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도시탐험 13탄 마닐라 Ⅰ ③ 마닐라에서 찾은 한 낮의 여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9.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닐라에서 마지막 하루. 그것도 오전 나절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두 명의 미영. 기자의 권유로 코코넛 팰리스를 한번 가보기로 했다. 필리핀 문화센터 복합단지 안에 있는 코코넛 팰리스는 코코넛 나무를 주제로 한 독특한 공간. 택시를 타고 내릴 때까지는 마음이 부풀었는데, 이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이 하필이면 문을 닫는 일요일인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저 굳게 닫힌 철문 너머로 얼핏 보이는 건물을 한번 바라본 후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는 말씀. 

그래서 다음 코스로 선택한 곳이 마닐라 비즈니스 및 쇼핑 밀집 단지인 마카티 지역. 글로리에타나 그린벨트, 랜드마크, 러스틴 백화점 등이 모여 있는데다, 아얄라 박물관, 그린벨트 공원 등 왠만한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그린벨트 공원은 도시 속 녹지 지대라고나 할까. 푸른 녹지와 분수가 어우러져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전은 시간이 가는 게 아쉬운지 여기저기 다니며 사진을 남기기 바쁘다. 초콜릿 퐁듀 전문점도 한 번 기웃거려보고, 아얄라 박물관 앞에서 기념 사진도 한 장씩 남긴다. 



한참을 돌아다니던 ‘미영s’는 어느 한 카페 노천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살짝 허기진 기운을 달래려 샌드위치와 피자를 주문한 문과 전. 커피 한 잔씩 시켜놓고 한 낮의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기분들이다. 2박3일이 너무도 빨리 지나가버린 느낌이다. 

“시간이 너무 짧은 것 같아. 아직 못 가본 곳도 많은데 말이야”, “나도 그래. 처음엔 잘 몰랐는데 다니다 보니 마닐라도 참 멋진 곳인 것 같아. 다음에 꼭 다시 오자구.” 떠나는 발걸음이 아쉬운지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마닐라를 거쳐 또 다른 여행지로 떠난다는 그녀들. 16년을 쌓아온 ‘우정’ 안에는 아마도 마닐라에서의 추억 또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겠지.

★ 여자들을 위한 마닐라 추천 코스

- 2박3일 코스

1일 마닐라 시내 투어(인트라무로스, 리잘 공원, 코코넛 팰리스 등)-마닐라 베이 워크 노을 감상-시푸드 레스토랑-필리핀 어메이징 쇼 관람-클럽 탐험
2일 팍상한 폭포, 따가이따이, 빌라 에스꾸데로 등 외곽 투어-스파나 마사지-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하루 마무리
3일 마카티 쇼핑센터 혹은 SM몰 등 쇼핑

- 3박4일 코스

1일 마닐라 시내 투어(인트라무로스, 리잘 공원)-말라떼 거리 탐험-마닐라 베이 워크 나이트 투어
2일 팍상한 폭포-시푸드 레스토랑-클럽 탐험
3일 따가이따이나 빌라 에스꾸데로 등 외곽 투어-스파나 마사지-필리핀 어메이징 쇼 관람
4일 마카티 쇼핑센터 혹은 SM몰 등 쇼핑

 

오후 3시, 보라카이 행 국내선 비행기에 오르며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됐다. 보라카이에서는 지켜보는 눈이 없기 때문인지, 한국에서 마닐라로 가는 비행기를 탈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보라카이 행을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 정말 많이들 부러워했다. 전과 나 둘 다 보라카이는 초행길이고 사진으로 본 풍경은 현실감이 떨어졌기에 그 많은 부러움에 대한 체감 온도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무덤덤히 보라카이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그날 오후 보라카이에 도착한 순간, 우리는 깨달았다. 우리는 한폭의 멋진 풍경화 속에, 아니 한편의 로맨틱한 영화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영롱한 바다 빛과 산호가 만들어 놓은 모래사장, 맛있는 해산물 요리와 즐거운 수상 스포츠까지 모든 것이 완벽 그 자체였다.

보라카이에서 꼭 해야 할 3가지



우리는 그곳에서 꼭 해야 할 3가지 일을 정해 놨다. 첫째는 정말 맛있다는 망고 쥬스 한잔을 들고 바닷가를 바라보며 나는 책을 읽고 전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둘째는 각종 해산물을 비롯해 맛있는 걸 많이 먹으며 몸 보신을 하고, 더불어 필리핀 친구들도 사귀어 보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핑투어, 스킨스쿠버 등 수상스포츠를 즐기자는 것이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면 얼마나 기쁘겠느냐만, 숙박지도 정해 놓지 않고 간 우리의 무모함 덕에 첫날 일정은 보라카이에 대한 설렘보다는 노숙에 대한 불안감에 떨게 됐다. 다행스럽게 마음씨 좋은 한국인 부부를 만나 서양인들이 많이 머무는 조용한 리조트에 짐을 푼 우리는 한걸음에 그곳에서 유명하다는 바비큐 폭립을 먹으러 달려갔다. 이렇게 몸 보신을 하자는 두번째 계획이 바로 실현된 것이다. 어둑어둑해진 바닷가라 물빛이 보이지 않지만 찰싹거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저녁식사를 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 했다. 

