당대 명필인 한석봉의 친필로 쓰여진 현판


“도산서원을 본 적 있습니까?” 대답을 망설였다고 쑥스러워 할 필요가 없다. 도산서원은 생각보다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그 위용을 뽐내고 있으니까. 궁금하면 지갑을 열고 천원짜리 지폐를 꺼내 보시라.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이 도산서당과 농운정사를 세워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그의 사후에 문인과 유림이 서원을 세웠으며, 선조가 한석봉의 친필인 도산서원 현판을 사액하였다.

도산서원에 도착했다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차에서 내려 둘러보니 도산서원은 없고 푸를 대로 푸르른 숲에 매미 울음 소리만 가득하다. 도산서원으로 가려면 산책길을 걸어 들어가야 한단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매미소리를 음악 삼아 걸으니 그 또한 풍취가 제법이다.

10여 분을 걸어 들어가니 안동댐에 홀로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 비석과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유일하게 지방에서 행해진 특별 과거인 ‘도산별과’를 보던 ‘시사단(유형문화재 제33호)’이다. 그 자태에 취했는지 백로 두 마리가 시사단 위를 노닌다.

도산서원을 들어서니 단정하게 정렬된 건물이 우릴 반긴다. 제자들이 머물던 기숙사인 ‘농운정사’를 지나 ‘도산서당’ 앞에 서니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풍경이다. 그렇다. 바로 이곳이 1,000원 지폐에 그려진 도산서원의 배경지이다. 다들 1000원을 꺼내 비교해 보느라 열심이다.

책을 보관하는 서고인 ‘광명실’, 유생들이 거처하며 공부하던 건물인 ‘동서재’를 지나니 ‘도산서원’이란 현판이 자태를 뽐낸다. 바로 전교당이다. 당대 명필이던 한석봉의 친필로도 유명한 도산서원 현판은, 한석봉이 감히 쓰지 못하겠다는 것을 선조가 한자 한자 불러 쓰게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서원에서 찍어 낸 책을 보관하던 ‘장판각’ 그리고 퇴계 이황 선생의 위패를 모신 ‘상덕사’ 등 옛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내는 데 바쁜 가이드를 따라 돌다 보니, 짙은 숲 공기에 취하고 역사에 취한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시작된 산책은 시대를 거슬러 조선의 어드매쯤 도착한 듯하였다.

도산서원 주변의 볼거리

유교문화박물관 

유교문화박물관은 2006년 6월 한국국학진흥원 안에 세워진 국내 유일의 유교 전문 박물관이다. 6개의 전시실과 2개의 특별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유교문화박물관이 주는 옛스러운 인상과는 달리 전시실은 최첨단 설비로 가득하다. 관람객이 특정 위치에 서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며 입체 영상이 움직이고, 버턴을 누르면 지도상의 화면이 움직여 장소를 표시해 주기도 한다. 특별 전시실에서 별자리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4층에선 한지로 만든 공예품들이 전시되고 있으며, 한지의 제작 과정과 전통적인 책 만들기 과정을 실물로 볼 수 있다. 가족 동반 관광객이라면 꼭 들러야 할 필수 코스.

*개관시간     하절기(3월~10월) 오전 9시~오후 5시30분, 동절기(11월~2월) 오전 9시~오후 5시. 매주 월요일과 1월1일, 설날, 추석은 휴관.
*관람료     어른 1,500원(단체 1,000원), 어린이 700원(단체 500원), 청소년과 군경 1,000원(단체 700원)
*문의     054-851-0792, 0700/
www.koreastudy.or.kr

퇴계종택

퇴계 이황선생의 종택이다. 정문에 ‘퇴계선생구택’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으며 이 건물은 정면 6칸, 측면 5칸의 ㅁ자 형태로 총 34칸으로 이루어져 있다.

축제

흥’이 절로 나는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

제10회 ‘2006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이 9월29일부터 10월8일까지 열흘 동안 안동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주제는 ‘양반의 멋과 흥.’ 이번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는 탈춤 단체와 마당극 등 국내 23개 이상의 팀과 러시아, 폴란드, 라트비아, 슬로바키아, 멕시코, 코스타리카, 이스라엘, 중국, 일본 등 17개국 19개 팀이 참가해 수준 높은 탈춤 공연과 민속춤을 펼칠 예정이다. 국내외 탈춤 공연과 함께 차전놀이, 놋다리 밟기, 유등제, 풍물 경연대회 등 안동 지역 내의 민속 놀이도 열리며, 하회마을에서는 만송정 솔숲, 그리고 부용대의 절경과 어우러져 펼쳐지는 한국 전통 불꽃놀이인 선유줄불놀이가 펼쳐진다. 그 밖에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마스크 댄스 경연대회 등 풍성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www.maskdance.com

안동의 맛

안동은 산이 많아 논보다 밭이 많기 때문에 고추, 마늘, 참깨 등의 농산물이 많이 생산된다. 그러한 이유로 안동 지방의 음식은 양념이 많고 비교적 맵고 짠 것이 특징이다.



1. 헛제사밥
2. 간고등어
3. 안동식혜
4. 안동한우


헛제사밥      제사가 없는 날 제사밥처럼 차려 먹는 음식. 유교의 고장 안동 특유의 음식문화를 잘 보여 주는 향토 음식이다.
안동 찜닭      안동 음식답게 매우면서도 달콤한 맛이 조화를 이루어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다. 양도 많아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한 학생들에게도 인기다.
안동 간고등어      교통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 내륙 지방인 안동에서 해산물을 먹기 위해 소금에 절이게 된 데서 유래한 음식. 신선한 생선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지금도 그 맛으로 이름이 높다.
건진국수      안동 사람들이 여름철에 먹던 손칼국수.
안동 식혜      뻘건 김칫국물 같은 안동식혜는 그 모양만큼이나 특이한 맛을 가지고 있다. 시큼한 듯 매운 듯 그렇지만 단맛으로 마무리되는 감칠맛이 있다.
안동 한우     예로부터 안동은 우시장으로 유명했다. 특히 이 지역에서 자란 소는 그 고기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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