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마카오관광청 한국사무소 유환규 대표 - 여행계를 평정한 무림고수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10.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래비

성성한 백발과 까맣고 짙은 눈썹, 부처처럼 커다란 귀와 언제나 후덕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인자한 눈매에서 깊은 연륜을 읽을 수 있다. ‘강호(江湖)를 평정한 무림고수(武林高手)’의 내공(內攻)이 흠뻑 느껴지는 이 사람은 마카오 관광청 한국사무소 유환규 대표다. 

그는 한국관광공사에 27년 동안 재직한 뒤 1991년부터 마카오관광청의, 그리고 이어 1993년 홍콩관광청의 러브콜까지, 여행업에 몸 담은 지가 벌써 40년이 훌쩍 넘은 여행계의 원로이다. 그의 초창기 부임 당시만 해도 23만명이었던 관광객 수는 2006년 70만명으로 300%가 넘게 껑충 뛰어올랐다.

어쩌다 마주친 여행업

40년도 넘는 세월을 여행업에 몸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시력이 몹시 나쁜 탓에 군 면제를 받았어요. 하지만 당시만 해도 어느 구인란에나 반드시 붙는 말이 ‘군필’이었기 때문에 군 미필자가 취직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죠.”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신문. ‘한국관광공사 직원 모집’에 '군필'이라는 항목이 없는 게 아니던가. 그게 바로 여행업과 연을 맺을 수 있었던 이유라며 초창기에는 어떤 사명감이나 개념도 없이 여행업에 발을 담구었다고 표현한다. 

40년 전만 해도 여행과 여행업(관광업)이란 것이 일반에 고루 인식이 되지 못하던 때였고 ‘배웠다는’ 사람들 사이에 바람직한 직업으로 분류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당시 서비스와 시설 계통에서는 ‘관광버스’, ‘관광호텔’, ‘관광열차’처럼 ‘관광’이란 곧 최고를 의미했다. 

“처음 호텔이라는 곳을 이용해 보는데 모든 게 신기한 거죠. 생전 처음 보는 호화로운 시설과 당시만 해도 귀하디 귀했던 아이스크림처럼 새로운 서양문화도 접해 보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이 일을 정말 잘 선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창기에야 그렇게 새롭고 신선한 경험에 감동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느낀 여행업은 ‘관광은 평화를 향한 패스포트(Tourism, Passport to Peace)’라는 말 그 자체였다. 그 당시는 ‘서비스’, ‘봉사’의 업무보다는 ‘지배’ 혹은 ‘통제’의 역할을 수행하는 업무를 알아주던 시기였다. 하지만 성격상 ‘관리자’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레크레이션(recreation)이란 말이 여행의 성격을 가장 잘 정의하는 말이에요. 여행이란 보고 느끼고 경험해 삶의 활력을 주는 것, 즉 자기를 재창조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어떤 논리나 이론이 아닌 살아 있는 경험을 주는 일, 이 일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거죠.”

진정한 고수는 자만하지 않는다

홀연히(?) 홍콩관광청을 떠난 이유를 이제 편하기 위해서란다. 전세계에 위치한 홍콩관광청 지사장 중 가장 오래 홍콩관광청장의 자리를 지켰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어떤 일을 할 때 ‘최고’가 되기보다는 ‘저놈 잘한다’ 소리를 듣는 게 제 목표에요. 하지만 처음처럼의 자세를 지키기란 참으로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나 자신에게도, 홍콩관광청에도 환기가 필요했죠.” 

‘밤도깨비 여행’ 상품을 개발해 가까운 여행지이면서 매력적인 곳으로 홍콩을 효과적으로 홍보했고 각종 프로모션, 드라마와 스타마케팅, 뮤직 페스티벌과 사진전 등을 통해 다양한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동원해 홍콩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다행히 어떤 일을 하던지 항상 본사에서 신뢰하고 도와 줬기에 가능했던 일이에요. 홍콩관광청이란 곳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죠. 필요한 부분은 집중적으로 지원해 주었어요. 홍콩관광청을 통해 정말 열심히 일했고 그들의 일하는 방식에서 많이 배웠어요.”

마카오에 올인! 

ⓒ트래비

드라마 <궁>을 통해 유명세를 치르긴 했지만 마카오라는 곳은 여행지로서 한국에 크게 알려지지 않아 더욱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다. 인천과 마카오 간의 항공을 비롯해 관광 인프라가 인근의 홍콩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마카오는 지금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여행자들이 여행지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3가지가 음식, 쇼핑, 문화(볼거리)가 아니겠어요? 마카오의 음식은 포르투갈, 중국, 홍콩 등 다양한 문화의 음식을 맛볼 수 있죠. 가격도 무척 저렴하고요. 홍콩 사람들도 주말에는 외식을 하러 마카오로 놀러올 정도지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만도 25곳이고 테마파크와 마카오 타워까지 관광은 말할 것도 없겠죠. 쇼핑에 있어서도 얼마 전 오픈한 윈호텔과 내년 7월 개장 예정인 베네시안호텔에 세계적인 규모의 쇼핑몰이 지어질 테니 쇼핑 천국도 눈앞이에요.” 

그는 앞으로 마카오를 ‘동양의 라스베이거스’, ‘종합 엔터테인먼트 도시’로서의 매력을 통해 부각시킬 계획이다. 게다가 오히려 그동안 개발이 덜 됐던 것이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며 여유로운 너털웃음을 짓는다. 

가질수록 더 갖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끊임없이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닌 꿈과 목표를 이루어 여유로운 그 모습. 어떤 공(功)이든 ‘나 때문에’가 아닌 ‘그 덕분에’로 설명하는 고수의 겸허한 태도가 마음에 와 닿는다. ‘마카오’라는 어쩌면 여행계의 블루 오션인 이곳이 유환규 사장을 통해 한국의 여행자들에게 어떻게 자리를 잡게 될지가 무척 궁금해진다. 


-주간여행정보매거진 트래비(www.travie.com) 저작권자 ⓒ트래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