둘째 날, 자명종도 없이 오후 8시도 되지 않아 눈이 떠지는 걸 보니 우리가 급하긴 급했나 보다. 전과 난 수영복을 챙겨 입고 단숨에 바닷가로 달려 나갔다. 한번에 풍당 뛰어들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바닷 빛, 그 설렘을 천천히 느끼고 싶어 발만 담근 채 사진만 찍어댔다. 그리고 첫 번째 미션, 망고 쥬스를 시켜 놓고 한가로운 여유 즐기기를 시작했다. 보라카이에서 유명하다는 스테이크 하우스의 망고 쥬스를 시킨 우린 바닷가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책도 읽고 바다도 바라보며 그렇게 한나절을 보냈다. 전화기도 시계도 없기에 우리는 온전히 배꼽시계에 의지해 하루를 보냈다. 매일 수다를 떠는 우리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떠는 수다의 맛은 더욱 남달랐다. 

보라카이 체류 중 두 번째 미션이 가장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 같다. 우리는 매끼 과하다 싶은 정도의 해산물과 스테이크, 중국 요리 등을 먹었고 저녁 식사 후에는 맥주 한잔 마시기 위해 바를 찾았다. 그 덕에 많은 필리핀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필리핀 여성들은 우리에게 많은 호기심을 보이며 말을 걸어 왔고 우리 또한 적극적인(?) 모습으로 그들과 금세 친해졌다. 필리핀 친구들은 한국에 대한 다양한 관심사를 드러냈고, 우리는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그들의 호기심을 풀어 줬다. 그들과의 만남은 보라카이에 있는 동안 계속되었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다른 생김새와 언어,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결혼과 일과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친구가 되기에 더없이 충분한 조건이었다. 

세 번째 미션은 사실 순탄치 않았다. 배 멀미가 심한 전으로 인해 반나절짜리 호핑투어를 마친 후 다른 수상 스포츠를 하기가 힘들었던 것. 대신 우리는 모래사장 주변 해변 근처에서 수영을 하고 바다를 보며 마사지를 받는 것으로 세 번째 미션을 대신했다.  

*보라키아편 글과 사진은 문미영, 전미영씨가 직접 썼음을 밝힙니다.

★ 1년의 피로가 단번에 날아가다 ‘미영s’의 여행 후기

이번 마닐라 여행과 더불어 보라카이에서의 4일은 12개월어치의 피로를 확실히 씻어 줄 만큼 강력했다.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바다 색은 눈의 피로와 마음의 피로까지 날려 버렸다. 열대어들과 함께 수영하며 형형색색의 산호들을 가까이서 보는 것, 마사지를 받으며 보라카이의 석양을 보는 것 역시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오래 기억될 것은 그 아름다운 곳에서 우리 둘이 함께 보냈다는 사실이다. 오랜 기간 알아 온 우리지만 새로운 곳에서 함께했던 추억은 둘 사이에 묘한 유대감을 더해 줬다. 이전 16년을 되새기며 이후 많은 날들을 함께할 동력이 되리라. 많은 것이 닮아 있는 우리는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부모님 모시고 다시 이곳에 함께 오자!”

★ 필리핀의 명, 지프니(Jeepney)와 트라이시클

필리핀의 상징이자 명물이 된 교통수단이 있으니 바로 지프니(Jeepney). ‘바퀴 달린 민속예술’이라 불리는 지프니는 필리핀에만 있는 이색 교통수단이다. 미군이 쓰던 지프를 개조해 최대 15명까지 탈 수 있도록 만든 단거리 버스로, 행선지는 차 앞머리에 크게 써 있다. 지프니가 더욱 유명해진 것은 화려한 외관과 외관에 어울리는 요란한 소리 때문. ‘빠라빠라빠라빰‘ 경적을 외치며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정원보다도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을 태우고 아슬아슬하게 차 사이를 누비며 달리는 지프니를 보면 마침내 필리핀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요금은 기본 1km당 2.5페소 정도. 이후 1km마다 1페소 정도가 증가한다. 

지프니와 함께 필리핀의 명물로 꼽히는 트라이시클(Tricycle)은 오토바이 오른쪽에 사이드카를 단 삼륜 자동차로 소형 택시와 같은 교통수단이다. 마을과 마을, 타운 내에서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주로 이용한다. 요금은 흥정하여 정하는데 최저 1인당 2.5페소 정도. 좁은 골목길 사이를 누비며 원하는 곳에 내려 준다. 


-주간여행정보매거진 트래비(www.travie.com) 저작권자 ⓒ트래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